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경상2016. 5. 25. 13:54
     

이번에도 지난번 울산에서의 힐링 산책 (사실, 고향이라 여행이라기 보다는 '산책' 에 더 가깝다) 이야기. 이번엔 어릴적 아버지가 건강하셨을 때 자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한 나들이의 장소였던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나들이 공간. 학성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예전처럼 어르신들이 그들의 힐링 장소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고, 수 많은 이야기들을 여전히 품은 채,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에 들르면 늘 '빵빠레'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보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것들의 추억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엔 학이 노닐고 다니던 아름다운 동산이라 학성이라 칭했었는데, 원래는 일본군이 자신들의 마지막 방어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성을 쌓고 그곳에서 보냈다 하여 울산왜성이라 불리기도 하는. 가슴아픈 사연이 많은 곳이기도. 그리고 울산 시민들에게는 태화강을 비롯, 유일한 쉼터였던 그 곳. 학성공원을 오랜만에 찾았다. 어릴적 가보고 성인이 돼서 가니, 감회가 남달랐다. 어린이들에게는 여전히 사랑받는 소풍 장소이기도 하다. 어릴적엔 정말 큰 공원이었는데.. 내가 너무 많이 자랐나보다. 아담하게까지 느껴지네.



입구에서 조금 더 옆으로 걸어가 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서울 남산에도 계단이 있다. 그곳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올라간다면, 울산에서는 바로 이곳이 그러한 곳이기도 했다. 비교적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작은 공원이지만, 오랜시간 동안 자라온 나무 덕에 시원한 녹음이 어우러진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책로는 편안함과 시계 따위는 보지 않게 되는 '여유로움' 을 가지게 한다. 참새 소리와 거리의 자동차 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어릴적 아버지 손을 잡고 신나게 노래 부르며 걸었던 그 길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청명한 햇살이 참 좋다. 녹색 잎을 많이 보니 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어릴적 느꼈던 그때의 빛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다.



지금은 성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왜군들의 성 증축 방식 중 하나인 삼지환의 흔적을 보기 위해(?) 가 아닌. 아버지와 걸었던 길을 따라가려 이정표를 따라 간다.



곳곳에 그들이 쌓아둔 돌들이 흘러내려 박혀 버려 있지만, 산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예전엔 밑에 깔린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많이도 즐겼었다.



공원 곳곳에는 이렇게.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부산이나 다른 곳의 동백과는 조금씩 다른. "울산동백" 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아이들이 역사공부 겸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운다. 참 좋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예전부터 지키고 있던. 울산출신의 서덕출 선생님의 '봄편지' 가 새겨져 있다. 늘 갈 때마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어릴적 살던 동네의 풍경이 들어온다. 저 골목골목 사이로 나와 친구들의 정겹던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갔을 때, 무슨 빛 축제 중이었던 것 같은데.. 곳곳에 이쁜 전구들을 매달아 놓았다. 그늘 진 곳에서는 은근히 이뻤다.



어릴적 이 곳에 들렀을 때, 일본인들이 박아둔 '쇠말뚝'이 많았었는데.. 그것들을 다 뽑고 나서는 가로등도 대부분 저런 형태로 바뀐 것 같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등이 더 용맹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탓이겠지?



수줍은듯 미소짓고 있는 '울산동백' .



울산동백꽃에 관한 이야기. 글귀 하나하나가 참 정겹게도 적어놨네.



아마도 이 쯤에 아이스크림 팔던 슈퍼하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 지금은 화장실만 덩그러니 남아있네. 아빠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조르던 어린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 그곳을 바라본다.



푸른 잎 사이로 걸어가는 기분을 알까. 참 좋다. 참새소리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다 아름답다.



떨어진 동백도, 피어있는 동백도 모두가 아름답다. 오르면 오를수록 나를 반기는 동백. 나 또한 반갑다.



울산왜성, 학성에 과한 이야기. 태화강과 가까워 그들이 이용하기 안성맞춤 이었겠지.



이곳에 서면 태화강이 보인다. 건너편 울산의 강남인 삼산동도 보인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공기가 탁하지 않고 시원하다.



숨겨둔 보물을 찾으려고, 나무 사이를 마구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의 어릴적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이 떠나고 난 뒤, 나만의 보물찾기를 하려 조금씩 걸어내려갔다.



공원 벤치에 앉아 이곳 저곳을 찍어본다. 햇살이 내려쬐는 이 맑은 기분이 참 좋다. 좀 더 앉아가도 될 것 같다. 어릴적 가졌던 동심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큰 힘' 을 얻고 내려간다.



# 유명한 관광지도 좋지만, 문득 들었었던 어릴적 갔었던 곳을 다시 찾는다는것. 별 거 아닌거 같았지만, 정말 좋았다. 예전에 보았던 같은 곳도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또 다른 시선으로.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 로 시작된 울산행이 무언가. 예전의 향수도 느낄 수 있었고, 제대로 된 "쉼" 이 어우러져 진짜 '힐링' 이 되었다. 얼마전 만난 고향친구들은 다들 서울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학성공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 줬더니, 다들 추억에 잠겨 그때의 일들을 회상하며 울산가면 다들 가봐야겠다고 하더라. 이렇듯 추억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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