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2015. 11. 21. 09:18
     



ⓒ 울산현대축구단.


포털에 뜬금없이 등장한 울산의 엠블럼 변경 소식!! 뭐지? 하면서 구단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사실 구단 홈페이지보다 기사에서 더 명확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구단의 상징? 전통성? 솔직히 모르겠다. 오랫동안 90년대 초반부터 울산의 팬으로써 바라봤을때 울산은 스타플레이어 선수와 감독이 많았었다. 지금의 명장이라는 소리까지 들으시는 전북의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님 또한 울산 출신의 선수였다는 것을. 감독 또한 차범근, 김호, 김정남, 김호곤 등 과거의 선배님들까지 읊어대면 엄청난 선수와 감독이 거쳐갔다.


그만큼 녹녹치 않던 팀이기도 했고, 선수 구성에 있어서도 꾸준히 포지션별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계속 나왔다. 어릴적 내가 바라본 울산의 모습은 강하고 터프한 팀 스타일 못지않게 당시 보라돌이라 비아냥 대는 상대팀 팬들조차도 강한 팀 스타일을 인정했었다. 무엇보다 그때부터 울산의 강렬함은 유니폼에서 나왔다. 그땐 그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싶어하는 팬들이 엄청나게 많았었다. 그런데 문수구장으로 홈 경기장을 옮기게 되고 김정남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당시 이천수, 유상철 등이 엄청난 활약을 해서 우승까지 하게 되고 울산의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게 되면서 그때부터 울산의 상징은 보라색이 아니라 네비블루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구단에서는 울산의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다며 줄곧 울산의 색은 푸른색이라 한다. 유니폼 이쁜거 인정한다. 유니폼 못지않게 엠블럼 또한 중요한데.. 사실 지금의 엠블럼에서는 그 역사적 전통이나 팀의 색이라 느끼기 어렵다.


울산이라 하면 자연스레 '현대' 라는 단어가 붙을 만큼 울산의 색은 기업색이 짙은 도시다. 심지어는 울산에서 왔다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울산에서는 현대차만 탄다면서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랜 K리그 팬들은 알거다. 울산 구단은 원래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으며 시작됐다. 내가 처음 서포터라는 생소한 모임을 제안했을 때도 흔쾌히 받아들이며 함께 도전하는 정신으로 구단을 위해 노력하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축구 전문가 수준 뺨 치는 정도의 전략과 정보를 갖고 있었다. 지금의 울산? 어느순간 울산 구단은 중공업에게 넘어갔고, 팀 유니폼을 급기야 기업의 이미지인 노란색과 녹색으로 섞어가며 누가봐도 현대중공업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들은 축구에 있어서 아마추어나 다름없었다. 당시 초기 서포터를 이끌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 지금의 구단은 단장부터 시작해서 모든이가 바뀌었다. 그들은 열정적이고 무엇보다 우리(팬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서는 없는 것이 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조금은 부족한 것 같고. 어떻게 울산을 잘 이끌어갈지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의 전북현대를 보면 사실 부럽기보다 배가 많이 아팠다. 전북은 지역 구단이었는데 현대자동차가 맡으면서 구단의 운영? 의심하지도 않았다. 울산에 있을 때 부터 워낙 잘했었기에. 그래서 지금의 전북을 만드는 것을 보면 기업구단이라고 다 나쁜게 아니라 그들의 마인드. 이왕이면 축구에. 리그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의 울산구단도 포털 기사를 쓰는 것만 봐도 정말 열심히고 잘 하신다. 하지만 조금만 구단의 성과에 전통성이나 역사성을 내세울게 아니라 팬들이 기억하는 가장 행복하고 잘 나갔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그 구단의 역사성이라는 인식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좀 더 팬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지금의 것들은 조금은 더 부족해보이고 발전해야 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면,



ⓒ 울산현대축구단.


이게 지금의 울산의 유니폼인데, 엠블럼을 그렇게 바꾼다면 오히려 원정 유니폼은 그대로 둘 지라도 홈 유니폼에 검은색 줄무늬 바탕을 엠블럼에 들어간 노란색으로 바뀌어도 잼있을 것 같다. 생각보단 덜 튀고 이쁘게 보일 것도 같다. 그냥 나의 생각이다.



+ 요즘 수원의 상황을 보면 그들역시 참으로 안타깝다. 기업의 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점점 변모하려 하는데 그 사이에서 구단과 기업간에 불협화음이 심해 보인다. 내가 생각해도 경기력은 K리그가 유럽의 중위권 정도는 보여준다 생각하는데 아니 오히려 더 박진감 넘치고 재미난 부분들은 더 많다. 그런데 우리의 경기장을 가고싶다는 생각 보다는 유럽의 경기장을 가보고 싶게 한다. 구단의 상징이 경기장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 경기장에는 시설관리공단의 문패가 들어서 있고 유럽의 그 흔한 구단의 엠블럼 따위는 경기장에서는 보기 힘들다. 광고판이나 현수막 정도? 매표소에만 엠블럼이 들어간 지금의 형태.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불가능 할까? 아니다. 시설면에서는 월드컵을 치른 축구장이 훨씬 나을지 모르겠지만, 가고싶다는 생각은 야구장이 더 많이 들었다. 그들 역시 여전히 기업구단의 형태로 이뤄져 있지만 그들의 경기장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구단 상징을 보게 되고 그들과 함께 소속감이 들어 흥분되고 또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치어리더나 이벤트 등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 왠지모를 소속감이 생긴다. 그러나 축구장에서는 그러함을 느끼기 힘들다.



# 그 언젠가.. 우리도 우리의 엠블럼을 경기장 스탠드에 깊게 새기고 경기장 상단에 구단 엠블럼을 새기며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를 모두가 외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들의 푸른 그라운드에는 선수들의 땀과 숨소리만이 촉촉히 내려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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