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제주2016. 8. 10. 02:03
     

어머니와 함께 하는 첫 여행이 설레었던지, 내가 잡아둔 숙소가 맘에 드셨던지. 아무튼 어머니는 저녁 먹을겸 밖으로 나가자고 하시며 나를 이끄셨다. 정확히는 뭐 내가 다 안내해 드렸지만 ㅎㅎ 어쨌든 우리는 한적하고도 어두워진 시골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점심을 조금 늦게 먹은 것도 있었고, 제법 많은 양을 먹은 것도 사실. 어머니는 좀 더 걷자. 또 걷자고 하셨다.


별얘기 아닌데도 그저 웃음이 났다. 그러다 식당 주변을 보니 제주도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문을 닫았다. 맛있는거 사드리고 싶었는데.. 어머닌 밤바다를 실컷 보자신다. 그러다 이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아주 시원하고 좋았다.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만한 음식들이 꽤나 많았다. 다행히도 늦게까지 하는 바람에 카페 안은 계속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우리가 시킨 건. 제주도 왔으면 먹어봐야 할 흑돼지. 특이하게도 여긴 '흑돼지 핫도그' 를 팔았다. 하악하악.



기다리는 동안, 어머닌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점검(?) 하고 계셨다. 뭘 찍으셨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뽑아서 보여줄게 라는 말에. 뭔가 좀 대단한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았다.




나왔다. 어머닌 쥬스를 난 역시나 커피. 사실 커피가 넘 먹고 싶었다. 요상하게 생긴 핫도그. 저래보여도 제법 양도 많고, 맛이 아주 일품 이었다. 나오자마자 사진부터 찍으시란다. 어머닌 나보다 더 블로거 의식(?)을 많이 갖고 계셨다. ㅎㅎ




나도 배가 작은편은 아닌데, 내가 먹기에도 가득찰 정도로 양이 많았다. 흙돼지 라는 걸 알고 먹어서 그런가. 일반 소시지 보다 더 굵고 가득찬 맛이었다. 특징이 있다면, 소시지 특유의 기름진 느끼함이 없다라고 할까. 적었다고 할까. 암튼 담백하니 아주 맛있었다. 둘러싸고 있는 치아바타 형태의 빵도 제법 잘 어울렸고.


솔직히 제주도에서 맛난 커피집이 많다고 들어서 아무곳이나 들어가면 다 맛있을 줄 알았는데.. 여행 내내 맛있는 커피는 만나지 못했다. ㅠ.ㅜ 다음엔 꼭 알아보고 가리라. 하지만 시원하고 쌉싸름한 그 맛에 분위기에 용서가 될 만큼 좋긴 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그냥 그곳을 느끼고 즐기고. 였다. 맛집이나 유명한 곳 등등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발길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갔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일수도 있겠다. 여행은 '변수' 의 "교집합" 이라 생각하기에 ,,


우리의 밤은 소소하게. 시원하게. 아름답게 흘러갔다.


그리고, 배 불러서 숙소에서 좀 더 걷고 나서야 잘 수 있었다. ㅋㅋ



# 사소한 것에도 마구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는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부터 생각은 해두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라 더 설레고 더 흥분되었던것 같다.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잘했다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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