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구름을 가르는 날씨 좋은 날, 리유는 문화센터 시절부터 어린이집까지 늘 함께였던 단짝친구와 하늘공원에 놀러갔다. 둘은 티격태격 하면서도 알콩달콩 유아기의 많은 시간을 함께한 절친이다. 깊어간 가을 날씨 만큼이나 둘의 관계 또한 깊어지길 바랬었다.




두 녀석의 엄마들과 함께한 (좀 많이 어색했었다). 아기띠에 매달린 녀석들의 모습이 참 웃겼다. 한껏 머리카락이 자랐다고 뿔머리를 연출한 리유. 친구와 같이 와서 신났다.




"아빠, 얘가 승우에요." 뿔머리 리유가 아주 신나서 아빠에게 친구를 소개했다.




두 녀석은 아기띠에 매달린 채, 따스했던 가을의 정취를 맘껏 누렸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해서 아주 친했다. 싸울때도 많지만, 알콩달콩 손잡고 잘 어울렸다. 뭐 어린이집 선생님 말로는 승우가 리유를 많이 쫓아다닌다고. 이런 모습에 리유는 종종 새침떼기 서울뇨자의 도도함을 보였다. 승우는 리유가 참 좋았던 모양이다. 한때 내가 꽤나 경계했었단.. ㅎㅎㅎ





녀석들 이쁘게 핀 코스모스 앞에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꿀벌과 공룡이 뛰어다닌다. 둘이서 번갈아가며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마구마구 질문들을 쏟아냈다.




요 녀석들 어디로 튈지 모르니 가방에 이런 줄은 필수다. 특히나 호기심 천국 리유에겐 더더욱 필요했다. 가끔은 힘으로 그걸 뿌리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나았다.




갈대밭 사이로 뛰기 시작했다. 승우는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쉴 새 없이 달렸다. 리유는 조금은 어색한 길이었던지. 낯선 곳에 대한 '겁' 이 생긴건지. 천천히 뒤를 따랐다. 물론 달리기는 리유가 더 빠르지만.




앞서가던 승우는 리유를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리유는 그제서야 승우보다 빨리 가야겠다고 마음 먹어서였는지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마법의 핑크 운동화가 기능을 발휘했던 순간 이었다.




아이쿠...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승우보다 한참을 앞지르고 달리던 리유가 넘어졌다. 이궁 하필이면 돌 들이 있는 곳에 넘어지냐. 뒤 따라 오던 승우도 멈칫했다. 어지간해서는 잘 안 울던 리유가 울음을 터뜨렸다. 많이 놀랐나보다.




리유를 일으켜주려는데 갑자기 승우가 뛰기 시작했다. 손을 쭉 내밀어 도와달라는 리유의 손이 보인다. ㅠ.ㅜ 이 녀석 그냥 지나쳤다. 네 이놈...!!!!! (지켜 보겠다.) 리유를 일으켜주고 안아줬다. 그러고 잠시 뒤 ,,,




맘을 추스린 뿔머리 리유는 승우를 응징(?) 했다. 깡패가 따로 없다. ㅋㅋ 참 그러면 안되는데.. 승우 엄마 앞이라. 미안함과 괜한 후련함(?)이 들었다. 정말 미안하게도...




승우 엄마는 괜한 미안함에 리유 옷매무새를 고쳐 주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러다 리유가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의 아빠를 발견했다. 서... 설마,,




리유가 비장한 표정으로 아빠를 향해 다가온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뿔머리가 괜히 긴장하게 만들었다. ㅋㅋ




갑자기 아빠 사진 찍어달라며 렌즈 바로 앞에 서서 이러고 있었다. '아~~~' 한참 못난이 시절이라 아빠가 이쁘다는 소릴 별로 안해서 그런걸까. 아빠 앞에서 갖은 애교를 많이 부렸다.




당시 잘 되지 않던 '윙크' 도.




이번엔 '귀요미'. 짜쉭. 그래 귀엽고 이쁘다. 라는 말 한 마디에 뿔머리의 애교쇼는 비로소 끝이 났다. 앞으론 이쁘다는 말 자주 해줄게. 그나저나 여름에 넘 신나게 놀았나보다. 피부가 까맣게 탔네.




순간. 승우의 뽀얀피부가 부러웠었다. 우리가 애를 넘 많이 끌고 댕겼나보다. ㅎㅎ




그래도 이녀석이 삼촌 삼촌 하면서 잘 따르니 이뻐 보였다. 늘 어린이집에서도 리유만 찾고 잘 챙겨주니 한편으론 고마웠다. 내 딸 이뻐해줘서.




새초롬한 표정의 뿔머리 리유.




실컷 뛰고 놀다가 여기저기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리유야~~~."




'어? 누가 부르는 거 같은데..?' 엄마가 리유를 애타게 불렀다.




"아빠, 엄마가 불러요." "그래, 이제 리유 집에 가야 돼." 눈이 벌써부터 서글퍼진다. 안그래도 아빠닮아 미안한 세모눈이 더 짙은 세모눈이 되어 아빠를 슬프게 바라봤다. ㅠ.ㅜ ㅎㅎ



아쉬움에 사무쳐 하는 두 녀석은 엄마들에 강제 아기띠행이 이뤄졌다. 함께 뛰놀던 박 터널도 지나고.




스쳐간 가을 코스모스도 지나고.




길고 긴 산책로도 지난다.


단짝 친구 두 녀석의 산책길.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으리라.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공원이 근처에 있던 것도 좋았고.

조금은 어색했지만 아이 엄마들의 고충(?)도 조금은 들을 수 있었다.


두 아가는 좋아하던 타요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며 쌔근쌔근 잘도 잤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의 인연은 부모가 만드는게 아니라,

스스로 만든 인연에 부모가 함께 참여함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뿔머리 세모눈 ..

이쁘다 이뻐.



- 201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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