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서울과 울산의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가 열렸다. 일 마치고 시간 맞춰서 간다고 나섰는데..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가을축제가 한창이라 차가 엄청 막혔다. 그래서 경기장에 좀 늦게 도착했다. ㅠ.ㅜ
경기장에 도착하니, 뭐 전반이 마무리 될 무렵이었다. 자리 잡고 앉았는데 휘슬소리가 울리며 '전반종료'. 게다가 울산이 서울에게 0-1 로 지고 있었다. 얘길 들어보니, 요즘 상승세를 제대로 탄 주세종 선수가 골을 넣었다고 했다.
하프타임에 경기장을 관리하시는 분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비교적 잔디상태는 관리가 잘 되고 있는듯 보였다. 그 순간. 서울 서포터측의 걸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수는 팩트다." 를 비롯, K리그 로고에 근조 띠를 두른 현수막도 보이고... 예전엔 승부조작으로 파문이 일더만, 최근엔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으로 어수선한 K리그이기에. 이해가는 심정이었다.
(거기에 협회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버린게 훗날에도 두고두고 '후회' 할 만한 역사가 됐다. 물론 서울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할 만한 명분이 없는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떳떳한 팀은 아니기에 울산팬인 내가 보는 시각에서는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어쟀든 전북은 더 강한 징계를 받았어도 할 말이 없었고, 다른 팀들 또한 더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
후반 시작전, 울산은 어떻게든 만회골을 넣어야 한다. 선수들이 스크럼을 짜고 한참동안이나 작전회의를 했다. 무슨 다짐들을 했을까. 반면 서울의 선수들은 좀 더 여유로웠다. 한 골이라도 넣는게 정말 중요하다.
전반은 못봐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비슷했으리라. 울산의 잦은 패스미스. 제대로 되는 플레이가 별로 없이 흘러가다, 골키퍼 정산의 실수로 서울에게 패널티킥을 허용해 골을 또 먹었다. 0-2 서울의 리드.
이렇다할 울산의 제대로 된 공격이 간간히 보이긴 했지만. 너무 뻔히 보이는 전술에 몇몇 선수들만 뛸 뿐. 전체적으로 상대에 따른 전략 전술이 달라져야 하는데, 윤정환 감독의 전술은 늘 똑같다. 어느 선수가 뛰든 어떤 팀이랑 붙든 똑같다. 이건 약팀일 때의 방식인데... 아직도 윤정환 감독에겐 자신의 소속팀이 울산이 아니라, 사간도스(일본) 팀의 감독으로 생각하고 있는것 처럼도 보였다.
결국 0-2 로 울산이 서울에게 패했다. 그런데 여느 경기 였으면 선수들을 비난하거나 하는 팬들이 있었을텐데.. 이날 만큼은 달랐다. 지고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거나 하면 당연히 욕을 먹었겠지만, 선수들이 패스가 잘되든 안되든.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그 선수들의 눈빛을 봤다. 그런 선수들에게 비난이 아닌 '응원' 밖에 할 수 없었다. 울산팬들은 대다수가 오래된 올드팬들이 많아서 승패 보다는 선수들의 투지, 팀에 대한 애정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아쉽지만 다음 경기를 잘 치르면 되지. 오늘 경기에는 다소 어린 선수들도 많이 뛰었고, 훗날 좋은 경험을 했으리라. 근데 패스는 정말 다듬어야겠더라. 체력이나 이런건 다 괜찮았는데 말이지.
수고했다. 다음 경기는 좀 더 잘 준비해서 멋진 경기 보여주길.
후반만 보게 됐지만,
이날 경기를 정리해 보자면.
첫째, 패스가 너무 안된다. 서로간에 연습때부터 끊임없이 소통하며 많은 약속(?)들을 했으면 좋겠다.
둘째, 중앙 미더필더에 더블 볼란치를 세운건 잘한거지만. 서울의 미들라인이 좋으므로. 하지만 성향이 비슷한 김성환-하성민 조합은 아닌거 같다. 둘 중 누군가는 패스를 잘 뿌려주는 역할과 공격에서의 구심점이 될 만한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나마 패스 정확도나 이런게 좋은 마스다의 공백이 참으로 아쉽다. 하성민을 보내고 중심을 잡아줄만한 외국인 선수 정도 있음 딱일거 같은데 말이다.
셋째, 최전방의 멘디-이정협의 조합. 이정협은 늘 따라다니는 수식이 슈틸리케의 황태자. 그가 잘 뽑은듯 보이지만, 그 나머지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특히 멘디와 투톱인데 계속 동선이 겹치는 문제가 있다. 이정협은 골결정력 보다 오프더볼 컨트롤을 먼저 가다듬는게 중요해 보인다. 내가 봤을 때 그대는 있어야 할 곳에 늘 없다는게 문제요.
넷째, 수비라인에서는 셀리오가 왼쪽 측면으로 나왔는데 이 선수가 오버래핑이 강하다고 하지만 주된 장점이 드러나는 곳은 센터다. 중앙수비를 시키고 상대의 어깨 밑으로 빠져들어갈만한 이기제 등과 같은 날렵한 윙백이 서야 한다고 본다. 후반엔 이기제가 나왔는데, 너무 늦었다. 이미 셀리오가 부상 당하고 난 뒤니깐. 아무튼 그것도 그거지만 수비라인에서는 고참급 선수가 중심을 잘 잡아줬음 좋겠다. 선수들이 넘 어리다. 중앙에서 김성환 선수가 자리 잡고 있지만. 앞에서 어리바리 하니 중앙에서 앞에 애들 치닥거리만 하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정동호는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혼자 멘붕에 빠져 있었고.
이렇게 적다보니, 다 안 좋았네. 골키퍼 정산은 뭐 워낙 잘하는 선순데.. 요즘 좀 멘붕이 오나보다. 경험부족이 드러난다. 계속 큰 경기들이 이어지다보니 더 그런것 같네. 김용대 선수는 왜 안나왔는지 모르겠다.
윤정환 감독은 뭐 일본으로 맘이 가 있어서 그런지 더 선수단이 붕 뜬 느낌이다. 그런거 보면 정말 인터뷰 잘 못하는 감독이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 해야할텐데.. 이전의 플레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 이었다.
앞으로 남은경기 부담가지지 말고 잘해주길. 내년 챔피언스리그 못 나가더라도 원망 안할테니 다치지 말고 그냥 열심히 뛰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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