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제주2016. 8. 20. 17:17
     

서로 각자에게 필요했던 충전의 시간 '틈새 시간' 을 보낸 후, 우리는 저녁을 먼저 먹을까. 산책을 먼저 할까. 고민하다 산책을 먼저 하기로 했다. 편안하게 저녁을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짧은 산책을 하려 했는데, 걷다보니 넘 좋아서 조금 더 조금만 더 걷다가 결국 또 늦은 밤 산책으로 이어졌다. 남들은 관광하러 오는 곳을 우리는 동네마실 나오듯 산책하고 즐겼으니 그걸로 참 많은 선물을 받은 듯 했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 '중문' 리조트, 호텔 등 많은 숙소와 관광단지 답게 아름답게 형성돼 있는데.. 우리는 이곳을 걷고 또 걸었다. 낮엔 서핑으로 유명한 해변이지만, 밤 산책을 즐기는 연인들도 더러 있었다.




햇빛이 덜 할 때 나와서 그런지.. 제법 바람도 시원하고 좋았다. 중문해변은 꽤나 멀리까지 걸어야 하기에, 부담되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더 좋다고 하셨다. 걷고 싶다고.. 제주를. 우선 입구에 있는 해녀를 배경으로 우리는 조금 쉬었다 갔다.





이곳을 보니 제주에 온 느낌이 충만. 거기다 어릴적 왔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말그대로 어렴풋이다. 20년도 훌쩍 지난 지금이니까.





하르방들이 참 많았다.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셨다. 대체 누가 하르방이고 누가 어머니인지. ㅋㅋ






아~ 좋다 !! 라는 말 밖엔,,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뭔가 말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내가 본 제주의 느낌은 그랬다.




이제 바다를 보기 위해 걸어서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오니 특이한 건물이 나온다. 안찍을 수 없지. 저곳이 박물관이란다. 시간이 늦어서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들러보고픈 건물이었다.




재미난 건물들을 지나서 롯데, 신라, 하얏트 등의 호텔을 지나면.. 이렇게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올레길을 따라 우리는 바다를 조금씩 더 가까이 느끼려 했다. 끝없이 펼쳐진 제주의 남쪽 바다. 너무나 시원했고 아름다웠다. 저녁이라 더더욱. 제주도에 갔다면, 꼭 밤바다를 걸어보시라 추천!!




하늘이 예술이다. 저물어 가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오늘의 일들이 주르륵 흘러 지나가는 것 같다. 그저 황홀했다.




올레길에서 기념샷. 길이 참 이뻤다. 옆에는 꽃과 바다. 다른쪽에서는 수영하며 노는 아이들. 전망이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생각했을때 고급진거 뭐 그런거 다 떠나서 하얏트 호텔에 머물고픈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주하면 신라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어. 아무튼 그런 모습들을 부러워하시는 어머니께 싼 호텔을 잡아드려서 조금은 죄송스럽고 뭔가 좀 맘이 그랬다. 가족이라면 느끼는 그런 감정 이겠지. 어쨌든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해변에 도착했다. 달 - 구름 - 바다 가 아름답게 내려앉아 있었다. 중문해변은 참으로 바람도 쌔고 파도도 높고 마치 동해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바다보다 유독 검은 빛이 강했던 모래. 은은하니 좋았다.




여긴 모래와 풀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검은돌과 초록 그리고 모래. 여기서 웨딩화보 같은거 찍으면 참 이쁘겠다 했는데 어느 커플이 웨딩촬영 중이었다. 정말 아름다웠지만 그분들의 미래(?)를 위해 눈으로만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잔잔하고 에머랄드 빛 바다의 협재, 함덕 등의 해변보다 파도가 거칠고 석양이 이쁜 이곳이 더 이쁘게 나올 것만 같았다. 나중에 나도 꼭 함께 오리라. ㅎㅎ




파도도 높고 빗방울 처럼 번지는 물들의 향연에 촉촉히 젖은 모래가. 그 서걱거림이 참으로 좋았다. 못생긴 발 출연은 죄송 =.=;;




"브이 V" 어머니는 시원하셨던지. 기분이 많이 좋으셨는지. 잔잔히 노래를 부르셨다. 나는 누가 들을까 조마조마 조심조심한 맘이 들었었다. 괜찮아요. 우리에겐 거친 파도소리가 있으니 알아서 묻어주겠죠. 이게 확성기가 되면 안되는데.. ㅋㅋ





파도가 친다. 바람이 분다. 이보다 더 시원한 풍경이 있을까. 해 질 무렵의 밤바다 산책은 참으로 낭만 있었다.




더 늦어질까봐 우리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지름길인(?) 호텔쪽으로 들어갔다. 움.. 뭔가 아름다운 유럽의 성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뻤다. 낮은 몰라도 밤엔 롯데호텔이 고급지고 우아한 멋을 가진 것 같았다. 그곳의 사람들을 마주하니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담엔 어머니를 이런 곳에 모셔야 겠다. 괜히 맘이 그러네.




이곳에 왔으면 풍차 보고 가야지. 매번 사진으로만 봤었던 곳이다. 울산에도 대공원에 이런 풍차가 있다. 그곳이 원조라 하지만, 여기가 더 이뻤다. 뒷 배경이 바다니. ㅋㅋ 많은 사람들이 풍차 찍는다고 정신이 없네. 그새 어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아이고 ㅎㅎ


이젠 제법 허기졌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고생(?) 하신 어머니를 위해 흙돼지를 맘껏 사드렸다. 우린 밤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먹고 또 먹고 끊임없이 먹었다. ㅋㅋ 어차피 여행의 끝은 '먹거리' 니깐. ㅎㅎ


우리는 그렇게 시원하고 배부른 밤을 보냈다.


- 아직도 아직도 많이 남은 제주 이야기. 언제 다 올리냐. 천천히 진득하게 .. ㅋㅋ 추억은 곱씹을 수록 좋은 거니까.



# 무언가 느끼는게 많은 밤이었다. 최대한 동선은 짧게 최대한 편안하고 여유롭게 라는 생각으로 일정들을 짰지만, 다소 어머니껜 무리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동거리에 따른 최적의 위치라 생각되는 곳들로 숙소를 잡아드렸는데, 정말로 맘에 드셨을까. 함께하는 첫 여행인데.. 좀 더 좋은 곳으로 고급진 경험들을 해 드리게 할 껄 그랬나. 하는 등 여러 생각들이 오고갔는데.. 다 좋았다고 하시니 드시는 것 만큼은 최고로 사드렸다. 뭐 그러면 된거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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