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었다. 요즘 일도 바쁘고 정신없기도 했고.. 몸도 많이 지쳐 있기도 했고.. 어쨌든 휴식이 필요했다. 내게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될 것만 같은 생각도 들어서 바로 울산으로 향했다. 쉼이 정말 필요하기도 했고, 주치의 선생님의 호출이 있기도 했고. 어쨌든 겸사겸사 나만의 시간들을 가지고 왔다. 덕분에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다. 아버지를 뵈러 간 것이기에 첫 행선지는 당연 아버지 산소 였다. 아버지 계신 곳은 울산은 아니지만, 어쨌든 울산 근교니까... ㅎㅎ
아! 다행히 날씨는 정말 좋다. 택시도 잘 안 잡히는 지역이라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서 또 걸어서 올라갔다. 거리상으로는 버스 정류장에서 대략 1.5km 정도 될 듯. 휴~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거!! ㅠ.ㅜ
걷다보면 많은 상을 볼 수 있는데..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의 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아마도 지금의 울 어머니의 심정이 저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중턱쯤 올라왔을까. 가끔 미사도 집전하는 제대도 보인다. 늘 그저 스쳐 지나갔었는데.. 왠지 집중해서 바라보게 됐다.
하... 아직도 더 가야된다. ㅠ.ㅜ 하지만 매일같이 미세먼지 속에 살다가. 나무냄새와 흙냄새를 맡으니 .. 많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언덕은 정말인지..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가본적은 없지만, 아마도 골고타 언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묘소 관리소 건물 앞. 이제 진짜 다왔다. 잠시 쉴 겸 앉아서 숨 좀 고른다. 오랜시간 홀로 외롭게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를 생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다 왔네. 다리 아픈건 뭐 어쩔 수 없지만.. 뭐 그러고보면 이곳도 참 발전 안된다. 묘비가 많이 늘어난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아버지 아들 왔어요." ....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한 번도 울어 본 적 없었는데.. 그저 죄송 스러움에 적막한 눈물만 흐른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가 곁을 떠난지도 벌써 28년이나 흘렀다.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늘 그립지만, 어릴적엔 정말 원망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그저 죄송스러움만 따른다.
아버지께 절을 하고, 그냥 말 없이 앉아만 있었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유독 아버지 묘 앞에만 흥건한게 마음이 좀 더 쓰였다. 늘 매말라 있는 곳인데.. 아들바보 였던 아버지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라며 홀로 다독였다. 은은하게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듯 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씀. 조용히 또 침묵을 지켰다.
산소 주변에 이쁜 녀석들이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니들이 나보다 낫네. "아버지 또 올게요." 라며 짧은 인삿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나는 원래 애교도 없었고, 말도 별로 없던 놈이라 .. 그저 말 없이 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아버지도 나도 둘 다 위로를 얻는다. 아버지께서 늘 지켜봐 주고 계셔서 그런가. 생각보다 많은 위로를 얻고 왔다.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들어보지 못했던 "아빠" 라는 말을 끝내 못하고 온 게 조금은 후회가 된다.
# 사실 늘 혼자라는 것에 힘들어 했다. 근데 아버지는 늘 나를 지켜봐주고 계셨다. 정말 놀랐던 건. 사진 찍을 때는 몰랐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에 사진을 옮겨보고 놀랐다. 마리아상 옆. 나비 한 마리가 다가와 있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아버지 묘에 갈 때마다 보이는 나비.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아무튼 뭐라 표현하기는 참 힘들다. 20년 넘게 그랬던거 같은..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아버지 한테 잘해라. 라고 말을 하면 대부분. 아버지가 밉단다. 아버지가 뭐 사주면 좋다는. 음.. 아마도 모를 거다. 늘 아버지가 없었던 내겐.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뼈에 사무치게 알고 있거든.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그래서 리유에게 더 미안하다.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나의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병상에 누워서 아들도 못 알아보셨던 8살때의 잠깐의 기억이 마지막 기억이다. 같이 해 본게 너무도 없어서 리유에게도 많이 서툴렀고, 늘 맘만 앞섰던 것 같다. 아무튼 리유에게 나는 어떤 아빠일까. 더 많이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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