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경상2016. 12. 15. 12:13
     

생일 이었다. 어디갈까 하다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자라는 마음에 야구장을 찾았다. 야구는 싫어하는 스포츠 중 하나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부산의 사직구장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 '응원의 맛' 을 느껴보고 싶어서..




부산에 가면 꼭 한 번 가봐야 한다는 '성지' 사직구장에 왔다. 잘 보이는 곳에 앉았는데, 처음 와 본 곳이라 모든게 다 신기하기만 했다.




전광 라이트에 서서히 불이 들어오고. 롯데와의 경기에서 가장 재미나다는 LG와의 경기였다. 운이 좋았던 거지. 사람들이 점점 들어찬다. 멀리 보이는 광고판에도 눈길이 갔다. 부산이 고향인 이경규의 치킨 부터 롯데소주 처음처럼도...




전체적으로 참 시야가 좋았다. 경기장은 되게 낡았는데 왠지 모르는 아늑함이 있었다.




저 친구를 뭐라 불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산갈매기를 외치길 기대했다. 그나저나 하악한 치어리더 언냐들은 언제오나... 하악하악.





경기는 박진감 넘쳤고, 관중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축구장과는 또다른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야구에 열광하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난 축구가 가장 좋다. ㅎㅎ 이날의 경기 결과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이 열기가 궁금했을뿐.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기대했던 것 만큼 엄청 대단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응원하는 맛이 있었다. 극장에서의 영화와 같은 드라마는 없었지만 데이트를 즐기고 가족과 함께 하기에는 정말 좋았다. 그러고보면 한국의 야구 중계는 세계 탑 급인것 같다. 직관도 좋지만, TV 중계가 더 박진감 넘친다랄까. 아무튼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럼에도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맛은 최고였던것 같다.




가득차진 않았지만, 굉장히 열광적이었다. 이땐 ... 지금은 메이저리거가 된 이대호 선수부터, 내가 좋아하는 꽃돌이 강민호, 또 그녀가 좋아했던 홍성흔 까지 있었으니 더 응원하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았다.


오랫동안 축구만 봐왔던 내게 야구장은 정말 특별했다.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것도 야구가 멋지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야구를 싫어하는건 그 자체가 싫은게 아니라 방송사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아마 대부분의 국내 축구팬들은 그러할듯.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국내팀이 올라 중계가 예정돼 있다가, 프로야구 주중경기 중계로 바뀌어버리는 일이 자주 있었으니 축구팬들은 폭팔한거지.


아무튼 경기장 시설이나 인프라는 축구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지만, 야구장은 경기장 내에 구단의 기념품샵 부터 각종 지역 음식을 파는 가게들까지. 모든게 부러운 투성이었다. 가족과 소풍처럼 보내기엔 정말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서포터 중심의 축구에 비해 모든 관중이 함께 할 수 있는 응원. 그게 참 부러울만큼 좋았다. 어쩌면 박지성이 축구 행정가가 되겠다는 말이 유럽에서 본 것과 한국에서 본 것에서 오는 결핍을 채워주려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야구장을 보고 축구 얘기를 하다니... 정말 누가 축구광팬 아니랄까봐. 정말정말 얘기하고 싶은건. 야구를 정말 싫어하는 (여러 이유로). 축구광팬 조차도 흥분하게 만드는 곳. 부산에 가면 사직구장 가서 야구는 꼭 보시라. 롯데가 야구를 잘하지는 않지만, 그 갈매기 군단의 응원은 최고였기 때문이다.



- 20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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