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리유는 목감기가 걸려 있었다. 다소 초췌해 보이기까지해서 맘이 조금 아팠다. 전하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리유에게 필요할 것 같아 목도리, 장갑 등을 해 줬다. 따스하게 목을 감싼 리유와 서둘러 병원부터 갔다. 오랜만에 아빠 만나 리유는 신나서 팔랑팔랑 뛰었다.


음.... 병원에서 진찰 받으려 살펴 보는데 목도리가 온데간데 없었다. 나름 꽤나 신경썼었던 목도리가 없어져서 많이 안타까웠다. (사실 비싸기도.. ㅠ.ㅜ) 누군가 가져갔을것 같았지만 리유가 보고 있어서 참았다. 많이 아쉬웠지만, 얼른 새 목도리를 사서 둘러줬다. (에잇. 그냥 잊자. 라고 하기엔. 그냥 많이 아쉬웠다.)


- "리유야, 아빠 만나니깐 좋아?"

- "네. 아빠 보니깐 리유는 엄청 좋아요."

- "리유야, 아빠랑 하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 있어?"

- "키자니아!!"

- "엥? 아빤 리유랑 실내 썰매장 가려고 했는데..."

- "에이. 리유는 아빠랑 키자니아 가고 싶어요. 어린이집에서 갔는데 아빠랑도 가고 싶었어."

- "그래, 가자."

- "신난다.. ~~♪♬"


아파서 힘 없어하던 리유 맞나 싶었다. 역시나 리유는 아빠 만나면 꼭 들르는 솜사탕 아저씨 한테로 가서 핑크색 솜사탕 주세요. 라고 말했다. 솜사탕을 먹으며 지하철을 타고 가다 아빠 품에 안겨 곤히 잠들었다.


"리유야, 도착했어."


눈을 번쩍 뜬 리유는 신나했다. 함께 밥부터 든든히 먹고, 수 많은 아이들이 있는 키자니아로 향했다. '언제 그런 곳을 소리치며 가고 싶다고 의견을 말하는 것일까. 좀 더 크긴 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를 만난 아침부터 내내 리유는 손가락을 다 펼쳐 보이며 이제 리유는 6살 언니가 됐다고 자랑했다. 나이를 먹는다는게 자랑이 되는 나이였구나. (아빠는 점점 아쉬워만지는데..)


암튼 우린 길고 긴 줄을 견디고 드디어 입장했다. 처음 가 본 나는 어리둥절 했다. 모두가 춤을 추고 있었기에..




먼저 도착하자마자 리유는 인형과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어찌나 신나했는지 도착하자마자 점퍼를 아빠에게 맡기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진 찍어달라 소리쳤다. 오랜만에 밝은 브이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힘이 됐던지 모르겠다.




첫 번째로 리유가 고른 체험은 '액터'. 짜쉭. 역시 피는 못 속이는건가. 무대를 보자마자 뛰었다. 기다리며 바라보는데 사알짝 긴장한듯한 얼굴도 보였다. 주위엔 죄다 언니 오빠들 뿐이라 그들의 행동을 살피는 것도 중요했으리라. 야야... 긴장 많이 하는 것도 닮냐. ㅎㅎ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긴장한 기색이 뚜렷해졌다. 아빠가 준 지갑을 꼬옥 잡고 긴장 안한 티를 내려고 했지만 많이 긴장한듯 보였다. 내가 다가가 리유는 잘 할 수 있다 말하고 손을 꼭 잡아줬다.




그러자 조금은 긴장이 풀렸는지(?) 사알짝 웃어줬다. 언니 오빠들이 많아서 긴장했을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할게.





리유가 잠깐의 교육(?)을 받으러 들어가고 기다리며 여기저기를 찍었다. 이쁘게도 해 놨네. 리유는 이날 탭 댄스를 배우게 됐다. 나는 재롱잔치 같은걸 정말 꼭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그랬다. 친구나 주변 지인들의 그런 자랑질에 어찌나 부러웠던지. 암튼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웠는지 모르겠다.




유리창 안으로 살짝 들여다봤다. 빼꼼히 언니들이 구두를 신는걸 유심히 보고 있는 리유. 아마도 이 모습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거울로 봤다면 깨버렸을지도... ㅎㅎ (딸등신이 보고 있는 모습은 상상도 마시라)




리유가 민망해 할까봐 밖의 다른 곳을 사진 찍는척 하며 나무만 주구장창 찍어댔다. ㅎㅎ




다시 살짝 들여다보니 엄청 열심히 선생님을 보며 춤을 배우고 있었다. 내 딸이어서 주관적 느낌 100%로 가미하면,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라는 지독히 편파적인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ㅎㅎ





이곳은 부모는 밖에서 기다림. 아이들의 체험을 위주로 한 곳이어서. 부모들은 이렇게 밖에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며 이곳저곳을 둘러 보는데.. 우리는 알바 아니면 체험해 볼 수도 없는 그런. 많은 직업들을 체험해 볼 수 있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쁘기도 이뻤고. 실제 매장과도 매우 흡사했으니. 어른들 보기에도 꽤나 흥미로웠다.




"부모님들 극장으로 들어가세요." 라는 말이 들려왔다. 서둘러 작은 극장에 자리잡고 앉았다. 붉은색 커튼 뒤에 있는 아이보다 내가 더 긴장했던것 같다. 나도 리유만할 때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연극을 시작했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더군다나 그토록 보고팠던 리유가 무대에 선 모습이라니. 나도 모르게 손을 떨고 있었다. 이런...;;;




커튼이 열리고 리유와 언니들이 무대에 나왔다. 사뿐사뿐 허리에 손을 얹은 리유는 선생님과 언니들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춤을 췄다. 니가 어리기도 가장 어렸지만, 언니들 틈에 있으니 더 작아 보이네. ㅎㅎ




아빠가 본다는게 좋아서였을까. 리유는 유독 아빠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요리조리 움직이는 손놀림이 정말 이뻤다. 아,, 정말 기다렸던. 보고팠던 모습 이었는데 ...





아,, 망했다. ㅠ.ㅜ 평소 답지 않게 노출이며 측광을 조절하지 않아 엉망이 됐다. 나도 긴장을 많이 했나보다. 아빠가 미안하네. 조명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미안. 그저 입 헤 벌리고 공연에만 집중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그땐 잘 찍어줄게 리유야.




짧디짧은 공연이 끝나고 리유는 옷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아.. 엄청 미안해졌다. 아무튼 사진 찍으랴, 동영상 찍으랴 좀 손이 바쁘긴 했지만. 동영상엔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나마 위로 아닌 위로가 됐다.




이번엔 리유가 사이다 만들러 왔다. 여긴 오빠들이 많았다.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선생님이 말하는대로 열심히 따라 말하고 있었다.




잠시 쉴 때, 리유가 아빠를 바라봤다. 잠시 틈만나도 아빠를 찾아보고 있으니 너도 나만큼 아빠바보인가보다. ㅎㅎ




사이다 공장(?) 옆을 봤다. 뭐 초콜릿 공장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신나할만한 곳들이 잔뜩 있었다. 시간만 많았다면 다 둘러보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우리가 넘 늦게 와서 좀 아쉬웠다.




그 사이, 리유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사이다 만드는것을 배우고 있었다. 모니터를 응시하는 눈빛이 넘 진지해서 장난을 못 걸겠다.





마지막 바코드를 붙이는 과정을 하는듯 보였다. 작은키, 짧은 팔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사이다를 만들었다. 나중에 사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만드냐니깐, 엄마가 사이다를 좋아해서 란다. 아이쿠 기특해라.




사이다는 엄마 준다고 했고, 이번엔 리유가 여기 재밌다고 부리나케 달려온 라면공장. 라면을 만들겠단다. 그래 오늘은 오뚜기 요리사인가? 라면도 엄마 준단다. 그래... 아빤 라면 별로 안 좋아하니 다 줘. 리유 지갑에 있던 돈을 내서 조금은 심드렁한 표정이다. (여기선 일부 체험에선 미리 나눠준 가상의 돈을 내게끔 했다. 부모로썬 교육상 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돈을 내야하는 입장의 아이들에겐 적잖이 속상했었던듯. ㅎㅎ)




여기서 일하려면 일종의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리유가 또박또박 이름을 적고 옆에 오빠에게 전해준다. 이렇게 보니 다 큰 어른 같기도 하고. 지켜보는 내내 흐뭇했다. 그리고 조금은 긴장도 됐었다. 리유가 한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아빠의 아무런 조언 없이 혼자서 잘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 했는데 보란듯이 꼼꼼하게 잘 적고 옆에 오빠에게 설명까지 해주며 전해줬다. 참으로 기특했다.




체험시간이 다가오니 조금 긴장되긴 하지? 평소 같으면 장난도 치고 그랬을법한데 꽤나 진지했다. '너 여기 체험하러 온거야. 너무 그렇게 진지할 필요는 없어.'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가끔은 체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판단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리유가 들어간 '라면 연구 센터' 내가 개인적으로도 살짝 좋아하는 브랜드인 오뚜기. 리유는 안에 들어가서 어떤 설명을 듣고 있을까. 들어가기전 엄마가 좋아할 만한 라면을 묻는 리유에게 이거 고르라고 알려주고 들여보냈다. 수 많은 엄마들 사이에 앉아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리유야 빨리 나와. 아빤 여자들 틈에 오래 못있어.. ㅎㅎ




리유가 나왔다. 다들 큰 오빠들과 언니들이었다. 그 틈에 끼어있는 리유가 이번엔 더 작게 느껴졌다. 방학을 맞아 직업들을 체험해보려 왔나보다. 내가 느끼기에도 리유가 배우기엔 조금 더 커서 와도 될 법한 것들이 종종 보였다. 그래도 저녀석이 기죽지않고 있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장난치던 오빠들 사이에서 굉장히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이런저런 실험들도 꽤나 재밌었나보다.




무슨 냄새가 났을까. 리유는 코를 잡고 있었다. 아마도 식초 같은게 있지 않았을까. 추측만 할 뿐이다. 순간 포착된 이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정말 재밌나보다. 신나게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말도 잘 따라하고. 유리창 너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데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재밌어하고 정말 열심히 배우니 보는 내가 다 고맙더라. 너무 재밌어보여서 나도 해보고 싶다고 하니 리유는 어른은 밖에서 사진 찍어주고 해야돼. 여긴 아이들만 체험하는 곳이야. 라고 아빠를 말렸다. ㅎㅎ (철 없는 아빠라 미안.)




밖에서 지켜보던 아빠에게 리유가 라면을 들어 보이며 즐거워했다. "아빠, 리유가 라면 만들었어요." 아주 신나 보여서 나도 덩달아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다.




어찌나 신났던지.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춤까지 춰댔다. 그렇게 좋은걸까. 아빠가 봐줘서 좋은걸까. 아무래도 다 좋다. 내 아이가 즐겁다면야.




아쉽지만 이제 돌아가야 한다. 굉장히 아쉬워하는 리유를 달래느라 조금은 힘들었지만. 병원 들렀다 오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던 만큼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생각보다 리유는 아빠를 잘 이해해줬고, 아쉬운대로 표끊을때 함께 받은 팝콘 쿠폰으로 달래어졌다. 혼자 먹을거라며 뒤돌아서 먹는다. 달라소리 안할게 아빠좀 봐줘.




아이고 지지베. "이거 리유 혼자 다 먹을 꼬온~대." 라며 슬쩍 돌아서 아빠를 놀려댄다.




"아빠 좀 봐줘." 라고 말하니, 슬쩍 고개 돌리며 윙크까지 한다. 이 녀석. 눈웃음이 보통이 아니구나. 요 녀석이 내 딸이라니. 가끔은 믿어지지가 않아서 너무 좋다. ㅎㅎ




마지막으로 회심의 눈웃음+윙크 한 방. ㅎㅎ 제대로 저격 당했다. 리유는 여기가 좋아? "네." 이 굵고 짧은 대답 하나로 이날 하루 즐거웠음을 느꼈다. 그래 니가 즐거우니 아빠도 즐겁다.


떠나기전. 리유에게 옷을 입히며, 리유에게 오늘 더 많이 못 놀아서 많이 아쉽다고 하니 오히려 아빠에게 위로했다. "아빠, 아빠 여기 또 오고 싶어? 그럼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또 오고 싶으면 리유한테 말해. 리유가 데리고 올게요." 푸하하ㅏ... 제대로 당한걸까? ㅎㅎ


볼 때마다 '언제 이렇게 컸지?' 라며 스스로 놀라기도 감탄하기도 한다. 점점 아빠의 정신연령을 넘어서려 하는 것 같아 사알짝 불안해진다. ㅎㅎ


이전에는 리유는 아빠가 정해 놓은 곳에 가서 정해놓은대로 재미나게 놀았다면. 이제는 리유 스스로 하고픈것. 가고픈곳을 생각해두고 아빠에게 의견을 말한다. 참으로 놀라기도 했고, 솔직히 더 좋았다. 내가 생각했던대로만 움직였다면 아마도 덜 재밌었을것 같긴 하다.


다음엔 좀 더 신나게 놀자. 감기 빨리 낫고, 더 건강해라. 새해 복 많이 받아 리유. 사랑한다 딸.


'그런데 리유야, 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너의 꿈은 무엇이니?' 아빤 니가 정말 재밌고 즐거운걸 했으면 좋겠어. 그게 아빠의 꿈이야.



- 201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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