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잠깐 시간이 난 틈을 타 상암을 찾았다. 영화도 볼겸,, 가까운 거리도 있겠지만 그곳에서 축구가 아닌 다른 여유를 느끼고 싶었다. 쌩태양이 내려쬐던 무더운 올 여름.. 더욱 더 더운 자리에 앉아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보고팠던 '요술' 을 예매하고 영화시간을 확인한다. 영수증 처럼 바뀌어버린 티켓은 정말 싫지만, 전에 예전 티켓으로 발권받으려 영등포에 왔다갔다하며 영화보기전 많은 에너지를 쏟아버린 기억을 생각하면 요런 영수증도 나름 모으는덴 별 문제 없다.
음.. 제법 여유로운 풍광들이 강한 햇살 속에 보인다. 평일이라 그런지 이곳이 더욱더 한가하다. 뭐 워낙 넓은 탓도 있겠지만..
영화가 끝나고 잠시 산책을 나선다. 월드컵 공원쪽으로 가려고 경기장 위로 올라와 봤다. 가로등을 보고 문득 고향바다의 갈매기가 생각났다. 그래 이날만큼은 니들이 갈매기 였다. 짭조름한 바다내음은 없지만 시원한 풀냄새가 기분좋게 콧 속으로 들어왔다. 강한 날씨를 잊을만큼...
월드컵 공원으로 내려오면 항상 접하게 되는 풍경.. 자전거 타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아기랑 함께 졸고있는 임산부 .. 등등..
초록색이 좋고 여유로움이 좋고 고리타분하게도 난 이 풀 냄새가 너무 좋다.
호숫가에 자리 깔고 앉아 유유히 흐르는 물을 살핀다. 백로 한 마리가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망원이 없어 아쉽지만 그들과 함께인 순간의 느낌은 전달되었으리라.. 사람들은 이 호수를 두고 X물이라 말하지만 그래도 좋다. 적어도 저들에겐 먹잇감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걸 즐기면 되는거고..!!
원래는 아리따운 여성분이 있길래 앉아쉬는 모습이 아름다워 살짝 도촬하려 했는데 갑자기 험상궂은 남자가 애인인듯 다정하게 앉는다. 서둘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본다. 강한 역광 햇살에 도심지 답지않은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아 좋다~!!
자리를 옮겨 어르신들과 가족단위의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거기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녹색 자연들과 숨을 나눠 마시고 있었다. 뒤에서 비춰지는 햇살, 그리고 그림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다. 여유로운 한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가벼운 미소로 인사하고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명당(?) 분수대 쪽으로 향하다 요상하게 생긴 분홍꽃나무(?)를 만나게 됐다. 무슨 나무인지.. 무슨 꽃인지.. 강한빛에 그려진 그 모습은 적잖이 신선했다. 조용한 곳에서 셔터소리가 심하게 났던지 옆 벤치에서 장기를 두시던 어르신들의 기침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진다.
휴일이면 웃음소리 가득한 잔뜩 젖은 몸으로 샤워를 마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평일이라 한가롭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과 여유를 즐기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우습게도 항상 이곳을 보면 무언가 의식(?)을 치러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여름이면 찢어지도록 신어대는 전용 신발!! 플립플랍(일명 쪼리).. 벌써 찢어졌다. 이젠 너와도 이별해야 하는건가.. 올 해까지만 신자. 땡볕에 하도 돌아다녔더니 발이 엉망이 됐다. 근데 이상한건 꼭 타는 부위만 탄다는거지.
아쉽지만 .. 더 늦기전에 집으로 향했다. 하루의 마지막 강렬한 빛을 보며 다리를 건넌다. 저 멀리 하늘공원도 보이고 싱싱한 초록이 다음에 또 오라고 내게 말한다. 퇴근 무렵이 되어가니 차도 슬슬 늘어가고 최근 상암지역이 많이 번화하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녹색풍경,, 언제나 답답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늘 푸른 초록으로 '쉼' 을 나눠주길 ...
+ 가끔 혼자 갖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필요한 듯 하다. 사람은 쉼없이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없기 때문이다. 어느새 하드디스크가 가득차버릴 만큼 추억을 담은 사진과 일기들은 가득한데 이제야 차츰 꺼내서 정리를 한다. 이놈의 귀차니즘, 게으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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