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2010. 5. 15. 19:57
     


수원 vs 울산 (빅버드)


지난 주말 월드컵 전 마지막 라운드였던 수원과 울산의 경기가 펼쳐진 '빅버드' 에 다녀왔다. 당초 우승후보로 지목되었던 양팀간의 대결이었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울산은 선두권에 있는 반면에 수원은 계속된 경기력 침체로 최하위에 위치하는 등 많은 시련이 있음에도 이날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주었다.


집에서 2시간 가량을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다녀오느라 피곤했지만 늘 수도권 원정을 오기만을 기다리는 서울에 거주하는 울산팬으로써 그들의 숨소리를 직접 느껴보고 온 터라 피곤함보단 행복함이 기억되었다.


수원이 올 시즌 '블루랄라'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팬들에게 축구로 인해 즐겁게 해주리라고 했는데 과연 즐거웠을까? 라는 질문에 성적에 연연했다면 '아니오' 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도시 수원 아니던가. 이기든 지든 내 팀을 향한 애정은 변함 없으리라. 그래도 이 날 김연아 선수와 곽민정 선수가 온다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거의 2만 7천여명이 경기장을 찾아주었다. 울산으로서는 부러웠다. 울산도 '축구의 메카' 라 불리는(남들이 웃을지 몰라도) 축구인프라 자체는 잘돼 있는데 유독 프로축구 관중이 없다는게 문제다. 예전엔 문수구장에도 4만 3천석이 가득 찼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지. 이제는 추억이 돼 버렸다. ㅠ.ㅜ


전광판 아래 '수원사랑' 이라는 걸게의 문구가 진득하게 들어왔다. 열정적인 서포팅으로 유명한 그랑블루 .. 그대들이 수원 구단을 감독을 욕하는건 팀에 대한 애정이 짙어서 그런 것이겠다. 경기를 보면서 노브레인의 Little baby 를 개사해 부르는 그들의 응원가를 들으며 약간은 울컥했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 비록 상대팀이지만 이 얼마나 멋진 말이 아닌가. 울산과 수원은 예전부터 우승을 다투며 옥신각신 하던 사이였는데 다시 그때의 수원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아, 이날 관심을 받았던 이운재 선수는 차범근 감독의 배려였는지 명단에는 없었다.


차가 많이 밀리는 지역이라 그런지.. 경기가 시작하기 얼마 전이지만 울산에서 본진들은 아직 도착을 안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정이 취소된 줄 알았다. 소수의 수도권 서포터들이 응원을 하기 시작하는데 탐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전달력은 극히 미비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전 양 팀의 구단기가 등장하고..  기자들이 선수 출입구 쪽에 잔뜩 몰려 막고 서 있다.  누가 온 건가?? 하악하악..^^


선수들이 입장했다. 선수들이 입장했는데도 기자들이 출입구쪽에 그대로 남아있다. 기며나(김연아)와 꽉(곽민정) 선수가 시축하러 왔단다. 시축하는 장면은 하악하며 정신을 놓고 있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ㅠ.ㅜ


시축이 끝나고 선수들이 스크럼을 쌓고 결의를 다졌다. 울산도 그렇지만 수원은 남다른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겠기에(?) 늦게 그라운드에 섰다. 그새 관중이 많이 늘었다. 주말이라 차가 더 밀리나 보다. 빅버드도 은근히 교통 상황이 좋지 않음!!


치열했던(?) .. 아니 거의 일방적이었던 .. 전반이 끝났다. 수원의 주닝요 선수의 골대 맞췄던 것, 백지훈의 돌파, 이상호의 슛을 제외하면 딱히 위협적인 공격이 없었던 수원이었고 울산은 중원을 두텁게 하고 역습의 찬스에서 오르티고사가 골을 성공시켜 울산이 1-0 으로 앞선 채 끝이 났다.


악~~!!! 전광판에 비친 김연아는 진리였다!!! 하프타임에 김연아와 곽민정 선수가 나와서 인삿말을 건네고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를 나눴다. 문제의 그 제로(?)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저 캠페인 때문에 수원이 골을 못 넣었다는 후문이 있었다는.. 아무튼 사실 김연아로 인해 사기가 떨어진 수원에게 활력소가 된 건 분명한 것 같다. 이날 경기에서는 아니었지만 챔피언스 리그 8강에 진출하지 않았는가.


수원의 밤은 그렇게 조용히 .. 열광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윽고 김연아 선수가 울산 서포터가 있던 S 석 앞을 지나갔다. 와~ 대체 카메라가 몇 대냐?? 이날 기사에 보면 울산과 수원의 승부얘기보다 김연아 시축 기사가 더 많았다. 젠장 금메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곽민정도 함께 있었는데.. 이런거 보면 축구도 우승 트로피나 금메달을 따야 진리인듯.. 걍 미친척하고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이겨버려. 그럼 인정해주려나...?!


후반이 시작되기 전 울산에서 본진이 도착했다. 탐도 있고 메가폰, 꽹과리도 있고 제법 흥이 돋구어 질 판이다. 어라? 후반시작과 동시에 홍염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K 리그 경기장에서 홍염이나 폭죽, 연막 등의 사용은 제재되고 있다. 역시나 이후 구단 직원의 경고가 있었다. 암튼 이 양반들 월드컵 전 마지막 경기라 불을 뿜었나 보다. 암튼 오랜만에 홍염보니 더 흥분되긴 했었다.


후반엔 처용전사들의 응원에 더 힘을 얻었는지 오장은이 추가골을 넣었다. 수원의 수비는 완전히 무너졌고 특히, 왼쪽에서 수비를 하던 강민수의 부진이 수원의 부진의 중심이었던것 같다. 신인 정대선이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너무 쉽게 무너졌다. 수비는 원래 양쪽 균형이 맞지 않으면 잘 되던 곳 마저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아무튼 이날 울산은 오장은의 결승 추가골로 인해 2-0 으로 승리하며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리그의 맨 꼭대기에서 기다리게 됐다.


오호~ 이 양반들 이젠 간이 배 밖에 나왔다. 이번엔 '잘있어요~'(울산이 원정에서 이기고 있을때 경기 종료 직전 부르는 응원가이다) 를 부르며 홍염을 하나 더 터뜨린다. 구단 직원이 다시 와서 제재한다. 근데 어쩌나. 홍염은 다 꺼질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원 구단도 이날 경기가 월드컵 전 마지막 리그 경기에다 홍염외엔 별다른 도발이 없었기에 그냥 경고정도로 끝나는 수준이었다. 어쨌든 규정은 규정이니 되도록이면 지키도록 하자.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하러 왔다. 근데 인사하는 모습들이 이건 뭐 건달도 아니고.. ㅎㅎㅎ 이때 웃겼던건 오장은 선수랑 김치곤 선수는 절하려 했는데 다들 안하는 눈치니 어색해 했던 모습이 있었다. 중계 카메라에는 잡혔으려나?? 아무튼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잘 싸워준(?) 선수들 고맙다~~!!

당분간은 컵대회를 제외하고는 K 리그와는 잠시 안녕이다.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들을 해서 월드컵 특수로 후반기 리그땐 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축구 속에 파묻혀 보고 싶다. 더불어 울산에서 대표팀 예비명단에 든 김영광, 김동진, 오범석 선수는 끝까지 최종명단에 남아서 남아공에서 멋진 활약 해주길 기대한다.


+ 말로만 들었었는데 강민수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니 이대로라면 남아공에 갈 수 없겠더라. 운재형 보다 강민수가 더 걱정이 들었던 경기력 이었다. 아무튼 수원은 후반기 리그엔 예전의 모습을 찾길 바란다. 멋진 라이벌이 사라지는건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울산도 더욱 강해져서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다음에 만나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