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2016. 6. 20. 05:12
     

▣ 지난 5월 21일. 2016 K리그 클래식 - 11R 수원과 울산의 경기.

- 내가 응원하는 '울산'을 응원하러 어머니와 함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오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주말 낮이었지만, 제법 바람도 불고 축구 볼 만한 날씨였다.



아~ 날씨 좋다. 오랜만에 찾은 '빅버드 (수원 월드컵 경기장)' 이다. 날씨도 좋고. 뭐 수원에 왔으니 닭을 먹어줘야지 라며, 축구장 앞에 있는 가게에서 치킨 한 마리를 샀다. 음.. 근데 제법 불친절했다. 서비스도 없고. 가격만 비싼. 서울에서 먹었던 치킨들이 싼 거 였구나. ㅎㅎ


아무튼 길을 건너기 전. 경기장 주변을 감싸도는 트리콜로(?). 암튼 수원 서포터의 응원소리와 함성소리가 들린다. 예전엔 그랑블루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많이 바뀌었군. 아무튼, 울산이든 수원이든 두 팀다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 둘 다 잘 됐음 좋겠다. 예전에 가졌었던 그 이미지를 되찾길,, (그나저나, 수원구장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거 주차장이나 매표소 좀 제대로 좀 해놨으면 좋겠다. 이건 뭐 매표소 찾아 삼만리, 주차는 주머니에 하쇼~ 라는.. ㅠ.ㅜ)



축구장의 잔디냄새가 참 좋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빅버드의 스탠드의 알록달록 색은 정말 이쁘다. 축구전용구장에서 주로 보다보니, 전용구장이 아닌 일반 구장에서는 참 답답함을 가진다. 빅버드도 전용구장 답게 경기장과 관중석이 가깝지만, 아쉽게도 빅버드는 그리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닌거 같다. 어쨌든, 축구장의 그 열기와 선수들의 숨소리가 가까이 느껴지는건 정말 기분좋고 설레는 거지.



어머니도 덩달아 신나셨다. 전반 비교적 이른 시간에 원정팀인 울산이 선취 골을 넣어서 엄청 흥분하셨다.

어머니왈, "울산이 웬 일이고? 니가 그래 못한다카드만. 우짠일로 골을 다 넣고..." ㅎㅎ

울산을 사랑하는 만큼 마구 마구 씹어줬던 나였기에. ㅎㅎ



아무튼 전반은 울산의 정승현의 골로 1-0 으로 앞선채, 끝이 났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랑 나랑 "빵" 하고 터졌다.

"저기 뭐고? 소 아이가.?" 전반 끝나고 하프타임에 왠 젖소들이 등장했다.


올 시즌 수원의 스폰서가 매일유업이라 젖소들이 나왔나. 아무튼 삼성도 많이 안 좋은가보다. 스폰마저도 자신의 팀에서 떼어 버리며, 수원이 우유라니.. ㅠ.ㅜ 어쨌든 힘든 시기임에도 적극 지원해주는 울산구단 (중공업 - 스폰서 : 현대오일뱅크)이 어찌보면 참 고맙네. 아무튼 웃겼다.



관중들도 재미 없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쉬고 있었다.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저 멀리 K 리그 축구장의 마스코트. '슛힝이' 도 앉아있네.



전반은 이렇게 마무리 됐고, 후반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해 봤다. 아니, 사실 기대는 별로 안했다. 골 넣었으니 잔뜩 걸어잠그고 하겠지. 라며. ㅠ.ㅜ


- 그나저나 수원구장엔 왜 매점 운영을 안할까. 원정석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경기 중간에 음료나 간단한 과자류라도 사먹거나 해야 할텐데.. 매점 운영을 안하는게 좀 그랬다. 그것도 경기 당일인데 말이지. 이날 치킨이라도 안 사갔음 어쩔 뻔 했는지.. 참.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면 작은 콜라라도 하나 줄텐데.. 젓가락도 없고 콜라나 물도 없었다. 게다가 경기장에 매점도 운영안했으니.. ㅠ.ㅜ 경기장에 먹고 즐기고 하는 재미로 가는건데.. 다음에 또 수원과의 경기가 이곳에서 있다면, 생각 좀 해 봐야겠다.



경기는 제법 치열하고 박진감 넘쳤고, 다행히(?) 울산이 걸어 잠그고 하는 축구는 하지 않았다. 결과는 울산의 4-2 승리!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했다. 수원이 못한게 아니라, 울산이 조금 더 잘했을 뿐. 윤정환 감독의 경기 중 그나마 젤 괜찮은 경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난 윤정환식 축구가 뭔지 보지 못했고, 뭔지를 모르겠다. 지금껏 내가 봐 온 윤정환 감독의 울산은 코바가 막히면 안돼. 김태환을 올려놨으니. 둘 다 X 나게 뛰어. 얌마 이정협이 골 좀 넣어봐라. 하성민. 넌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돼. 나머진 알아서 해라.


+ 암튼, 이번 여름 전반기 까지 지켜봐야겠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팀이지만, 지금까지의 경기를 보면. K리그 통틀어서 가장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것 같다. 순위는 비교적 상위에 있지만. 글쎄.. 보고 싶지 않은 축구를 하는 윤정환식 축구는. 그가 왜 일본에서 사간도스를 2부에서 1부까지 그것도 1위까지 하고도 경질됐는지. 조금은 짐작이 가기도 한다. 선수시절의 윤정환은 정말 스마트하고 자로 잰듯한 정확한 패스를 구사하는 테크니션 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롱볼에만 의존하던 울산의 플레이에 패스플레이를 접목시켜 아주 대단히 재미난 축구를 할 줄 알고 다들 기대했었다. 이게 뭐냐 싶기도 하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어쨌든 이날 우리는 승리했고, 코바는 두 골이나 넣으며 굉장한 활약을 했고. 김태환의 위치변환은 이젠 다시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선수들이 팬들 앞에 다가와 인사하고 서로를 축하해 주었다. 어머니와 난 수고한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 주었다. 어머니는 이날 맹활약한 코바 선수의 팬이 되기로 하셨다. ㅋㅋ



어라? 선수들이 안 들어가고, 더 가까이 걸어온다. 오랜만에 시원한 승리라 그런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왔다. 그리고 곧 구단 인스타그램에 올라갔다. 나와 어머니의 환호하는 모습이 담긴 채. ㅎㅎ



이날 어머니는 아프신 손목이 욱신거리는지도 모른채, 박수를 마음껏 치셨고. 소리를 하도 많이 지르셔서 목이 조금 쉬셨다. 4골이나 넣었으니 오죽 하셨겠냐. 아무튼 선수들에게 고마웠다. 10년만에 축구장 가셨는데.. 시원한 승리를 보셨으니...


경기장에 오셨으니 인증샷을 남기려는데, 지나치게 역광. ㅠ.ㅜ (해가 가장 강한 시간이기도 했다 ㅠ.ㅜ)



경기가 끝나고, 관중이 빠져나간 경기장을 쭉 둘러본다. 함성소리 가득했던 경기장이 조용해 지면 나는 돌아온다. 어머니와 난 조용해진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크게 환호했던 승리의 기쁨을 간직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윤정환식 축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날의 경기만큼만 해줘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 같다. 왠지 선수들이 감독의 요구(?)를 어기고 반항이라도 하듯이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이젠 진짜 당신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축구를 보여주길. 바래본다.



# 20년 넘게 한 팀을 응원하다보니, 구단에 대한 애착은 당연히 클 수 밖에 없고. 내 아버지. 삼촌. 이웃 아저씨 죄다 울산(현대)의 축구를 사랑했고. 응원했다. 그래서 우린 당연히 그게 숙명인줄 알고 응원했다. 그런데 선수들에게선 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질 않는다.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그런 팀에 대한 애정, 그리고 소속감이 없기에 팬들은 화가 나는거. 라는 걸 명심하길. 리유가 예전에 물었었다. "아빠는 서울사람인데 왜 울산 응원해?" 그리고 거기에 대한 내 답변은 "응. 울산은 내 팀이니까." 리유는 아빠 이상해라며 그게 뭐냐고 말했지만. 그게 내가 가진 울산팀에 대한 생각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