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 이번엔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 을 찾았다. 순천하면 순천만이 유명하지만, 당시 이정표에 계속 보였던 낙안읍성이 굉장히 궁금했었다. 가보니 굉장히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임을 알았다.
'낙안읍성' 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성곽이다. 성곽안에 마을을 형성해 사람들이 살았는데, 내가 찾았을 땐 그곳에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조선전기의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 그들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조선후기도 아니고 '전기'라니... 아무튼 지금도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11월의 모습은 가을이 스미고 지나간 겨울을 맞이하려는 그런 풍경이었다. 초가집과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감나무들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마을 길목 길목마다 감나무가 참 많았는데, 돌담과 어우러져 굉장히 아름다웠다. 흐린 날씨는 조금 아쉬웠지만 왠지 더 운치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어느 집 안마당 이었던가. 거기서 만난 작은 말이 굉장히 반가웠다. 밥 먹는데 방해해서 조금은 기분이 상한듯 보였다. 미안~
둑처럼 높게 쌓아진 성곽을 조금씩 걸어갔다.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민가의 풍경이 굉장히 멋스럽게까지 느껴졌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성곽을 걸었다. 최대한 주민들께 방해되지 않으려 했는데.. 방해가 되진 않았는지. 아무튼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길 한 쪽 끝엔 조금은 가파른듯 보이는 계단도 보였다. 아마도 기우제를 지내거나 하는 등의 그런 의식을 하는 장소로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여느 성곽이 다 그러듯. 왜적의 침입이 보이면 즉각 봉수대가 되었겠지.
다른 쪽을 바라보니, 도예방이 보인다. 이곳에는 대장간 부터 시작해서 주막, 도예방. 등등 조선시대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들이 정말 많았다. 주막에서 먹었던 파전과 막걸리는 정말 잊지 못하겠다. 나중엔 도예방에 들러 뭔가를 좀 만들어봐야겠다.
우리가 들어온 입구말고 다른 입구도 보인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출입을 하는 곳처럼 보였다. 간간히 경운기도 보이고 자전거도 보였었다.
해가 구름 사이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다, 어르신들이 볕단을 정리하시는 모습이 보이는 곳에 안착했다. 군불 때는 냄새, 파삭파삭한 볕집의 냄새가 참으로 정겨웠다.
마을 사이를 걷고 있는데.. 하나 남은 해바라기가 자신을 봐달라고 애원하는듯 보였었다. 참 이쁘게도 서 있네.
들어왔던 입구쪽에 오니 어떤 의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려니까 해가 비친다. 아놔~ 정말 아름다운 이곳을 떠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경복궁이나 이런 궁에 간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곳엔 왕이 살았다면, 이곳은 서민들이 살았던. 그곳에서 밥도 먹고 그들의 삶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리유가 좀 더 커서 조선시대에 대해 궁금해 한다면, 꼭 한 번 데려오고 싶은 곳이다. 리유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어서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대로이길 바랄 뿐이다.
# 조선시대 하면 궁을 먼저 떠올릴 테지만, 사실 왕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정말 궁금한건 그 당시의 민초들의 삶이 더 궁금했다. 잠시나마 그들의 삶을 떠올리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잘 보존된 마을이라 나라에서도 보호하는 곳이라던데. 잘 가꾸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존'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만든 곳이었다. 여전히 지금도 그곳에 그 모습 그대로 잘 지켜지고 있길 희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