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가 돼 버린,, 크리스마스 이브의 추억.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의미를 떠나면 그리 대단한 날은 아니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족과의 무언가의 소중한 추억 쌓기를 약속 .. 그리고 꿈꾼다. 나도 그러했다.
어라?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그나마 일찍 퇴근 시켜 주시고 맛난 케익까지 주시네?! 케익을 받고서 설렌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또 하나의 케익이 더 있었고 리유 어린이집에서 케익 만들기를 했다며 리유의 배는 잔뜩 볼록해 있었다. 나는 그래도 맛있는 케익을 가져 왔는데 사진이라도 찍자고 와이프에게 계속 졸라댔다. 와이프는 못이긴 척 나와 리유의 케익 먹방을 허용해 주셨다. 처음엔 분명 사진찍고 서로에게 축복하는 시간만 가지려 했다.
외모가 심상치 않은 녀석이다. 무슨 케익인지 모르고 열었으나 이거슨 .... 리유가 엄청 좋아하는 딸기들이 '나 좀 잡숴봐~!!' 라고 소리치고 있는게 아닌가. 리유는 신난다며. 볼록한 배를 숨기며 '우와~ 맛있겠다.' 를 연신 외친다. 아이고 딸래마~!! 너 어린이집에서 연기 배우지? ㅎㅎ
우리만의 조촐한 파티를 얼른 끝내고 이제 먹자. 라는 말이 끝나는 순간,,
리유는 "아빠, 어떤 걸로 먹을까요?" 라며 환한 얼굴을 아빠에게 보여준다.
근데 너 요즘 매번 그렇게 하던데.. 그건 뭐니? 아빠마저 고개가 뉘여진다.
리유 몇 살? "세 살!!" 이랬다가 "다섯쌀" 이라고 한다. 손가락으로 표현하기 편해서 다섯 살이라고 하는거냐?
처음엔 조금 먹다가 자신도 배가 부르다는걸 알고 있었나보다. 분명 생크림 케익인데 딸기만 골라 빼먹고 있다. 덕분에 나의 속은 능글거림의 끝을 봤다. 생크림의 생명은 정말 과일인건 맞나보다. 과일 없이 크림이랑 빵을 먹는다는건 정말 힘들었다. 딸기를 죄다 빼달라는 딸 덕에 케익을 다 먹어버렸다.
우리가 먹는걸 보면 엄마는 늘 옆에서 식비걱정만 한다. 리유야, 우리 이제 좀 먹는 양을 조금 줄여보자.
그래도 좋다. 너와 이제는 이런 저런 대화들을 하며 함께 케익을 나눠 먹을 수 있다는것. 그리고 니가 이제 아빠에게든 엄마에게든 나눔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게 참 행복하다.
# 일찍 마쳤다고는 하지만 남들보다는 늘 늦은 퇴근.. 게다가 집에서 너무나 먼 그곳이기에 또 늦은 밤 딸에게 폭식하게 만든 아빠가 죄인이다. 그래도 응가 잘하려면 과일 정도는 뭐. 아무튼 우리 가족의 메리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밝게 빛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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