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의 마지막날. 리유가 좋아하던 유아들의 우상(?)인 '번개맨' 을 만나러 갔다. 아빠랑 뭐하면서 놀까? 라며 물었을때, 아빠랑 영화 보고 싶다고 했다. 역시 내 딸인거냐? 아빠처럼 영화를 참 좋아하는구나. 또 다시 물었다. "리유야, 부산에 번개맨이 왔다는데 우리 같이 보러 갈래?" 그랬더니, 1분 1초도 안쉬고 바로 "응" 이라며 엄청 신나했다. 우리는 그렇게 번개맨과 그의 친구들을 만나러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음음.. 우선 도착했다는 인증샷부터 찍고. 약간은 바람이 불었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리유랑 놀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전에도 왔었던 곳이라 익숙한 무대. 리유에게 공연용(?) 바람개비를 사주고, 함께 무대에 오르려는 순간. 다른 친구들은 이미 번개맨, 번개걸이 돼 있었다. 좀 더 크면 보니 하니를 더 좋아하겠지만, 유아들에겐 아직은 번개맨이다. ㅎㅎ
친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리유. 리유도 번개맨 옷이 입고 싶어하는 듯 했다. 아빠에게 잘 조르지 않는 리유는 번개맨 옷이 참 이쁘다며 아빠에게 조용히 압박했다. ㅎㅎ (결국엔 공연장 들어가며, 하나 사줬다. 핑크를 사랑하는 리유지만, 파란색의 번개맨의 옷을 골랐다. 그동안 입고 싶었는데, 이제야 번개맨 옷을 입게 됐네.)
무대위 아이들의 가족들이 무대주변을 점령하는 바람에 리유는 올라갈 시기를 보고 있었다. 무대라면 어디서든 올라가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춰야 직성이 풀리는 리유에겐 제법 근질근질 했을 테다. ㅎㅎ 그 끼를 어찌할꼬.
자자. 한 번 올라가 보실까. 이 녀석이 무대에 오르니 다른 친구들이 비켜준다. 리유야, 맘껏 노래하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인증샷 하나 찍어 주시고. 하나 둘 셋 찰칵!! 아빠도 고슴도치인지라, 볼 살이 약간 빠졌지만. 이전보다 더 이뻐진듯한 느낌이 있어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네.
분수대 옆을 빙글 돌아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도 좋고. 리유도 기분 좋고. 생각이 많은 아이이기에 자신만의 시간을 좀 더 주었다. 아빠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며, 따라 걷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분. ㅎㅎ 볼 때마다 신기한 로보트 보안관 '마리오'. "앗. 마리오다. 리유 같이 사진 찍을래?" - 조금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응" .
리유가 정말 좋아하는 번개맨과 찰칵. 짜쉭. 쑥쓰러웠는지 여러번 찍어도 어쩔 줄 몰라한다. 글쎄, 이날 이상하게도 리유는 조금은 센치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생각이 많은지. 아빠를 계속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그랬다.
드디어, 공연을 즐겼다. 리유는 신나게 함성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러가며 번개체조도 신나게 추고. 번개맨과 인사 못했다고 아쉽다고 계속 울쩍해 했다. (공연사진은 찍을 수 없어서 그저 리유랑 신나게 즐겼어요) 그래서 조금은 더 놀게 해 주고 싶었다.
공연장 윗층 테라스에서 또래 친구랑 신나게 달리기 시합도 하고. 아이쿠야. 달리는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하구나.
슬금슬금 다가서더니. 테라스 구석진 곳에 언니가 숨어 있네. 평소에도 언니들이랑 어울리는 걸 무척 좋아하는 리유는 언니를 슬슬 꼬시기 시작했다. 아빠가 사준 비타민을 가지고 꼬실 줄이야. ㅎㅎ
야야.. 또??? 아까 또래 남자친구랑 달렸을 때, 시시했던지 이번엔 언니랑 시합한다. 자꾸만 달리려는 질주본능의 리유를 겨우 달래서 데리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 에너지는 어디서 나는 걸까. 아무튼 니가 밝게 웃어줘서. 건강해줘서 참 고맙다.
# 오랜만에 만난 리유는. 여전히 씩씩하고. 더욱 건강했다. 그리고 몸은 그대로인것 같은데. 생각의 깊이가 이제는 좀 더 크게 자랐다. 아빠눈을 한참을 바라보고 말 없이 꼬옥 안고서는 "아빠, 사랑해요. 아빠 보고 싶다고 울지 않을게요." 라며 아빠 볼이 남아나질 않게 뽀뽀를 해 줬다. 한 없이 미안한 아빠지만, 딸에게 큰 힘을 얻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또 한 번 깊이 느끼게 됐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안고 있으면 더욱 뜨겁게 울게 되는 딸 바보, 아니 딸 등신 아빠인 나. 나보다 더 강한 아이 리유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안겨주고. 내 위치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봐도.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리유를 만난 일인것 같다. 사랑한다 리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