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다. 어디갈까 하다가, 가까운 파주의 '평화누리공원' 으로 갔다. 하늘은 맑고 청명했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살짝 땀이 옷에 벨 정도의 풋풋한 더움이 있었다. 공원의 이름처럼, 우리의 멀지 않은 미래엔 정말 '평화' 가 있길 희망한다. 서로 편가르고 싸우는건 정말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전철을 타고 끝까지 끝까지 달렸다. 처음 가 본 '임진강 역'에서 내렸다. 말로만 듣던 임진강을 바라보면 왠지 맘 한 켠이 먹먹해진다. 군시절 직접 마주해야 했던 분단의 아픔과는 좀 달랐다.
한참을 걸어 공원에 들어왔다. 멈춰버린 열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끊겨버린 철로, 그리고 녹슨채 멈춰진 열차. 많은 생각이 오갔다.
달려 달려!! 넓게 펼쳐진 잔디밭 위에 아이들이 달린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어울렸다. 이런 조형물은 시시때때로 바뀐다. 그래서 좀 더 재미가 있다. 내가 갔을 땐,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ㅋㅋ
이 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모아이 석상을 따라한 듯한 모형. 크기가 제법 크다. 사람들은 그를 이용해 그늘로 활용(?)했다. ㅋㅋ 난 이 모습이 왠지 모르게 웃겼다.
조금 넘어 언덕엔 아름다운 바람개비들이 있었다. 알록달록 진한 원색들이 모여 있으니 어른들도 동심의 꿈을 꿀 것만 같았다.
파란하늘과 모아이, 그리고 알록달록 바람개비.. 궁합이 좋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 앞엔 아름다운 호수까지 있다. 아주 작은.. 하지만 공원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산책코스다. 물에 들어가려 준비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걸 말리러 달려오는 부모들, 연날리는 아이, 달려가다 쓰러지는 아빠들... 모두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순간.. 한반도 모양의 바람개비 밭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 평화, 평화 ...
호숫가에 있는 유일했던 카페.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많이들 왔었다. 이땐 몰랐다. 왜 아이를 카페에 데리고 오는지... 지금은 뭐, 카페가 부모에겐 굉장히 고마운 장소다 라는 걸 안다. 아주 잘.
공원가는 내내 눈여겨 봤었던 입구의 작은 놀이동산. 나오는 길에는 잠시 구경삼아 들렸다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한참을 넋놓고 봤던 것 같다. 예전엔 아이를 싫어한다고 말하고 다닌 것 같은데 이런걸 보면 예전부터 난 아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나를 정말 몰랐던 시기인 것도 같고.
잠시 동안의 나들이 였지만, 맑은 햇살을 배신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맘껏 들을 수 있었고. 봄은 여자들이 탄다고 하지만 남자도 못지않게 탄다는것. 가을은 남자의 계절? .. 풋.. 뭐 그렇게 따지면, 난 사계절을 다 타는 것 같다. 휴가철 명절 전부다. ㅎㅎ
나처럼 계절의 바람들의 유혹을 깨지 못하는 줏대없는 남자도 반하게끔 만든 그날의 '소풍' 을 다시 떠올려본다. 이뻤고, 아름다웠고, 좋았다.
- 2010년 5월.
# 서로를 생각했던 맘 만큼이나 쉽지 않은 것들. 하나 둘 씩 그 빈자리를 익혀간다. 오래 전 기억이 늘 자리잡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들을 분리수거 하듯 너무 빨리 잊는 것도 문제라 본다. 조금씩 조금씩,, 굳어져 간다. 수 많은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과거의 '추억상자' 를 꺼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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