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강원2017. 1. 16. 14:10
     

걷고 또 걸었다. 속초는 그리 큰 곳이 아니기에 제법 걸을만했다. 그래도 다리는 좀 아프겠지만 뭔가 눈과 마음에 와 닿는게 많았다. 터미널로 향하기 전,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었다. 카페를 찾아 걷던 중, 청초 호수공원 인근에 정박해 있는 배를 발견했다. 그리고 바다를 보았다.




제법 큰 배가 정박해 있었다. 뭘하는 배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었으나 경찰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분명 호수인데 바닷물이 들어와 있는. 꽤나 신선하고 독특했다.




저 멀리 호수공원 전망대도 보이고, 눈 앞엔 오징어배가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뭐 잘 보지는 않지만 1박 2일에 나왔던 곳도 있다더라. 새벽 조업에 가려다 날씨 때문에 안가게 되었다는. 뭐 그런.




물을 바라보는데 묶여있는 타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타이어의 용도는 칫솔만큼이나 활용도가 높은것 같다. 올 해엔 더욱 무사히 어부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괜히.




빗방울이 다시 굵어졌다. 부랴부랴 커피가게로 들어왔다. 청초 호수공원 주변에는 로스터리 카페가 참 많았다. 고소한 커피 볶는 냄새가 진동했다. 우선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조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뉘신지? ㅎㅎ




아이고..?! 뭐지? 의자인가? 그런데 초 받침대로 쓰이고 있네. 북미나 아프리카 지역에 있을법한 조각품이 있었다. 내가 앉은자리 바로 옆에 있어서 괜히 새로운 친구를 사귄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카페에는 재미난. 그리고 독특한 것들이 많았는데. 바로 옆엔 또 신기하게 생긴 구슬 모형의 무언가가 보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쁘다야. 집에 데려오고픈 녀석이었다.




수도꼭지? 음.. 이건 스탠드 조명을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한 번 돌려보고 싶었지만, 사방에 CCTV 가 아주 예민하게 찍고 있어서 그냥 보기만 했다. ㅎㅎ




사람들의 웃음, 대화 너머로 오래된 선풍기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선풍기를 장식처럼 진열해 놓으니 꽤나 멋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이 됐다. 그런데 왠지 친숙하다. 아... 알면 안되는데... 이 선풍기를 안다는건 나도 '아재' 란 말이지.




커피 말리. 이름도 정겨웁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메모도 정리하고 제법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참고로 여기 커피. 정말 맛있었다. 보통 서울에선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기 힘들어서 직접 내려 마시는데, 내 입에 딱 맞는. 오히려 그것보다 뛰어난 커피를 찾았다. 앞으로 속초오면 커피는 무조건 마셔야지.




굉장히 멋져보이는 노신사 한 분이 코트를 벗어두고 한참동안을 이곳에 앉아 책을 읽으셨다. 어르신이 떠난 후 그곳을 바라봤다. 멋진 사람이 머문 자리는 떠난 후에도 멋져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 영화에서 처럼. 나도 나중에 어르신의 연세쯤 되는 나이때엔 그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곱게 늙는것이 아닌. 멋있게 늙는것. 어쩌면 이게 나의 인생의 최종 목표이자 꿈일런지도 모르겠다.


이곳엔 많은 어르신들이 커피를 즐기셨다. 내가 몰랐던 것일까. 마냥 바다를 끼고 산을 끼고 있는 시골인줄만 알았는데, 커피를 즐길줄 아는 멋진 어르신들이 많은 여유로움이 있는 곳이었다.


속초 여행의 끝을 진득하고 멋스러운 커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가졌던 생각들 비워낼 수 있어서 좋았고. 마지막 커피가 인상적이었는지. 짧은 시간동안 보낸 속초에서의 불편함, 어색함 따위는 죄다 잊어버리게 됐다.


비로소 걸어야 보이는 길들을 직접 걸으며 나는 많은 것을 보았다. 다소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보다 많은걸 느끼고 배우게 됐다. 도움이 많이 됐다.


다음은 또 어디를 걸어볼까. 적어도 여행에선, '불편함' 이 좋은것을 선물해 주는 것 같다.




'떠.나.볼.까. > 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초] 영금정  (2) 2017.01.15
[속초] 속초해수욕장  (2) 2017.01.13
[속초] 속초의 밤  (2) 2017.01.11
[춘천] 남이섬  (2) 201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