지난 주말 (토요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FC 서울과 울산이 만났다. 두 팀 다 이겨야 하는 승부였기에 경기 전부터 '긴장감' 이 상당했다.
지난 주말엔 국가대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덕에 다른 팀들은 잠시 휴식기를 가졌지만, 울산과 서울은 서울의 아시아 챔피언스 경기를 위해 32R 경기가 미리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는 두 팀 전북과 서울의 대체경기를 미리 앞당겨 치르게 된 팀이 됐다.
경기 시작 전부터 선수들에게서도 강한 '긴장감' 이 느껴졌다. 양 팀 서포터는 물론이고, 서울은 전북의 독주를 쉽게 놔주지 않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고, 울산 역시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기 위해서는 3위를 유지해야 했기에 울산에게도 승리가 꼭 필요한 경기였다.
상암 경기장은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장 이지만, 늘 홈이 아닌 '원정' 경기장이다. ㅎㅎ 아무튼 원정석에 앉고 보니 며칠 전 치렀던 중국과의 경기 탓에 관중석 곳곳에 아직 남아있는 중국의 응원단 치우미 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경기 후 쓰레기가 상당했다고 하던데.. 그들의 양심이 그들을 더 이상 선진국으로 만들지 못한다는걸 아직 모르는지..
경기는 서로 치고 받는 분위기가 이어질거라 예상 했는데, 서울의 막강 공격라인인 '아-데-박 트리오'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이 모두 선발 출전 했는데도 굉장히 조심 스러웠다. 전반은 울산의 수비에서 잡아낸 볼을 양쪽 윙어 코바와 김태환의 강한 스피드를 통한 화력이 더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여전한 부정확한 패스미스 남발에 극심한 결정력 부재로 대부분의 공격이 헛심 공방으로 이어졌다.
왜 멘디가 안왔을까. 지쳤을까? 부상은 아닌거 같은데.. 아무튼 명단에 없던 멘디가 심히 그리웠다.
전반은 그렇게 0-0 으로 끝이 났다. 전반만 끝났을 뿐인데 선수들이 많이 지쳤다. 그도 그럴 것이 왜 이정협이 국대에서도 외면받고 골을 못 넣는지 알겠더라. 이날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인 이정협의 플레이를 집중해서 봤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 선수가 부진하거나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닐 경우에 나타나는 흔한 병(?)이 있다. 바로 "위치선정". 볼을 받을 만한 위치나 공중볼 경합에서 낙하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선수는 프로다. 이 컨트롤이 안된다면 자기관리 실패다. 이게 심하면 프로선수의 자격까지 논할 지경까지 이른다. 이정협은 끊임 없이 뛰는 공격수다. 하지만 패스를 받을 만한 위치가 아니라 뺏기기 쉬운 상대 수비들 속에 늘 뛰어다닌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이 패스보다 드리블을 하게 되는데 이래서 다른 선수들이 지치는 거다.
멘디와의 차이점은 연계 플레이 인데, 이게 멘디가 아주 특출나다. 패스 주고 받기 편한 위치로 뛰어가서 다시 받아서 또 다시 패스 혹은 슛. 그래서 상대 수비수 사이에 공간이 벌어지면 다른 선수들이 파고들기 좋거든.
이정협은 국가대표의 후광을 입고 많은 기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타는 쳐 줄거라 생각은 했는데.. 솔직히 국대에서도 기성용과 같은 발밑에 정확한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없다면 골을 못 넣는 선수다. 그래서 이젠 그를 울산은 놔줘야 할 것 아닌가 싶다. 아무리 임대 신분이라 하지만, 오히려 그를 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하다. 그의 인성... 은 뭐 언급하지 않겠다. 얘기 했다간 나도 모르게 식빵 왕자가 될 것만 같아서.. ㅎㅎ
후반은 서울의 공격이 엄청 매서웠다. 역시 아-데-박 트리오는 막강했다. 반면 울산은 코바 외에는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었다. 걸출한 공격수 하나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아무튼 서울은 고광민의 선취골을 시작으로 곧바로 아드리아노의 골로 2-0 으로 앞서갔다. 서울은 한 번에 두 골이나 몰아 넣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좀 나태해졌는지 수비 사이에 공간이 많이 생겼다. 역시 역습에 강한 울산은 빠른 스피드로 상대 골문으로 들어가 빈 공간에 있던 코바가 만회골을 넣었다.
위 사진이 이 경기의 변수가 될 뻔한 순간. 평소 거칠기로 소문난 하성민이 상대방에게 니킥을 가해 퇴장을 당했다. 이로써 울산은 한 명이 부족한 10명이 싸워야 했다. 한 명이 빠졌는데 더 밀어부쳤다. 이상하게 말이지, 하성민 선수가 없으면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다. 별로 좋아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오늘 퇴장 당하기 전까지 그의 수비는 정말 칭찬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
후반 늦은 시각, 윤정환 감독은 교체 카드를 썼다. 지쳐있던 코바와 김태환 그리고 이정협을 빼고 김승준, 서명원, 정재용으로 투입 시켰다. 울산의 패가 눈 앞에 그려지는 순간, 종료직전 김승준이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그야 말로 극장 골. 울산은 숫자가 부족한 상황. 그리고 모두가 지쳐 있었을 순간. 김승준의 슛이 골망을 갈랐고, 결과는 2-2. 울산의 무승부가 이어졌다.
울산이 골결정력만 좋았더라면, 쉽게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아무튼 한상운의 폼은 예전같지 않고 킥도 부정확 했다. 김태환은 많이 지쳐 보였고, 코바 역시... 아무튼 하성민은 당분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데.. 마쓰다도 굉장히 지쳐 보였고.. 적어도 중원은 한상운이 뛰던 후방 공격엔 김승준을, 미더필더 중원에는 서명원과 정재용을 전방에는 멘디. 중원 수비에는 이재성 선수도 잘하지만, 요즘 폼이 정말 좋은 정승현과 셀리오의 조합이 더 좋아 보인다.
아무튼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 참 고맙다. 울산 팬들은 승리보다 팀을 위한 투지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간다. 이 점을 잘 기억해 두길,,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하러 다가온다. 서울엔 꽤나 많은 울산팬들이 산다. 대부분 고향이 울산, 사는 곳은 서울인 사람들... ㅎㅎ 이때 선수들이 다가올 때 목이 터져라 팬들은 선수들을 연호했고, 선수들은 눈물까지 훔치며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전한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 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싸워 준 덕에 불안하지만, 잠시나마 3위에 올랐다. 이젠 쭉 이겨서 내년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자. "고맙다 선수들."
# 우리는 안다. 선수들이 마지막에 울면서 "고맙다..." 라고 한 말의 뜻을. 우리도 안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뛰었다는 것을. 대체로 울산 선수들은 참 착하다. 그래서 더 정이 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구든 실력보다 인성이 옳은 사람은 누구든 적을 만들지 않는 법이다. 싸우돼, 변치말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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