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포스팅!!!
휴~ 무언가 휙 하고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걱정하고 또 걱정했던 거대한 산을 하나 넘은 느낌.
물론 가뿐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백두산 정상 정복이라도 한 듯한 그러한 기분이 든다.
지난 주말, 아니 금요일 늦은 오후 ..
부랴부랴 짐을 꾸려 만 가지 생각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울산 모처로 향하는 길..
설레임과 긴장감 100배 한 아름 안고 향했다. 오랜만에 본 가족들도 매우 좋아하고 피곤했지만 몸을 쉬이 눕힐 수 없었던 그날 밤,, 어머니께 여러가지 조언들도 듣고 오랜만에 먹어보는 엄마표 - 고향음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곤한 잠을 청했다.
토요일 아침..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푹푹찌는 듯한 바닷가 짭쪼름한 바람을 벗삼아 아침을 시작했다. 긴장돼서 그랬던가 아침을 대략 구겨넣는 식으로 먹고, 시원한 수박을 먹었는데도 여전히 뜨거운 가슴은 막막하기만 했고. 어쨌든 해운대서 보자는 그녀의 부탁대로 해운대행 버스에 오르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해운대 ...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고 (특히 외국인들이.. ) 다들 여름휴가라도 된 듯.. 여유롭게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놀고 싶었다. 푸르른 바다가 눈 앞에 보이고 새로생긴 펍에선 낮부터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흥겨운 노랫가락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자 처럼 잔뜩 긴장한 채로 근처에서 정장차림으로 갈아입고 백화점가서 어른들께 드릴 선물도 준비하고 .. 약속된 시간이 다가와 차에 몸을 실었다. 긴장한 나를 계속 진정시켰던 그녀의 모습이 그제서야 들어왔다. 이런 ;; (누가 잡아먹냐..!!)
아무튼 그녀의 모처에 도착을 했고 마중나와 계시던 부모님(예비 장인, 장모님)이 뜨겁게.. 환대해주셨고 어머님의 차에 타고 오랜만에 사투리도 정겹게 들리던 식당으로 가서 밥을 정신없이 먹고 집으로 다시 돌아와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아버님께서 아끼시던 술도 나눠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기들도 나누고 하니 어느새 긴장도 풀렸고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게 됐고 부모님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은 금새 지나가 버렸다.
이른 아침 아버님과 근처 뒷 산에 올라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고 홀로 자취를 오래해서 오랜만에 먹어보는 엄청난 아침!! 정말 눈물날 뻔 했다. 무지막지 하게 먹고 부모님께서 봐 두신 예식장 몇 군데도 가보고..
모든 긴장과 모든 근심들이 사라질 즈음..
다시 해운대로 찾아 답답한 정장을 벗어던지고 선글라스를 쓴 나로 돌아가 여름을 느꼈다. 다시 맡은 바다향은 전날 맡았던 향과는 무척 달랐으며 정말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내게 연신 '고마워~!!, 이제 난 진짜 당신꺼야!!' 라는 말에 약간 시큰해지기도 했다. 해운대에서는 마침 모래축제, 무용축제가 한창 이었으며 사람들이 북적 거렸고 .. 자주 봤던 해운대였지만 내가 본 해운대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해운대였다!! 막상 또 다른 인연과 가족이 되고 .. 옆에서 보기만 했던 친구들과 같은 입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막 흥분도 되고.. 그곳을 떠나기 전 마린시티의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담소도 나누고 정말 핑크핏 미래에 대해 얘기도 하고.. 꿈 같은 순간이 흘러갔다.
다시 울산 모처로 돌아와 오늘 아침에서야 가족들과 인사하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잠시동안 아주 큰 꿈을 꾸고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떠날때의 서울 톨게이트가 아닌 소나기가 잠시 내려 촉촉히 젖은 서울을 들어서는 순간,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 하는 느낌이 든.. 기분이 묘했다. 몸은 정말 피곤하다. 긴장과 여러가지 생각들로 피곤했나보다.
근데 정신은 정말 그 어느때보다 맑은 행복한 기분이다.
서울에서 부산 .... 까지 정말 먼 거리를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잘 참아주고 나만 바라봐준 그녀에게 정말 감사한다.
20대 중반에 생소한 서울이라는 땅에서 만나서 벌써 서른!! 월드컵이 있던 해에 만나서 또 다른 월드컵에서 미래를 다짐받게 되다니.. 아무튼 이제는 더욱더 열심히 준비하고 건강도 잘 관리해서 멋진 가장, 멋진 자녀가 되어야 겠다.
+ 이번기회에 모처에 인터넷을 새로 넣어 드려야 겠어.. 인터넷이 끊겨버려 마치 정전 사태와도 같은 곳에 있으니 더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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