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올린 줄 알았는데, 하나 남았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마지막 동물원... 그리고, 봄 나들이. 

봄을 기다리는 지금의 계절에 어쩌면 딱 어울릴만한 추억일런지도 모르겠다.




안경 이모에게서 받은 선글라스를 쓰고 한껏 멋을 부린 리유. 도도한 척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자는건가? ㅎㅎ 암튼 흔들리는 차 안에서 흔들려 버렸다. 젠장.




따스한 공기와 햇살이 이쁜 꽃들과 함께 우리를 맞았다. 리유가 한창 좋아했던 꽃과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봄 소풍을 즐기기에 정말 좋았다. 1년 전 왔었던 곳, 리유도 동물도 무럭무럭 자랐다.




좀 더 컸다고 좀 더 집중해서 자연을 바라봤다. 햇살에 비친 통통 리유가 내 눈엔 언제나 천사다. 앞으로 다가올 봄이 더 기다려진다. 우리에게 어떤 봄이 오게 될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마침 기린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아빠, 저것 좀 봐봐. 기린도 우리처럼 소풍 나왔나봐." "으응.. 그러네?! 날씨가 좋아서 기린 가족도 소풍 나왔나봐." 사실, 기린은 저기가 집인데... 때론 그냥 그렇게 둘러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너무 사실적이면 재미없잖아.




이때까지만 해도 이러려고 선글라스 씌워준게 아닌데.. 본의 아니게.. =/=;;; 암튼 리유 기분 좋아져쓰~~!! 리유 표정과 더불어 옆에 있는 미어캣 녀석들과 희안하게 잘 어울렸다. 우리집 미어캣 리유양.




핫도그 귀신 부녀가 열심히 핫도그를 먹으며 봄소풍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집 삐순이는 심심하면 삐진다. 엄마한테 혼나면 언제나 아빠한테 와서 하소연하고. 그마저도 안되면 성질 부리고. 그래도 이쁘게 잘 풀어줘야지.






기분 좋아졌다고 사진 찍어달란다. 이때만해도 저렇게 이상한 브이를 즐겨 했었다. 꼬옥 그렇게 굴욕사진으로 아빠에게 놀림거리를 제공했어야 했냐? ㅎㅎ 배가 빵빵한 리유. 배부르니 더 신났겠지. 그래도 잘 먹으니 좋다야.




'어? 얜 누구지? 고릴란가?' 새끼를 등에 업은 고릴라가 리유 앞에 나타났다. 리유는 신기한듯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 이것 좀 봐봐. 여기 고릴라가 있어요."




고릴라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고릴라가 치던 피아노 연주에 리유도 동참했다.




아예 한 자리 차지하고 리유가 연주를 주도했다. 왠지 고릴라 손이 조금 민망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ㅎㅎ 근데 나 이거 왜 이렇게 귀엽냐.




실내로 들어와 쉬었다. 뭣 좀 먹어볼까 하는데 리유가 동물과자를 부셔먹고 있었다. 동물원에서 동물친구들을 .. ㅠㅜ. 리유 뱃속에 들어간 간식 친구들 만큼이나 호기심도 혈기도 무척 왕성했던 리유였다.


내가 이 녀석을 볼 때면 어릴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과연 어땠을까를 무척이나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어릴적 내가 부모에게 바라던 것들을 아이에게 잘 전해주고는 있는것일까. 나는 과연 아이에게 어떤 아빠로 남고 싶은가가 아닌 지금의 아이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되어 있는가. 보여지고 있는가. 내심 궁금하다.


건강하게 즐겁게 그렇게 그렇게 앞으로의 삶을 '봄 소풍' 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따스한 그 해 봄, 우리는 누구보다 더 따뜻하고 많이 웃었더랬지.



- 2014. 5.



# 사람에게선 지워지는 '기억' 은 없는거라고. 지우려 하지 않고, 좋았던 것만 기억하기. 그리고 잊으려 뒤로 미뤄두지도 않고, 좋게 추억하기. 난 그렇게 우리의 '청춘의 여름날' 을 기억하고 추억하려 한다. 정말 고마웠고 미안하고 좋았어. 많이 아쉽고... 10년이란 세월, 정말 쉽지 않았는데.. 즐거운 순간들 많이 만들어줘서 행복했어. 그리고 고맙다. 나와 오래 전 약속했던 모성애 잘 지켜줘서. 너도 행복하길, 정말 많이 사랑했기에 많이 힘들었다. 부디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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