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영화보기2016. 5. 20. 16:18
     

정말 오랜만에 영화감상. 그것도 무려 몇 년 만인가 모를. 어머니와의 영화관람. 둘 다 힐링이 필요한 시기라, 제대로 힐링을 하기 위해.. 늦은 밤. 극장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존 카니 감독의 새로운 영화 <싱 스트리트 (Sing Street)>를 봤다. 존 카니 감독의 영화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보다는 영화를 보고 난 후, 한참동안 남는 잔상에 너무도 촉촉히 젖어들게 된다.



노래를 처음 만들어 본 소년과 처음 찍어보는 뮤직비디오의 소녀 모델. 그들의 풋풋한 인생의 첫 사랑. 처음 느낀 감정은 이러했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보듯 엄청난 실업난으로 우울했던 지난 80년대의 아일랜드의 모습을 그려냈다. 주인공인 코너는 형인 브랜든에게 의지해야만 했던. 가난한 일반의 가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부모는 매일 싸우고, 실업자인 아버지의 무능력에 어머니의 단촐한 수입으로 매일 싸우는 집안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의 사회와 닮아도 너무 닮아 있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코너는 카톨릭 재단의 학교로 옮기게 되는데. 역시나 돈이 없으면 참으로 거친 인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보더라도, 그들이 거칠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 아닐까. 실제로 나쁜 사람은 없다. 인데.. 근래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참 갑갑해지기도 한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코너는 그곳에서 학교 밖. 늘 그곳을 지키는 라피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다. 반할만한 미모를 가졌다. 그녀에게 다가가고픈 마음에 자신이 밴드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녀를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달라고 한다. 자신을 '미래파' 라 말하는 그는 친구들과 밴드 <Sing Street>를 결성하게 된다.



코너는 모든 악기를 다 다룰줄 아는 에먼을 만나면서 생애 처음으로 음악을 만들게 되고, 과거 기타를 쳤었던 형 브랜든에게 많은 음악적 영감이나 방향을 배우게 된다. 영화 속의 패션, 80년대 유행했던 브리티시 음악으로 도배된 그들의 열정적인 청춘의 나날들의 모습을 지켜보니, 무척 흐뭇한 미소로 과거 나의 어린시절의 모습도 떠오르고. 삶의 불우함 절망감 등이 음악으로 표출되는 그들의 젊음이 참으로 부럽기도 했고, 과거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기타치고 밤새 노래 부르던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는 80년대의 브리티시한 모습을 빈티지한듯 세련된 듯 잘 그려내고 있었다. 영화보는 내내 어머니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말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인공 코너의 모습에서 내가 그려진 것 같다며. 흐뭇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셨던 아버지가 즐겨 들으셨던 <듀란 듀란>의 등장에 뭔가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매번 카세트를 들고 다니시며 내게 많은 음악을 들려주셨었는데.. 이렇게 보니 어쩌면 코너가 내가 아닌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기억속 마지막 기억이었던 80년대. 아버지는 나를 낳고서 내게 음악을 들려주시려 카세트를 바로 사시고, 각종 음악들을 갓난아이때부터 들려주셨다 들으니 더 감회가 새로웠다.



결국 터질것이 터지고 마는 것인가. 코너의 부모님은 이혼이 아닌 별거.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이혼이 금지라 '별거' 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아무튼 코너의 어머니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겨 부모의 이별은 불가피했다. 집안의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코너는 음악으로 꼭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깊은 상처를 두텁게 덮어둔채, 자신의 삶에 더 충실해야 했다.



그가 사랑하는 라피나는 모델의 꿈을 안고 영국으로 떠나기도 하는데.. 코너는 말없이 떠난 그녀를 향한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 곡을 쓰기도 하고. 자신의 공연에 그녀가 와 주길 바라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아무튼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영상만으로 모든 감정이 오고갔으리라.



코너는 멋지게 공연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 했고,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는 코너의 노래를 듣고 그에게 왔고, 그둘은 영국으로 향하며 그들의 멋진 미래를 향해 질주했다. 미래파라 했던 코너는 진짜 밝은 미래로 항해했다.


영화가 끝날 무렵, 코너의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같은 침대에 함께 자지는 않았지만, 같은 방에 같이 누워 잠든 모습은 아들의 마음을 음악을 통해 듣고 코너 곁을 지키려 했던 것은 아닐까.


영화는 잔잔하고도 뻔한 스토리지만, 거대한 파동의 깊이를 보여준 감성은 엔딩 크래딧이 올라간 후. 극장 조명이 다 켜졌을때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내내 잔잔한 파도를 계속 일렁였다. 존 카니 감독은 음악영화만을 만드는데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제법 강렬하다. 그는 가족영화를 통해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 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참으로 고맙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힘이 되는 영화를 만들어 줘서.



#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며, 어머니는 내게 "고맙다." 라며. 험한 파도를 우리는 잠시 넘은 것 뿐이라고. 앞으로 다가올 파도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자시며. 나 또한 앞으로 어떤 아픔이 있더라도. 내가 더 큰 파도가 되겠다고. 모든 걸 넘어서겠다고. 서로 훈훈한 대화를 이어갔다. 어울리지도 않게 말이다. ㅎㅎ 혼자였던 내게 가장 큰 힘이 돼 줬던 "음악" . 다시금 혼자된 지금. 또 다시 "음악" 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더 힘차게 항해하리라 마음 먹었다. 음악은 참 묘하게도 사람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몇 안되는 존재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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