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강원2017. 1. 11. 18:10
     

지난 주말, 모처럼의 시간이 허락된 시간. 나를 위해 쓰기로 했다.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가보고 싶었던. '속초' 행 표를 끊었다. 고속버스는 굽이굽이 자연을 벗삼아 달렸다. 일을 마치고 갔던 터라,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도착 할 수 있었다. 이런.. 밤바다를 또 봐야 하나. 밤바다와 나는 어떠한 연결고리 처럼 느껴졌다. 속초의 첫 인상. 첫 밤. 왠지 '시원함' 이 가득 느껴졌다. 아련한 시골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도 하고.




이른 저녁이었지만, 해가 빨리 떨어졌었다. 누가보면 밤 10시쯤은 되는줄 알겠다. 겨울바다의 밤을 만끽했다. 생각보단 덜 추워서 였을까. 많은 사람들, 커플들 .. 이 소복소복 쌓이는 밤풍경 이었다.




파도가 쳤다. 너무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어서 휴대폰에 녹음을 했다. 이 소릴 얻고 싶어서 속초바다를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파도는 역시 동해 인건가.




해변에 길게 깔리는 조명빛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모래도 고와서 밟으면 소복소복 눈을 밟는 느낌마저 들었다. 금새 운동화 틈새 사이로 잔뜩 모래가 들어왔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나를 위한 바다빛 이라며 스스로 위로의 축하를 했다.




반대편 먼 바다를 바라봤다. 잔뜩 어둠이 낀 가운데 빛나는 설악대교가 보인다. 꽤나 아름다운 바다도시 였다.




무엇에 끌렸던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향해 걸어왔다. 이쁜 조명에 비친 하트나무가 참 매혹적이었다.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길..





어둠이 짙게 깔리니 바다는 잔잔히 보이고. 왠지 도시의 불빛들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가 어릴적 스케치북에 그렸던 그림들처럼.




빛을 잔뜩 머금은 방파제에 파도소리, 불바람 소리가 울려 퍼진다. 굉장히 아름다운 연주였다.




돌아보며 되돌아 온 길을 다시 돌아본다. 어떤 꿈. 어떤 희망들을 가득 담고 있었을까. 아무튼 슬슬 배가 고파졌다. 밤바다는 이쯤으로 해두고 닭강정을 사러 길을 나섰다.




걸었다. 한참을 걸었다. 거기가 어딘데 걷다니... 그래도 맑은 공기 마시며 걸으니 기분은 상쾌했다. 멀리서 봤던 설악대교를 걷는다. 동작대교 만큼은 아니지만 이뻤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 말로만 듣던 아바이마을이 보였다. 그곳에서 흘러 나오는 불빛들이 아름다웠다.




내가 걷는 반대편에 나처럼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커플 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민망한듯 나는 다리의 상부 아치를 찍었다. 어쨌든 이쁜거 하나 건졌네. ㅎㅎ




조금 더 걸으니 금강대교가 나왔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느낌이 묘하게 좋았다. 평평한 다리가 아니라 언덕위에 지어진듯한 다리가 느낌이 좋았다.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콧끝을 자극하고.




중앙시장에 들러 닭강정 하나를 부랴부랴 샀다. 무슨 닭강정 찍어내는 공장 같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틈 속에서 유유히 씨앗호떡도 먹었다. 돌아오며 바라본 다른 쪽 시선에 들어온 밤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바다와 연결되는 호수라는 말도 있고. 암튼 호수공원이라더라. 배도 떠다니고. 참 묘한 아름다움 이었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빛들. 어둡지만 잔잔히 찬란한? 암튼 느낌이 그랬다. 차가워진 손을 호호 불며 숙소로 들어왔다. 속초의 명물이라던데 한 번 먹어볼까.





와~ 한 눈에 봐도 양이 많았다. 처리하기 쉽게 순살로 샀다. 많은 사람들이 만석 닭강정을 샀다. 이 동네에선 중앙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고. 암튼 사람 많은 건 별로라 비교적 사람이 적었던 중앙 닭강정을 샀다.


사진으로는 빨갛게 매워 보였다. 한 입 먹으니.. '으잉??' 달다.. 달다.... 겉은 바삭하고 양념도 생각보단 맛있었다. 아이들이 먹기에도 맵지않고 딱 좋은 (아니 조금은 더한 것 같은) 달달함 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닭이 너무 푸석푸석 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왜 유명한건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왠만해서는 닭이라는 존재를 남기는 법이 없는 나는 결국 남기고 말았다. 처음 이었다. ㅠ.ㅜ


닭강정에 실망하긴 했으나, 밤거리 곳곳을 걷고. 길가에 사람들이 적었던 터라, 노래도 부르고. 제법 신나는 밤산책 이었다. 빌딩 숲 도시에서 미세먼지에나 당하던 나의 기관지는 모처럼 호강했다. 아름답게 살랑거리는 겨울 바다의 냄새가 무척 좋았다.


나의 첫 속초에서의 밤은 맥주와 함께 진득하게 취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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