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우리가족은 가을소풍을 계획 했다가 틀어지는 바람에, 리유 주사 맞히러 서대문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경희궁으로 향했다.


날씨가 흐렸지만 리유에게 첫 궁  나들이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이녀석 이제는 주사 맞을때도 별로 안 우네.


서대문쪽에는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경희궁.. 서울 5대 궁궐로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었고 10대에 걸쳐 왕이 거쳐간 곳으로 특히 영조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던 곳인데 지금은 일부만 복원되어 안타깝다. 하지만 어린 아이와 함께 하기엔 적당한 아름다운 궁이었다.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을 거쳐 들어오면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조각상도 있었는데 리유는 새초롬 했다. 아마도 주사를 맞은 후라 굉장히 새초롬 했다.




역시 아이가 있다보니 이런 조각상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 아내는 아침이 되면 꼭 이렇게 리유에게 눈을 마주한다. 참 좋다.




슬슬 가을이 온다. 붉어가는 나뭇잎의 색이 꼭 나를 닮은거 같아 마음이 심숭생숭 해진다. 맑은 날이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다.




숭정문의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숭정전으로 향하는 문인데 전경을 찍고 싶었으나 유치원에서 온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중이라 우리는 이곳을 통하지 않고 옆문으로 향했다. 게다가 이곳은 높고 가파른 계단으로만 돼 있어 유모차에 리유를 태우고는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나더라.




숭정전 안으로 들어오니 그곳에도 아이들의 기념사진을 찍느라 일반관람객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이런;; 그 유치원이 어딘지 명확히 알고 싶었다!! 당시엔!!)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조용히 산책하는 모드로 갔다.


새초롬했던 리유에게 아빠는 쌀과자를 하나 쥐어줬다. 맘껏 둘러보시라는 암묵적 지시였다!! ㅎㅎ 리유는 엄마 손을 잡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신나했다. 아직은 어떤 질문도 어떤 답변도 오고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신 우와~ 하면서 유심히 보는 딸의 모습을 보며 훗날 네가 좀 더 크면 아빠도 공부 많이 해서 자세히 알려주리라 다짐했다.





경희궁은 복원된 건축물이지만 그 웅장함과 기교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현재 숭정전 일부만 복원돼 있다는 게 참 안타까울 뿐이다.






계단을 좋아하는 리유에겐 이곳은 아마도 천국 이었으리라. 오르락 내리락 정신없이 궁을 관찰했다. 아마도 똑똑한 엄마의 설명이 더해져 리유에겐 더 없이 유익한 시간이었으리라.




리유가 갑자기 아빠를 부르면서 , "아빠!! 사진 찍어요!! 빨리!!" 이러고는 요런 깜찍한 표정을 지어줬다. 여전히 과자는 한 입 베어물고는 저렇게 들고만 다닌다.




요녀석 아주 신났구나! 신났어..!! 요즘 일이 많아 퇴근이 늦어지고 있어서 리유랑 많이 못 놀아줬는데 아빠바보인 리유는 아빠랑 함께여서 더 좋았나보다. 이런 미안하게스리..




숭정전을 나와 그 앞에 있는 해태와도 한 컷!! 궁은 처음이었던 내 아이가 훗날 자신이 태어난 나라!! 자신의 나라가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나라인지 알게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원래는 남이섬으로 가을 소풍을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나의 불찰로 틀어지게 되었는데 아내는 리유 주사 맞히고 궁 나들이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너무도 좋았다. 언젠가 내 아이와 함께 우리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크나큰 아픔을 겪은 곳이지만 후세들에겐 큰 깨달음을 얻게 하는 값어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대문역에서 가깝기도 했고 서울에 있는 다른 궁에 비해 초라할 만큼 작아진 규모라 그런지 찾는 사람도 적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다른 곳보다 이곳이 더 좋아보인다.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가볍게 아이에게 궁도 보여주고 산책을 하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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