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집 앞 도로에선 벚꽃축제가 열렸다. 리유가 아주 어렸을땐 나오기가 망설였었다. 여전히 어리지만, 활발했던 리유가 처음 본 벚꽃은 정말 '아름답다' 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여느때처럼 늘 가던 산책길을 돌고돌아 벚꽃축제가 한창인 곳으로 돌아왔다. 그해 봄은 정말 그렇게 그렇게.. 따스했다.




아직은 낯설었던. 카메라를 늘 이렇게 주시했다. 침쟁이 리유는 여전히 침을 질질 흘리면서 아빠의 카메라를,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아이에게 이런말은 좀 그렇지만. 참 잘 생겼다. ㅋㅋ




특유의 세모눈을 반짝이며 정말 즐거워 했다. 두살배기 였던 이 녀석은 엄청나게 활동적이었다. 집안에 있는것이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리유는 아가때부터 그렇게 밖에 나가는걸 정말 좋아했다.





"아... 안돼~!!!!" 리유에겐 아빠의 카메라 렌즈 너머로 셔터가 찰칵하며 닫히는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침 잔뜩 바른 손으로 렌즈에 손가락을 꾸욱 하고 넣는다. 순간 방심했다 기습 당했다. ㅠ.ㅜ





푸른 하늘과 벚꽃들이 팝콘을 튀기고 있을때의 하늘은 마치 내가 한 아름 이쁜 꽃다발을 안고 있는듯 아름다웠다. 그런데,,,




짜증이 났다. 꽃가루며 미세먼지 때문에 유모차 커버를 닫았더니 이렇게 짜증을 부린다. 답답한걸 못참는 성격. 아빠가 미안했다. 날 닮아 그런거니.. ㅠ.ㅜ 조금만 참아 리유야. 난 이런 모습도 사랑스럽게 보이는걸 보니 참. ㅎㅎ




실컷 땡깡 부리던 리유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선배나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던 아이가 잘 때가 가장 이쁘다는 말을 실감했었다. 함께 놀때도 사랑스럽지만, 잠든 모습은 더 사랑스러웠다. ㅎㅎ 고집도 쌔고 땡깡도 많이 부리고 참 힘든 아이였다. 그럼에도 한 번씩 '씌익' 웃으주면 모든것이 다 녹아 버리는. 참으로 신비한 생명체다.




깼다. 그런데 여전히 유모차 커버는 닫혀있고.




에잇. 이거나 씹자. 치발기를 열심히 물어 뜯는다. 물론 이는 없었다. ㅎㅎ




집 앞 도로에선 벚꽃축제가 한창 이었다. 재미난 놀거리에 맛있는 음식들에 팝콘처럼 잘 튀겨진(?) 벚꽃들.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나,,,,




여전히 유모차에 갇혀서 모든게 '그림의 떡' 이 된 상황에 이녀석은 급기야 발길질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발길질이 유독 강했던 이녀석. 엄청난 에너지를 작은 유모차 안에서 뿜어내고 있었다.


축제 현장의 많은 즐거움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벚꽃 나들이는 그렇게 발길질로 마무리 됐다. 리유에게 이날의 기억은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까. 기억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어쨌든. 날씨가 궂은 형편이 아니라면 언제든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물론 부모는 지치지만, 다시는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보여주고 싶었다. 더 많은 세상을. 까탈스럽기로 소문났었던 리유공주를 데리고 나온다는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지만. 이런 경험들이 지금의 리유를 이해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아꼈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딸 리유.

이녀석의 꿈이 작디작은 유모차에서 시작했지만,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넓게.

생각도 걸음도 성장하길 바란다.


"리유야, 너의 꿈은 지금 어디까지 닿아있니?"



- 201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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