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조금 남은 추억의 기록.


리유가 돌 무렵이었나, 암튼 그맘때부터 말문이 갑자기 트이기 시작해서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시절이 시작되었다. 조잘조잘 대는 그 작은 입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 했었다. 집근처 새로 생긴 아지터 였던 롯데몰에 자주 갔었다. 쇼핑몰이지만 쇼핑 보다 공원이 더 맘에 들었었던. 맘껏 뛰어다니는 리유와 난 그때부터 많은 공원들을 찾았던 것 같다.




공원 한 켠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 리유. 작지만 옹골차다 해야 되나. 암튼 야무진 작은 몸으로 여기저기를 누볐다.




호기심 많은 리유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 하나 하나에 다 돌아봤다. 누워 다니고 기어다니고 하던 세상이 이젠 걸어서 맘껏 이동하는 (아니 좀 더 나아가서는 뛰어다니는) 세상을 맞이하니 더 신기한 것 투성이었을거다.




'어... 어....?' 어째 걸으면서 넘 한 눈 판다 생각하던 찰라, 리유의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이 다음 상황은 짐작 하시는대로)




'쿵'. 그렇지. 나름 넘어지지 않으려고 약간(?)의 노력은 있었던 듯 하다. "리유야, 씩씩하게 일어나야지."




그렇지.. 잘 하고 있어.




한 번 넘어져서 일까. 땅을 보고 걷는다.... 가 아니라, 바닥에 있는 전구를 보고 밟을까 말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앞을 보고 걷는게 나을텐데.




'어...?? 뭐가 보이는것 같은데..?!' 아마도 자신이 비친 그림자를 보고 신기해 했던 모양이다. 그림자를 따라 요리조리 피해 보기도 하고..  그림자가 많이 신기했었나보다.




'만쉐이~~~~'. 아주 기분이 좋은 리유다.




이번엔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잔디밭을 걷는다. 풀 사이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걸까. 아이의 눈은 여기저기 탐방하기 바쁘다.




앗.. 아빠다. 아빠바보 리유가 아빠랑 눈이 마주쳤다. 슬슬 다가오려다 ,,,




'우.... ' 나잡아봐라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짧은 다리로 총총총 뛰며 달리다? 걷다? 암튼 생각보단 빨랐다. 그리고 머지않아 저 핑크색 운동화가 멈춰지지 않는 마법의 신발이었음을 알게 된다.




다른 한 쪽엔 시원하게 물소리를 내며 유혹하는 작은 폭포가 보였다. 그것이 신기했던 리유는 연신 입에서 "우와~" 소리를 계속 반복했다.




리유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아빠, 사진.. ?! 사진.. 찰칵 .. 하 뚤 셋." 사진 찍어달라는 소리다. 슬쩍 미소까지 띄워준다. 어른들의 야무딱지다라는 표현을 절로 실감하게 되던 순간 이었다.




이맘때는 사진 찍히는 걸 정말 좋아했고, 찰칵 소리가 나면 사진 찍는다는걸 잘 알던 리유. 늘 보는 거지만, 리유는 아빠의 카메라 렌즈 너머로 '찰칵' 소리를 내며 닫혔다 열리는 셔터가 참으로 궁금해 했었다.


늘 신기해 해서 덕분에 성능이 구닥다리라 건진 사진은 별로 없지만, 이쁜 표정을 종종 담을 순 있었다. 내 유전자가 전해져서 였을까. 이 녀석은 유독 소리에 민감한 반응들을 보였다. 어쩌면 그래서 사진 찍히는 걸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빠가 하는 일은 하려 하지마라. 그건 아빠만으로도 충분해.


틈날 때면 되도록 산책을 많이 하려 했다. 동네 골목길이든 어디든. 아기띠를 메는 것도, 힙시트를 착용하고 앉히는 것도.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다 좋았다. (물론 아이의 짐들을 챙겨주는 리유엄마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느새 훌쩍 큰 딸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그저 아빠가 해 줄 수 있는건 이런 산책, 같이 뛰어노는게 다지만 그걸 최고로 생각해주니 (물론 이 또한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 더 고마움이 크다 사실은.


우리.. 따스한 봄이 되면. 아빠랑 어딜 산책해 볼까. 좀 더 다양한.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너의 인생의 산책길. 아빠는 언제나 함께일 거야. 곧 웃으며 만나자.



- 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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