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기록2009. 10. 19. 12:48
     


어젠 사촌누나의 결혼식으로 인해 왜관으로 다녀왔다. 다소 여유롭게 출발했지만 약간은 허겁지겁 열차에 몸을 싣고..
부산한 아침을 보냈다. 열차안에서 보는 가을 풍경.. 서울쪽 하늘과 땅엔 가을이 이미 스며 들었지만 아직 남쪽엔 가을 들녘만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가을바람이 찰 줄만 알았는데 그곳의 바람은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졌다.

왜관역에 내려 결혼식이 진행되는 성당을 찾았건만.. 약도와는 많이 달라 좀 힘들게 찾았다. 무모하게만 보이는 언덕을 넘어서니 자그마한 안내 간판을 보고 반갑게 올라갔다. 성당 마당에는 식사준비로 정신이 없었고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겨우겨우 성당안으로 들어갔다. 혼배미사에는 약간 늦었지만 그래도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나와 동생이 앉은 자리가 사각지역(?)이라 신랑신부의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새초롬한 신부의 느낌은 느낄 수 있었다. 무겁지만 스냅이라도 찍어주라는 가족들의 말에 카메라를 메고 갔었는데 도무지 찍을 각도도 안나오고 붐비는 사람들.. 좁은 통로.. 좁은 성당마당에 자리한 테이블들.. 장소도.. 공간도.. 여유도.. 없었다. 결국 한 컷도 담지 못하고 가져왔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친척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다들 세월의 무정함을 비켜가신 분은 없었다. 어릴때 보았던 삼촌들의 모습, 이모, 이모부.. 그리고 사촌들.. 많이도 변해있었다. 어릴땐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모였었지만 자라오면서 서로들 바쁘게 사느라 멀찌감치서만 바라봐야 했던 시간들.. 야속하게도 알 수 없는 묘한 어색함이 있었다. 못 본 사이에 조카들은 나를 아저씨(ㅠ.ㅜ)라 부를 만큼 성장해 있었고. 벌써 다음 결혼타자?? 는 '나' 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게 됐고. ㅎ 세상을 즐길만한 여유를 못 찾은건지 알면서도 포기하며 사는건지 세상의 고달픔을 얼굴로 표현하고 있었다.

토요일 결혼식이었다면 결혼식때도 못가봤고 애들이 자라오는 동안 보질 못했던 매형과도 술 한 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길하길 원했고 자라오면서 왕래가 줄어든 사촌들과도 친목을 다지고 싶었지만 일요일이라 다들 어수선하게 헤어졌다. 가을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에 결국 나만 홀로 남았더라. 왠지 씁쓸하고 심심했던..  생각했던 모습들이 아니었다.

홀로 동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서.. 참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더라. 친척... 가족.. 뭐지?? 뭐지?? 못보고 지내면 정말 남이 되는건가?? 그건 아닌데 .. 어릴때 함께 뛰놀고 장난치던 과거를 회상하면 그저 정말 아련한 추억으로만 기억되는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지내다 조금 더 늙어버리고.. 세월 참 무섭더라. 후딱 후딱 10년이 지나가는것 같다. 20대에 나의 꿈을 위해 시작하는 시기였다면 이젠 꿈에 점점 다가가는 시기다. 20대에도 이렇게 후딱 가벼렸는데.. 30대엔 더 무섭게 빨리 지나갈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더 사람들과의 관계에 친척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야겠다. 어느순간 버려진 듯한 느낌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ps. 그나저나 대구는 아가씨가 이쁘다던데.. 결국 옛말인가?? 이쁘면 다 서울로 보낸다는 말이 사실인듯.. 버스 탔을때 어느정도 기대했었지만 버스안에는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 내 옆엔 아가씨가 앉았는데 아가씨라기 보단 아저씨에 가까운 여성(?)이 앉았다. 결국 오는 내내 잠만 잤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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