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부터 서울의 역사 데이트를 해보자는 (덤으로 건강한 산책) 취지에서 와이프랑 서울 성곽투어를 했다.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에 도시락을 싸서 나란히 걸으니 연애 때와는 사뭇다른 느낌이 들었다.
우선 첫 번째로 우리는 와룡공원에서 출발해서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둘레길' 을 먼저 돌아봤다.
북안산 둘레길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청서를 작성한 후 출입증을 받고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군사지역이다 보니 사진촬영에 대한 제재가 있어 부분부분 우리만의 달콤함을 즐겼다. 와이프가 사준 가방을 메고 기분좋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직 유부남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좋은건가?? ㅋㅋ
북악산 둘레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돼 엄청난 경사길이 이어졌다. 내리막에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
암튼 우리는 나란히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걸어 내려갔다.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콩이가 뱃속에 있다는걸 몰랐기에 갔지 알았다만 가지 않았을 거다.
계단길은 좁고 약간은 조심스러운 길이다.
말바위 전망대(출입 사무소)에서 쭉 걷다보면 나오는 숙정문에서 하늘을 봤는데 넘 이뻐서 찍어봤다.
역시 우리의 색이 참 곱고 아름답다. 하늘 빛과도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성벽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헥헥 거리며 밖을 내다보니 ..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참 빼곡하구나 하며..
약간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공존하기에 서울이 더 빛나 보이는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울.... 참 알다가도 모를 조금은 매력적인 도시.. 다. 과거의 조상들은 이 길을 어떤 맘으로 저 세상을 바라보셨을까.
계속 성곽을 따라 이런 길을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다.. 다시 내려가 본다.
1박 2일에서도 나왔었던 1.21 사태 소나무....
아픈 우리의 역사를 가진 채 소나무는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방송에서 이수근은 사슴을 봤는데.. 아무리 기다리고 찾아봐도 사슴은 보이질 않았다. 이수근은 정말 해운아 였다.
가슴아픈 표현을 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나는 괴짜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에 담겼다. 핀이 맞지 않긴 했지만 뭐 나쁘지 않다.
드디어 창의문이다. 출입증을 반납하고 나와서 그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빛도 좋고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창의문으로 내려가는 길을 찍으려 했지만 군사지역에 묶여있기도 하지만... 주의 할 점은 거기 내려오는 계단이 엄청 가파르고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어쨌든 내려오고 다시 올려다 봐도 정말 아름다운 선조들의 흔적이었다. 와이프와 나는 연신 감탄사만 연발했다.
버스를 타고 종로로 나가보려 버스를 기다리는데.. 바로 옆 벽면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조상들의 발자취가 남아있어 신기하기도 하면서 꽤나 보람된 산책이었다.
와이프는 스탬프 찍기에 도전,,, 하나씩 도장을 받을 때마다 즐거워 했다.
아쉽게도 이 구간에서는 하나의 도장을 받았다. 서울은 역사를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빌딩 숲이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역사의 발자취를 누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날 데이트를 시작으로 우리는 더욱더 돈독해지고 서로의 존재를 행복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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