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지난 5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번엔 어머니와 함께 '절두산 순교성지' 로 향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는 조상들의 희생에 마음아파 하시며, 말없이 그곳을 조용히 산책하셨다.
- 이곳은 가끔 내가 답답할 때 찾는 곳인데, 병인박해 때 흥선대원군이 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을 했던 곳으로 그들의 머리를 잘랐다고 하여 '절두산' 이라 불리는 곳인데. 그때 프랑스 신부 9명을 처형함으로써, 병인양요의 원인이 되기도 했었던.. 그 아픔과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더욱 어두운 기운이 많이 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에서 마치 내가 목이 잘려나간듯한 고난이 있을 때, 이곳을 찾으면 조금이나마 '위로' 가 되었다.
맑은 날 오후였지만, 묘하게도 우리가 찾은 이날. 절두산 성당을 바라보는데, 하늘에 잔뜩 구름이 드리워졌다. 정말 묘하게도 말이다.
순교자들을 위로하는 조각상 앞에 사진을 찍었다. 그들의 희생을 표현한 조각상은 그저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순교지 기념관 앞에는 그들의 아픔을 또 다른 형태로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잘 웃으시는 어머니는 "와~ 무섭다." 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조금은 스산한 기운이 도는건 사실이다. 우리는 성모상 앞에서 잠시 기도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이곳을 지키는 대장님이 계셨다. 한국인 최초의 성직자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어린나이에 순교 하셨지만, 그 포스와 강인함이 느껴졌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이지.
그분의 가르침(?)을 받으시는듯. ㅎㅎ 보통은 성지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 지는데, 이곳은 좀 다른 기운이 도는 것 같다. 라셨다.
이곳은 잠시 기도하기 위해 들른 곳이라, 우리는 서둘러 이동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어머니는 내게 "고맙다" 고 하셨다. 조용히 기도할 곳. 기도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정말 좋았다며..
# 갑자기 생각나서 모시고 갔는데.. 좋았다고 하시니 나도 기분 좋았고, 그 엄숙함과 진지함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고 하셨다. 이젠 더 이상 한국에서 아픔이 없어졌음 좋겠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쥔 자들이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건 여전한 것 같다. 다만 방식만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