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반짝 영화사.
한 동안 떠들썩한 '열정페이' 등의 이야기들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이에 걸맞게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는 그런 맥락의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평범한 일반 사무직의 경우에는 <미생> 과 같은 그런 일상의 반복이라면, 예술계 특히 전문 특수직 같은 경우에는 빈번하게 '열정페이' 를 운운하며 말이 좋아 수습이지 언제나 쭉정이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 또한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버텨왔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조금은 다르다. 상황은 다를바 없지만, 이제는 불합리한 것을 바로 잡으려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허울뿐인 노력임을 절감하며 우리는 또 다시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는 그러한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키기는 커녕 왠지 모를 아쉬움만 가득했다. 과연 영화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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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도라희 (박보영)이 한 언론사의 수습기자로 입사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회사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모습의 사무실의 풍경에 움츠라들고 만다. 마치 그 모습에서 군에 입대해서 자대배치 받고 처음 보게 마주하게 되는 현실앞의 이등병이랄까. 암튼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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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첫 날, 도라희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상사 (하재관 - 정재영)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가게 될 연예부의 상사라는 것을 알고 공포에 질려버리고 만다.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자신이 어떻게 버텨갈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실제로 저런 상사가 있다면 지레 겁부터 먹게 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버티게 될지에 대한 걱정을 더 하게 되는 거겠지.
ⓒ 반짝반짝 영화사.
아니나 다를까, 매번 기사를 써가면 줄곧 퇴짜를 맞기 일쑤다. 그 (하재관)에겐 좀 더 자극적이고 이슈가 될 만한 기사거리를 찾고 있었다. 실제로 연예계는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 자극적일만한 먹잇감이 항상 늘어져있다. 그래서 누가 먼저 터뜨리냐에 따라 해당 언론사는 광고 수익이 늘어나 돈방석에 앉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여튼 그런 하재관의 모습은 찌라시 생산의 우두머리와 같은 쌈마이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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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희의 사수인 선우 (배성우)는 도라희에게 "지금은 니 생각, 니 주장, 니 느낌 다 필요없어!" 라며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그대로 복종하며 기어라고 말한다. 이건 뭐 어느 직장에서나 신입들에게 강요하는 부분이지만, 그게 현실이라서 참으로 씁쓸했다.
- 여튼 요즘 배성우 이 배우가 참 좋다. 예전엔 아나운서 배성재의 친형으로 많이 알려졌었는데, 요즘은 영화마다 맛깔스런 연기로 톡톡히 감초역할을 하고 있고 무언가 허술해 보이면서도 다양한 표현이 되는 배우같아 정말 좋다.
ⓒ 반짝반짝 영화사.
도라희는 첫 취재를 간 현장에서 어김없이 초짜티를 잔뜩 내며 허술함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했고, 그곳에서 학교선배를 만나며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된다.
- 세월호 사건 이후로 거의 모든 기자들은 '기레기' 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자신의 일에 회의감을 느낀 이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에겐 자신의 의견, 주장 등은 거의 있을 수 없다. 그런 과정에서 선배들이 하는 조언아닌 조언!! 위 (데스크)에서 까라면 까야하고 그러한 삶을 살다보니 그러한 오명은 쉽게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도라희는 그러함에도 자신의 신념! 즉, 정확한 사실만을 근거로 사람으로 다가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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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의 막강한 힘(돈)을 가진 장대표와의 설전은 이 영화의 백미를 장식한다. 돈을 가진 이들의 뒤는 언제나 구리다. 이건 부패한 나라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을 최근 영화들에서 많이 봤다. <베테랑> 이후로 대부분의 영화들이 큰 권력에 맞서 싸우며 그들을 무너뜨리는 쾌감을 맛보게 하려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권력앞에 기자 한 명이 (물론 그 뒤에는 동료들이 있었으나) 그들을 상대한다는건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더욱 쾌감이 클 거라 생각한 거 였을까. 아무튼 이 영화에서는 그러함보다는 조금 덜어내고 진짜 '열정' 이 무엇인지. 그들의 열정적인 삶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그러한 기대감으로 인해 크게 배신당한 느낌이 강했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기레기의 오명을 쓰고 있는 수 많은 기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 하는 수준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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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희는 수습기자이긴 했지만 인간적으로 지킬 건 지키는 아이였다. 그러다 하나 둘 씩 큰 기사감을 터뜨리고 드디어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기자' 가 된다. 이 영화에서의 쾌감은 바로 이런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인데, 촛점이 다른 곳으로 맞춰져 많이 아쉬웠다.
어쨌든 그녀는 그렇게 당당히 정식기자가 되었고, 그 눈물은 겪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다는 '희열' !! 그것은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무엇보다 값진 선물인거겠지.
그러나,,
"우리는 과연 누굴위해 일하는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할 것이다.
# 우리네 많은 직장인들은 잦은 퇴직요구와 함께 언제짤릴지 모르는 그러한 하루살이 삶을 살고 있다. 매번 실적 스트레스, 그리고 직장 상사와의 의견충돌 (사실상 일방적인 거지만). 등등의 힘겨운 전쟁을 매일 조그만 장소에서 치루며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의 씁쓸함을 점점 녹여가며 힘겹게 살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내게 묻는다.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그렇게 싸워서 내가 얻는 건 무엇인가." 그때마다 답은 정해져 있다. "아무것도 없다." 라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 치열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 그래서 더 우리의 삶이 씁쓸하다. 열정페이 운운하며 그 사람의 노력을 등한시 하는 사회는 절대 더 크게 성장할 수 없다. 최근의 '사람이 미래다' 라고 말한 모 그룹이 신입사원들에게도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분위기를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는 "사람" 이 중심이 아니라, "일" 이 중심이라는 사실에 더욱 씁쓸해져만 간다. 사람은 그저 쓰다 버리면 된다는 그런 생각들이 우리를 더욱더 잔인한 올가미로 숨통을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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