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사알짝 무더워질 법 했던 그날의 오후. 바람 쐴 겸 들른 '인천 대공원' 의 산책길 추억을 떠올려 본다.
초록초록 풀냄새가 가득했던 그 풀밭에 서서 먼 풍경을 한가로이 바라보았다. 삐그덕 삐그덕 사람들이 다리를 건널때 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매우 정겨웁게 느껴졌다.
안녕? 꽃들이 수줍게 나를 반겼다.
어허.. 안녕하시오.. 보기만 해도 굉장히 유쾌해지는 장승(?)이 또 나를 반겼다.
숲 속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큰 규모의 나무숲이 굉장히 선선하고 좋았다.
빼꼼 .. 초록색 나무들 사이로 빨간 잎을 가진 나무가 빛을 발한다. 아주 수줍게 웃고 있길래 한 컷 찍어줬다.
매미가 우는 여름이 되면 이곳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겠지. 아마도 이 부근 어딘가에서 삼둥이가 아빠 송일국과 노는 장면이 나왔을 거다. 어찌나 반갑던지. (물론 내가 갔었을 때 보단 더 뒤의 일이다)
화장실 담. 그곳에 있는 넝쿨 마저도 초록초록 이쁜색 옷을 입고 있었다. 어릴 적 살던 집 담벼락이 떠오른 순간 이었다.
안녕, 넌 누구니? 마구마구 인사하고픈 녀석이 나를 반겼다. 그냥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ㅋㅋ)
자꾸 누가 날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돌아봤더니, 소 한 마리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나도 찍어줘." 알았다. 알았어 찍어줄게. 됐지? ㅎㅎ
나오려는데.. 길가에 덩그러니 유모차와 오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 음.. 이땐 길 한 복판에 이렇게 놓고 가면 어쩌냐며 타박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 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어쨌든 덕분에 재미있는 사진 하나를 건졌다.
ㅎㅎ 내가 좋아하는 코끼리. 없었으면 서운할 뻔 했다. 입구쪽에 있던 코끼리도 한 컷.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하는데 .. 노란 물결을 이룬 꽃들이 아쉽게 배웅하고 있었다. 그래 안녕...!!
돌아서다, 돌아서다, 걷고 또 걷다.
지금도 물론 산책을 좋아하지만 예전에도 정말 많이 걸었었다.
걷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몰랐을 법한 풍경들이
소소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참 좋은 것 같다.
어울리지 않게 아기자기한 것들에 굉장히 호감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또 찾아서 걸어볼까.
걷는건 그만큼 제법 유쾌한 행동이다.
- 2010년 5월.
# 이 맘땐 정말 인천을 많이 찾았었다. 인천에 사는 친구집에 찾아가면서 집돌이인 그를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 부단히도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래서 이때의 사진은 인천에서 찍은 사진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이로 인해 인천이란 도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약간의 편견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편견없는 세상... 마치 그분이 꿈꾸던 세상인데, 이젠 우리가 이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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