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결혼준비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 할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뭔지모를 심숭생숭함에 그냥 걷고 싶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그냥 부산을 떠나기 싫었다랄까. 평소 좋아하던 광안리 주변을 배회하다, 수영만에서 밤을 걸었다.
평소보다 느린 보폭으로 천천히.. 눈으로 가슴으로 달빛, 광안대교, 달빛에 빠진 배들을 담기 시작했다. 제법 선선해진 바람은 가슴을 더욱 시원하게 녹였다.
광안대교. 참 멋있게 잘 만든 다리인것 같다. 이 다리를 보고 있으면 외국이라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 여긴 밤에 와야되는 곳이었어.
근처 슈퍼에서 소주 한 팩을 사서 바라봤다. 둑에 걸터앉아 바람쐬며 들이키는 알코올이 참으로 낭만 있었다.
요트 경기장으로 돌아와서 배를 바라봤다. 빌딩 숲 사이에 배가 공존하는 모습은 왠지 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이곳저곳을 걷는다. 올라와 있는 배 밑부분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배 냄새를 맡기도 했다. 왠지 큰 장난감 같아 보이기도 했다.
멀리 광안대교가 보인다. 굽어진 고가길은 위에서 봐도 이쁘지만, 밑에서 봐도 이뻤다. 어둠이 내린 밤, 배들은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공원엔 산책, 운동 나온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밤산책 하기엔 정말 한적하면서도 좋은 곳이었다. 풍경은 '덤' 일 정도로 좋았다.
다시봐도 예쁜 그곳. 수영만에서 보는 광안대교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수 많은 요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난 언제쯤 타보나.
배들이 달빛에 취해 바람에 취해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었다. 출렁이는 배들 사이에 불빛과 달빛이 어우러진 모습이 내 마음 속 그림과 같았다.
머릿속으로 그려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
어딜가면 낮보다 밤풍경을 좋아했다. 술에 취해 배도 흔들, 사진도 흔들흔들. 하지만 그 느낌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결혼 전엔 여자들의 심숭생숭 복잡미묘한 감정만 강조되고 있는데, 좀 더 예민했던 성격탓일까. 나는 이미 그 느낌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한없이 좋으면서도 왠지모르는 묵직한 긴장이 오고갔다.
어떠한 일을 앞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준다.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게 썼다. 그런 힘으로 버티고 또 버틴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달빛에 걸었던 그 밤을 ...
수영만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고,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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