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었다.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나오는 간단한 조식을 마치고 서둘러 나왔다. 근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여행이 아닌 여느 일상에서 처럼 목욕을 하러 갔다. 사실 이때가 여행의 딱 중간지점 쯤 되는 시기여서 목욕하며 피로를 풀어야 했다.
차로 한 20여분쯤 달리면 산방산 탄산온천이 있다. 아쉽게도 여기 사진은 없지만, 제주도에 왔다면 꼭 한 번쯤 들러봐야 하는 장소다. 아직도 활성 화산이 존재하는 제주에서는 꼭 가봐야겠지. 아무튼 우리는 목욕을 마치고 근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그동안 와 보고 싶었던 '용머리 해안'. 자연이 만들어낸 아주 아름다운 기암절벽들을 구경하러 또 다시 바다로 바다로 향했다. 원래는 낮에 봐야 더 좋은 곳이지만 조금 늦은 오후에 가도 제법 시원하고 좋더라.
멀리서 용머리 해안의 이곳저곳을 바라봤다. 시원한 바람이 참 좋은 거무튀튀한 흙이 있는 바다. 참 좋다. 여기까지만 보고 우리는 밥 먹으러 갔다.
인증샷 하나 남겨 주시고,, 어머니 뱃고동 소리에 맞춰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왔다. ㅋㅋ 사람이 배고프면 서러운 표정이 사진에서도 드러난다. 아놔~ ㅋㅋ
밥을 먹고 다시 찾은 그곳. 한결 표정이 평화로워 보이시네. ㅋㅋ 뒤에 보이는 산방산을 배경으로 찰칵~!!
무언가를 열심히 찍으신다. 뭘 찍으시는거지? 나도 그곳을 바라봤다.
저 멀리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말을 찍으셨구나. 난 그 아래에 있는 풀썰매(?) 타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무척 재밌어 보였다. 나도 타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참으로 많았다. 나중에 혼자와서 타야지. ㅋㅋ
드디어 용머리 해안으로 .. 간다.
기이한 돌들 사이에 부딪히는 파도들. 송송 울려 퍼지는 바람소리. 무언가 내가 탐험가가 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대체 이상한 브이는 어디서 배우신건지?! ㅎㅎ 아무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면서 여기저기를 탐험(?) 하셨다.
너는 어째서 이곳에 머물며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는 거니? 암튼 만나서 반갑다.
멋지게 폼도 한 번 잡아보시고 ,,
요렇게 사진도 맘껏 담으셨다.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몰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거품 가득한 물살을 바위에 부딪히는 모습이 정말로 시원했다.
국민학교 시절 배웠던 지질층의 단면을 보는 듯한 모습이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모습 같기도 하고.
음.. 조금은 화나신 모습. 제주가 이제 제주가 아니라, 중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인들이 많다. 놀러오시는건 상관 없는데 제발 좀 '무례한 행동' 들과 상대 나라의 문화나 예절을 존중해 줬음 하는 바램이다. 어머니 화 내시는 모습 처음 봤다. ㅠ.ㅜ
그러거나 말거나 제주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또 가고 싶은 곳. 자꾸만 찾고 싶어지는 곳인가 보다.
내가 절벽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때, 어머니는 어느 샌가 저 멀리 달아나고 계셨다. ㅋㅋ 여기 낚시 하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나도 시간이 많았다면 낚시 하며 시간을 낚는 어부가 되어보고 싶기도 했다.
여기가 용머리 해안인데, 위에서 내려다 봐야 모양이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왠지 이 녀석이 여기 우두머리 같은 진짜 '머리' 처럼 여겨졌다. 그래 너로 정했다. ㅋㅋ
희안하지? 물이 차오른다. 돌이 아래 일까 물이 아래일까. 둘 다 맞다. 희안한 것들이 참 많았다.
원래는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지점까지 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라신 어머니를 진정시켜 드리며 다음에 저 끝을 보기로 했다. 원래 저기가 대박인데 말이지. ㅋ 뭐 해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 풍경(?)을 볼 수 없으므로.. ㅎㅎ 사실 그것보다 여긴 해가 지면 물이 차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얼른 빠져나와야 한다.
아. 한 동안 계속 생각 날 것만 같은 기이한 아름다움. 비슷하게 생겼지만, 한참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기분좋음" 이 생긴다.
물이 구석구석 차고 들어온다. 지금은 들어 갈 수 없는 그곳을 멀리서 바라봤다. 점점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여긴 아직 안전해!!! 라고 말하던 순간,, 앞서가던 중국인이 파도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나를 툭 치고 지나간다. 덕분에 난 온 몸이 젖었고, 사과 한 마디 없이 자기네들끼리 웃고 떠들며 쓰레기까지 던져 버리고 갔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어머니께는 죄송.. =.=;;
속상하던 맘을 알아줬을까. 제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새로 만들어진 이 다리가 어울리지 않게 흉물 스러웠지만, 그래도 사진은 멋지게 나왔네. 어머니에겐 왠지 직진 이순재 선생님의 향기가 가득히 느껴진다. ㅋㅋ
아이고 많이 걸으셨어요. 이제 돌아갈까요??
저 사람들 뭐하나 하고 계속 봤더니만, 셀프 웨딩 찍으셨단다. 저 분들도 저 사진 찍으시고 후다닥 나오셨다. 아 아쉽네. 그래도 너를 봤으니 만족한다.
인증샷 하나 남겨 주시고,, 후다닥 빠져 나왔다. 사실 더 볼 수도 있었지만, 점점 몰려드는 중국인들에 어머니께서 서둘러 나가자고 하셨다. 조금은 .. 아니 많이 속상했다. 남의 여행까지 망치다니. 아무튼 많이 즐기고 느꼈으니 그걸로 된거지.
금새 어둑어둑 해 지려고 한다. 돌아갈 때는 또 얌전한 착한(?) 바다. ㅎㅎ
입구쪽에 위치한 상선. 산방산의 배경과 참 잘 어울린다. 오래 전,, 네덜란드인들이 일본을 항해하다 태풍을 만나서 표류하다 이곳에 왔다는데.. 그래서일까. 유독 제주 남쪽에는 네덜란드 문화가 조금씩 많이 보였다. 여기 히딩크 옹도 있더란.. ㅋㅋ
상선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는 찰라 또 다시 중국인이 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웃어요..^^ 음.. 여긴 아름답지만, 다음에 또 오라고 하면 못오겠다. 괜히 내가 다 죄송하네.
선장님이 위로해 주신다. 어머니도 오랜만에 남자 옆이라 잔뜩 긴장 하셨다. ㅋㅋ
산방산 아래, 풀 뜯고 있는 말들이 참 부러웠다. 그냥 좋아 보였다.
아하... 즐거웠네 !!
많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이제 산속으로 들어가야 했기에 서둘러 빠져나왔다. 좀 밟을게요. 꽉 붙들어 메이소~!!
우리의 밤은 또 다시 늦어졌다. 그래도 참 좋았다. 환한 불빛, 시끄러운 경적소리, 사람들이 고함치는 소리 등이 없는.. 귀뚜라미 소리. 한 없이 밝았던 달빛에 걷기. 가끔 보였던 반딧불이 마저 사랑스러웠던 제주. 그날의 밤이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모두 치유해 주었다.
처음으로 함께 하는 여행이었지만, 부모와 자식이라서 당연한걸까. 참으로 합이 잘 맞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캐나다에 있는 동생도, 뉴욕에 사는 친구들도, 독일에 사는 친구녀석도 그리고 서울에 사는 나도, 중국인들에 대한 얘기들을 가끔씩 자주 듣기도 하고 나누고 그랬던거 같다. 하나같이 다 "싫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들의 자본력이 여행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뭐 그들이 많이 벌었으니 쓰는건 당연한건데.. 왜 유독 그들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대는가 였는데.. 그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전혀 없다. 그리고 왜 안씻는지를 모르겠다. 돈도 많이 벌었고 한국보다 더 발전했으면서.. 아무튼 그와 동시에 내가 다른 나라나 지역에 갔을 때 어떻게 비춰질지를 생각해 보며 그들을 더 많이 공부하고 이해, 존중 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건 자신보다 상대에 대한 '준중' 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쭉 상대를 이해 못하더라도 "준중" 하자는 맘가짐으로 살아야겠다. 덕분에 큰 거 하나 배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