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말, 갑자기 추워진 날씨. 겨울다운 겨울을 맞이한 그때. 오랜만에 리유와 뮤지컬을 보러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산타가 등장했고. 그곳에 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리유의 깔깔웃음에 나도 즐거웠다. 늑대는 내게 와서 도움을 요청했고, 리유는 신기하게 늑대와 아빠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그렇게 둘이 즐긴것도 오랜만이네. 재미난 추억도 만들었네.
- "리유야, 재밌었어?"
- "네."
우린 잠시 쉴 겸, 밥을 먹었다. 녀석이 많이 웃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던지. 밥을 아주 맛나게 든든하게 먹었다. '어??' 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밥을 먹기 전. 오후에는 같은 건물에 있던 실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기로 약속을 했었다. 마침 밖엔 비가 조금씩 부슬거리며 내리기 시작했고. 비가 오기전 도착한 실내 놀이터 입구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리유의 옷과 가방은 내게 전달됐고...
머리에 달고 있던 머리핀을 빼서 아빠에게 건넨다. 그래 본격적으로 '제대로' 놀겠다 이거지? 옷에 그려진 미니 마우스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었다. '그래, 아빤 각오하고 있다.' ㅎㅎ
먼저 큼직큼직한 블럭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리유. 어떤걸 만들어볼까. 요리조리 굴려본다.
"아빠, 이건 벽돌처럼 생겼는데 하나도 안 무거워요." 라며 이리 붙이고 끼우기도 하고 재미나게 논다.
리유가 좋아하는 자동차도 맘껏 운전하고.
이번엔 볼풀장에 다이빙도 하고 이리저리 공을 만지작 거린다. 왠지 손에 꽉 쥐고 있는 저 공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공을 들어 보인다. "야야.. 그거 아빠한테 던질거 아니지?"
"히히.. 저기 공룡한테 던질 거예요." 그... 근데 너 던지는 폼은 어째 좀 이상하다??!! 그러면 멀리 안 날아갈텐데.. ㅎㅎ
다다다닥... 어디론가 뛰어간다. 리유를 부르며 따라가본다. 호기심 많은 리유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매순간 넘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내 짐과 리유짐을 갖고 카메라까지 들고 달리는 내 몸은 흠뻑 땀으로 젖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눈은 점점 판다가 되어가고 있어.. ㅠ.ㅜ)
"리유야, 너도 해 보려고?" 언니오빠들이 하는건 지도 언니라고 다 해보려고 한다. 근데 너 표정은 아까의 그 적극적이던 모습과는 좀 다른것 같다야. 넘 겁먹지마. 내 눈엔 여전히 아가아가한 이 녀석이 뭔가를 해 보려는게 참으로 기특하기도 하고 흐뭇하다.
만세를 외치며 보호장구를 다 입었다. 여전히 조금은 얼어있는 상태.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하다.
출 발~~~!!! 좀 전에 잔뜩 긴장한 리유의 모습은 사라졌다. 씩씩하게 걸어가네.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지만, 중간 중간 있는 안전요원들 덕에 안심하고 지켜볼 수 있었다.
잘하고 있어. 짜쉭. 제법 용감하게 장애물들을 잘 통과하고 있었다. 겁순이가 이럴때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짝짝짝.. 험란한(?)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리유다. "잘했어. 리유야." 본인도 뿌듯했던지. 아님 정말 겁먹었던건지. 다 마치고 아빠에게 와서 뜨겁게 안겼다.
아빠를 이 앞에 앉아 있으라 하고 숨바꼭질 중이다. "리유야~" 라고 불러봤다. 소식이 없다. 다시 한 번 ... 부르는데..
꺄르르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내려왔다. 아빠 놀리는 재미가 좋은가보다. 장난꾸러기..
미끄럼틀을 신나게 탄 리유와 난. 이번엔 좋은 향기가 나던 방을 들어갔다. 편백나무 조각들을 모래처럼 깔아놓고 노는 방이었다. 이리저리 만지고 모래처럼 뿌리기도 하고. 촉감과 향이 좋아서 모래놀이 보다 더 재미나게 놀았다.
트럭에 실었다 빼기도 하고.. 통에 담기도 하고.. 리유만큼이나 어린 생각을 가진 나는 리유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릴 때 나도 흙을 갖고 많이 놀았던 기억도 나고. 아이디어가 참 좋았다고 생각했다. 작은 나무조각으로 모래나 흙처럼 갖고 놀 수 있는게 보는것보다 훨씬 좋았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남은 시간.. 늘 그랬던 것처럼.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리유와 신나게 놀았다. 생각보다 꽤 넓어서 아이들이 많았음에도 충분히 달릴 수 있었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 짧은 시간 리유가 엄청 즐겁게 논 것은 분명해 보였다. 보통은 여길 나오려면 한참을 설득해야 하는데, 실컷 놀았다고 나가도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돌아가는 길에 내 몸을 점검해 봐야?? .. ㅎㅎ
나는 리유가 뭘 원하는지 안다. 공부나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엄마가 다 해 줄테니. 넌 놀고싶은거지. 아빠가 해 줄 수 있는건 맘껏 함께 노는것. 나는 다른 아빠들처럼 뛰어나질 않으니 놀아줄 수는 없다. 그냥 같이 노는것. 놀아주는게 아닌.. 암튼 말이 이상할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하는 말은 그렇다. 리유의 주파수에 내가 맞추고 함께 하는게 내 역할이라 보여진다.
우린 이렇게 또 큰 땀을 흘렸다. 그 큰 땀들이 모이고 모이면 우린 둘 다 성숙해 있겠지. 다음엔 뭐하고 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