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2016. 8. 10. 17:06
     

지난 주 수요일(8월 3일). 전주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드디어 가보게 된 '전주성 (전주월드컵 경기장)'. 그곳에서 하필이면 나의 팀인 울산과 맞붙었다. 지난 경기 (역시 전주성)에서 김신욱에게 결승골을 먹어 쓰라린 패배를 맛봤었지. 그래서 복수전(?)이 돼 버린 27R 의 경기였다. 전북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일정 때문에 앞당겨 경기를 하게 됐는데.. 본의 아니게 복수전이 돼 버리고 말았다.



처음 눈에 들어온 '전주성' 의 모습이다. 전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봤는데, 이 정도로 시골일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월드컵 경기장을 가봤지만, 이렇게 외진 곳도 처음이었고. 축구장이 아니라 무슨 유적지 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이곳을 꼭 경험하고 싶었다. 먹거리의 고장답게(?) 경기장 앞엔 각종 먹거리 들이 즐비했다. 우선 먹고 싶었지만, 이미 배는 충분히 불러 있었기에. ㅋㅋ




멋지다. 경기장 내부는 뭐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를 강한 홈 기운 같은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전북의 서포터들과는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코바와 멘디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보니 듬직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처음보는 외국인 수비수 셀리오도 보게 됐는데, 정말 듬직해 보였다. 몸싸움도 강하고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다. 아마도 이 선수가 없었다면 골키퍼 정산이 굉장히 힘들었을거다.




전북의 색이 "녹색" 이다 보니 경기장이 온통 녹색 풍경이다. 처음 전북의 유니폼이 녹색으로 바뀌었을땐 형광색에 가깝기도 했고 너무도 촌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부인못할 팀의 상징이 돼 버려서, 그런건 참 부러웠다. 경기는 내내 치고받는 스타일이었다가, 전북의 패스가 살아나면서 울산은 그들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울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드필더다. 나는 왜 하성민 선수가 닥.주.(닥치고 주전) 인지 모르겠다. 하성민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당신의 장점을 모르겠어요. 몸빵?




전북은 골수팬들이 많기로 유명한데,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평균관중이 만오천 이상은 되는 꽤나 인기많은 구단이다. 솔직히 전주에 가보고 생각보다 많이 시골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경기장의 접근성을 보고 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오는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인구 60만의 소도시에서 이정도로 흥행한다는건 정말 대단한거 같다.





관중이 꽉꽉 들어차 있다. 울산의 경기장 접근성이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전주 와 보고는 울산은 정말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북의 가장 큰 인기비결은 바로 '스타' 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내외 내노라하는 스타들이 한 팀에 다 모여있으니 말 다했지. 요즘은 슈돌 덕에 대박이 아빠 이동국이 있어 더더욱 인기가 많을 거다. 울산은 현재 스타가 없다. 스타가. 아무리 경기를 잘해도 올까말까한데 스타도 없고. 경기력은 형편 없으니 더욱 당연한거겠지. 이천수의 울산 시절엔 그래도 구름관중이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지금은 새로운 스타 '멘디' 가 팀을 매력적인 팀으로 만들어가고 있어 다행이다 싶긴 하다.




경기는 전반 내내 조금은 답답한 공방전 이었고.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전북이 강하지 않았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일부 팬들이 전북은 선수빨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어느정도는 인정한다. 선수들이 다 만들어가는 것 같고. 감독은 그저 적절한(?) 교체만 시켜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나 뿐만이 아니겠지?


아무튼 후반들어 양팀의 공판이 이어지다, 거의 막판에 교체로 들어온 발리장인 대박이 아빠 이동국이 시원하게 발리슛으로 울산팬들을 울리고 말았다 .... 하던 찰라, 종료직전 인저리 타임 (추가시간)에 울산의 스타 '멘디' 가 멋지게 동점골을 넣고 경례 세레머니로 전북팬들을 주저 앉혔다.


하지만, 전북의 무패행진은 끝이 날 줄 몰랐고, 전광판에 씌여진 "24경기 연속 무패" 라는 글이 참으로 안타깝게 했다.




경기가 끝나고 난 후, 따라가는 울산 선수들보다 다 이긴 경기를 무승부로 끝낸 전북이 더 허탈할 거다. 일부 선수는 주저앉아서 일어나질 못하기도 했었다. 경기를 보면서 전북은 레오를 꼭 잡아야 할 것 같고. 울산은 패스를 잘 뿌려줄만한 플레이 메이커 한 명을 영입해야 될 것 같다. 암튼 이날의 경기는 이동국의 발리슛도 멋졌지만. 권순태 선수를 주저않게 만든 멘디의 골 넣고 세레머니가 더 멋졌다.


사실 난. 전북에서 맘에 드는 선수는 없는데.. 권순태 선수를 꼭 보고 싶었다. 착해 보이고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 보니 더 착했다. 인성이 올바른 선수는 누구나다 좋아하게 되는데 실력도 있으니 앞으로 더 잘 되리라 본다.




전주에서 들은 낯익은 경상도 사투리들.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 멀리까지 와서 욕봤데이.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이때 아이러니한 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선수들은 전북의 선수들이라는. ㅎㅎ 전북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상당수가 울산출신이어서 그들의 부모님과 가족까지도 잘 아는 사이다 보니 경기 끝나고 "형~" 목소리가 참으로 반가웠다. 그래 내가 니들 보러 전주까지 갔나보다.


어느 스포츠든 직관이 최고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축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럽의 축구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지만, 가까이에서 내 지역의 팀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고 거기다 경기장은 대부분 월드컵 구장이다. 시설면에서는 최고지. 야구도 물론 재밌지만, 내 기억엔 먹으러 간건지 모를 만큼 야구 이외의 즐길 거리가 더 많았다. ㅋㅋ


나는 울산이라는 팀을 응원한지도 벌써 24년 째다. 그러다 보니 승패보다 내 팀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내 팀을 위해 땀 흘리는 그들을 그저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축구는 20세기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이라 하지 않았던가. 가까운 경기장이 있다면 가서 우리 한국 축구의 미래들을 미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 최고리그 K 리그가 더 발전하고 인기있는 최고의 선물이 되길 ,,,



# 처음으로 간 전주. 그리고 전주성. 생각보다 넉넉한 인심. 친절한 그들. 열정적인 그들을 보며 울산은 참으로 앞만보고 달려가는 곳인가 하는 조금은 씁쓸한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팀 (83년 창단)이기에 골수팬들이 많아 늘 그들을 응원하니 선수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욱 재미난 즐거운 경기 보여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