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피부가 팽팽하고 살결고운 자태를 뽐내는 어린 나이를 가진 이들을 향해 말하는 것인가? 단순히 젊음을 나이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허무하기 짝이 없다. 영화 <유스> 에서는 젊음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서정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 "밖으로 나가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까?"
- "젊음 (youth). !!"
심플송 이라는 거작을 만든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 는 은퇴 후, 스위스의 한 고급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다. 자신의 젊은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냈으니 쉬고 싶음은 물론이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오랜 친구인 노장감독 '믹' 또한 이 호텔에 머물게 되는데 그는 밸린저와는 다르게 젊은 스텝들과 자신의 유작을 위해 여전히 열정적으로 각본 작업에 매진한다.
상반되는 두 거장의 모습에서 우리는 은퇴를 나이가 꽉 차 내려 놔야 할 때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열정이 닳고 닳아 더 이상 의미 없을 때를 말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휴식' 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스위스 만큼 여유가 느껴지는 풍경이 있을까. 창 밖의 풍경 만큼이나 서정적인 이 영화는 각 요소요소마다 끌어주는 음악들이 있다. 그 음악들은 그들의 기분만큼이나 서정적이지 않다. 마지막 남은 열정마저 쥐어짜내는 듯한 그 음악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수 많은 '의미' 들을 부여하게끔 만든다.
무엇이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일" 로 마주하게 됐을 때는 정말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에 힘겹다. 하지만 그것을 취미라는 것에 묶어두고 바라보면 한 없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밸린저는 드 넓은 초원위에 풀 뜯고 있는 소 (워낭), 그리고 자연을 지휘하는 모습에서 한 없는 '자유' 를 누리는 젊은 밸린저를 만날 수 있었다.
감독 '믹' 역시 아름다운 자연에 몸을 맡긴 채, 충실히 자신의 각본 작업에 임한다. 젊은 스텝들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좀 더 오래 경험하고 살아온 어른이 보여줘야 하는 진지함 속에서 느껴지는 연륜이 느껴졌다. 외로워 보이지만, 그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때로는 호기심 가득한 소년의 모습으로 타인의 일상을 궁금해 하며 들여다보는 모습도 보인다. 멀리 떨어져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들의 젊음을 돌아보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많으나 젊으나 똑같이 과거의 열정적인 순간들을 기억하고 그때의 마음을 간직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
믹에게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한 여배우가 있는데.. 믹은 그녀를 염두해 두고 각본작업을 하게 됐는데.. 그녀는 결국,, 퇴물이 돼 버린 노장감독 믹의 손을 뿌리친다. 그에게 젊음을 유지해 줬던 젊은 스탭들은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기차가 마치 믹의 삶의 마지막으로 놓쳐 버리는 '기회' 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열정' 을 잃은 삶은 모든 것을 다 잃는 듯한. 영화 <유스> 에서는 그 모든 것을 열정이라는 큰 테두리에 젊음을 채워넣고 그것이 영화가 말하고픈 진정한 '삶의 의미 (젊음)' 으로 표현 하고자 했다.
모든 의욕을 상실한 믹은 밸린저와의 해후 끝에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창 밖에 던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 본 밸린저는 그저 많은 생각으로 망연자실 했다.
삶은 어떤 의미일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엔 또 사랑인거겠지. 자신이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오랫동안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외롭다는 건. 사랑할 대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그 무언가를 잃어서 일 거다.
또 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로봇이라 생각하고 있는 단연배우 지미.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모를거라 생각하는데.. 곳곳에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따스함을 느끼고 자신이 좀 더 큰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노장 두 거장은 소위 열정이라는 테두리를 싸고 있는 이곳에서 젊음을 잃었고, 젊은 배우 지미는 젊음을 얻었다. 결국 그 모든 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자신을 더욱 값어치 있게 사는 건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여인들과 젊고 나이든 많은 사람들. 각자의 나름의 삶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그들은 언제나 '젊음' 을 꿈꾸고 있었다.
<유스> 는 희안하게도 그 모든 것을 "사랑" 으로 노래하고 그려내고 있었다. 밸린저가 만든 거작 "심플송" 은 영국 황실의 여왕에게서 지휘를 부탁 받았으나, 단호하게 거절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조수미가 나와서 심플송을 노래하는데..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인 그녀가 노래하는 것도 싫다고 한 이유가 자신이 가장 사랑한 아내를 위해 만든 곡. 그녀가 부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큰 울림은 없었지만, 잔잔히 내 마음의 파도가 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가. 아니면 잃었는가.
삶의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있는 멋진 영화였다. 단순히 나이들어 젊음을 갈망하는 그 모습이 아닌.. 자신이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을 지켜야 하는 의미 또한 내게 크게 와 닿았다.
- 그리고 이 영화를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영화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모든 영화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영화는 그저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바라보는게 가장 맞다.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하면 그 영화는 더 이상 영화감상이 아니게 된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바라보자.
# 어쩌면 지금의 나는 열정 만큼은 그대로인데.. 여기서 말하는 젊음은 잃은 듯 싶다. 그래서 더 외롭고 매일 매일이 무료하고 슬프기 짝이 없네. 뭔가 땡길만한 달콤한 일들이 많아졌음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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