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모르겠다. 나의 어머니 "엄마" 와의 데이트. 캐나다로 출국 하시기 전 엄마가 서울로 오셨다. 며칠 간 집에 머무르시면서 이어진 한파로 바깥 출입을 거의 안하다가, 문득 함께 대학로로 가기로 정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들의 파릇파릇했던 시절,, 열정을 쏟았던 그곳. 나에겐 아픔과 동시에 '열정' 이라는 단어 하나로 몸을 아끼지 않았던 그곳을. 엄마는 한 번도 가보시질 못했다. 둘은 추운 날씨였지만, 아들과 함께 천천히 마로니에 공원을 거닐었다.


참 묘했다. 내겐 또 다른 기억 한 편에 자리잡고 있던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는 장소지만, 엄마와 함께 걸으니 그때의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게 됐다.





추운 날씨라 많은 곳들을 패스해야 했지만, 엄마는 그래도 왔으니 '기념사진'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어릴적 30대의 가녀린 여성의 엄마를 기억한다. 지금은 60대의 할머니 아닌 할머니가 되셨지만 여전히 아들에 대한 사랑은 뜨거웁다.




움.. 돌아다니는 것도 잠시,, 나는 엄마께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 쭈꾸미 집을 찾았다. 힘을 얻는데는 그만한게 또 없더라. 역시나 기념사진 한 장 찍어달라시는 엄마!! 참으로 귀여우시다. 그러나 찍어달라는 분은 여전히 어색한 모습만이 담길 뿐이다.




식단을 평소 조절하셔야 하는 엄마께는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겠다 싶어 적당한 조절(?)이 가능한 집으로 갔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그동안 아들 때문에 마음 고생 심하셨는데, 잘 드시고 힘내시고 즐거운 여정 되세요.


저녁을 먹은 우리는.. 뭔가 공연을 보기위해 간 건 아니었고. 내가 가던 정치 팟캐스트 공개방송을 보러 가자고 하셨다. 아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이면 그게 무엇이든 함께 하려는 그녀!! 그래서 나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정말 좋다. 파파이스 방청을 위해 벙커로 갔다. 이런.. 기분이 묘했다. 엄마랑 김어준씨를 보러 가다니. ㅎㅎ 묘한 경험이었다. 나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곳이 어딜까 또 고민하게 된다.


늘 엄마를 보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서른 중반이 훌쩍 넘은 아들이 예순 넘은 어른에게 엄마라는 모습이 조금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내겐 늘 친구같은. "어머니" 라는 단어가 굉장히 거리감을 느낀다며 싫어하시는 그녀에게 늘 화만내고 투정을 많이 부리는 철 없는 나라서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프다.


멀리 떠나신 만큼.. 그곳에서 계시는 동안 즐겁게 힐링하시고 돌아오시면 더욱더 즐거운 추억 많이 쌓아요.



# 그녀가 떠나던 날.. 하늘로 향하는 비행기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짜증만 잔뜩 부리던 아들의 모습만 본 채, 말 없이.. 인사없이.. 그저 그렇게 출국장으로 떠나셨고. 이후 10시간 정도의 비행 후 도착했다는 문자만 받았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왜 그런 행동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건강하게 잘 계시다 행복한 웃음으로 다시 만나요. 그리고 내 동생.. 멀리 있어 가보진 못하지만, 늘 니 생각한다.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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