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어버이날. 어머니랑 맛있게 점심을 먹고 인근 여의도 공원을 찾았다. 음.. 군대 갔을 때를 비롯해 10년 넘게 어버이날을 함께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어버이날 꽃도 전해 드리고. 맛있는 밥도 먹게 되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게 돼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아마도 어머니랑 여의도 공원을 찾은 것은 처음 일거다. 아들이 서울 살면서도 서울을 제대로 보여드린적 없는 것 같다. 이런 불효 막심한 ... 어쨌든 이제부터라도 좋은 곳들 많이 많이 모시고 다녀야지.
우와~ 우선 시선을 압도하는 전투기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운행하던 전투기라 하는데, 그 전투기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의 여의도 공원이 있던 자리가 원래는 비행장이었단다. 그래서 그때의 전투기를 놔 둔 것인가? 뭐 암튼 여전히 그놈의 국방색을 뒤덮은 놈이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해 버렸다. ㅎㅎ
그래, 한 컷 또 찍으셔야지. ㅎㅎ 마치 전투기에 탑승하실 것만 같은 포스로 사진을 찍으셨다.
한참을 걷다가.. 한껏 기분이 들뜨신 어머니께서 내가 좋아하는 콘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왠지 내가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간듯. 어머니가 사주신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었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공원 광장을 조금 더 지나치면, 가장 존경받는 인물에서 늘 1, 2위를 다투시는 세종대왕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을 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 그냥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세종대왕 아래, 관광객 한 분이 서 계신다. ㅋㅋ 매우 반가우셨던 거겠지. ㅎㅎ
빌딩 사이로 뻗어진 비행기의 흔적들. 그리고 새 소리, 바람, 햇살. 좀 색다르지만 잼있는 느낌이 들어서 가끔 머리 식힐 때 이곳을 찾았었다.
공원에는 많은 숨소리가 들린다. 힘겨운 일상을 보낸 사람들. 연인들. 아이들. 어르신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 그리고 작은 속삭이는 소리까지도. 이 모두가 사람들이 가진 숨소리다. 많은 소리를 담은 여의도는 그렇게 또 '월요일' 을 준비하고 있었다. 월요일을 기다리기엔, 햇살이 넘나 좋다.
여의도 공원에는 곳곳에 한국의 정취를 그대로 머금고 있다. 팔각정 처마 아래에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나도 잠시 여기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솜사탕 처럼,,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어릴 적 부르던 그 솜사탕 노래 처럼 말이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새 소리 들으며 걸으니 정말 좋다셨다. 나는 흙냄새, 풀냄새가 정말 좋다고 했다.
조금 더 걸어서 한강을 걸었다. 한강 주변으로 크고 작은 공연들이 펼쳐졌고, 나는 어머니께 잠시 쉬어가자고 했다. 그냥 바닥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니, 시원하고 또 시원했다. 서울엔 바다가 없으니 한강이 있는건가. 가끔 머리 식힐 겸 놀 때는 그저 한강이 최고지. 리유는 여기 갈매기가 있다고 바다라고 외쳐대던 바로 그곳이지. ㅎㅎ
집으로 가기 전. 내가 한동안 매일같이 뛰어다녔던 금융가 골목에서 기념샷 한 컷 찍어드렸다. 매일보던 물고기를 이렇게 보니 또 감회가 새로웠다. 아들의 땀이 베인 그곳을 지나려다, 어머니께선 한참을 그곳에서 말 없이 앉아계셨다.
어릴 적엔 어머니랑 이것저것 많이 하고 싶었다. 남들 다하는 나들이 조차 하기 힘들었었다. 추억은 없었고 아픔이 많았던 어린 시절. 그래서 더 많은 걸 해 보고 싶다. 여행, 소풍, 데이트 등등. 우리 이제 놀러 다닙시다~
# 10년 넘게 함께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함께하니 좋기도 했지만, 아직은 좀 어색했다. 해 맑게 웃으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별거 아닌 그저 그런 남들에겐 평범하기만한 나들이 일 뿐일텐데. 앞으로 더 많은 곳. 더 많은 음식들을 먹기도 하고. 그렇게 즐기게끔 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어버이날을 챙겨드릴 수 있어서.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