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봄은 언제 와? 지금 봄이야?"

- "응, 지금 봄이야."

- "그럼 아빠 우리 ... 도깨비 놀이동산에 봄소풍 가요."

- "그래.. 가자."


전에 리유랑 약속했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놀이동산에 봄소풍 가기로. 짜식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따스해진 봄 날, 우린.. 터미널에서 도시락으로 먹을 김밥을 사들고 서둘러 놀이동산으로 향했다.



햇살이 언제 겨울이었냐는듯이 쾌청하고 푸르름을 보여줬다. 햇살이 뜨거운 만큼 최대한 리유를 그늘에서 그늘로 이동하며 즐거운 봄소풍을 시작했다.




젤 먼저 타고싶은걸 물었더니, 독수리 놀이기구란다. 사람이 많아서 기다리는 중, 리유는 독수리랑 사진 하나 찍어달랬다. 'V (브이)'.





좀처럼 줄어들기 힘든 줄에 우린 먼저 다른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와중에 하늘은 정말 이뻤다.




놀이공원 한쪽에 있는 동물원을 찾았다. 겨울 내내 참고 참았던(기다렸던) 아이들과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리유가 좋아하는 호랑이를 봤다. 마침 호랑이 가방을 멘 리유의 뒷모습이 더욱 남달라 보였다. ㅎㅎ


- "아빠, 저기 봐요. 호랑이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 "그래, 우리 호랑이 한테 인사해볼까?"

- "호랑아... 안녕? 리유는 아빠랑 소풍왔어. 너도 소풍왔어?"

- " ㅎㅎㅎㅎ "




작은 공원에 작은 동물원이었는데 이렇게 호랑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게 더 좋았다. 리유는 신나서 호랑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방방뛰며 즐거워했다.




리유가 갑자기 아빠를 향해 달려왔다. 웃으면서 "아빠, 천원만 주세요." 라더니 저렇게 당근을 사들고 와서 방긋 웃었다. 에잇 졌다. 니가 그렇게 웃어버리면.. ㅠ./ㅜ ㅎㅎ





당근을 보고 염소가 다가왔다. 한 마리만 올 줄 알았는데 그 옆에 작은녀석까지 오니 리유가 기겁했다. ㅋㅋ 아빠랑 함께 천천히 녀석들에게 당근을 입에 물려줬다.




용감하게 염소, 당나귀 등에게 당근을 먹여줬다고 저렇게 미소를 지어줬다. '그래, 용감했어 리유야.'




하늘이 맑다못해 나중엔 조금 더워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따스해지니 좋았다. 저 성 아래에는 귀신의 집이 있는데 결국 리유는 아직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된걸로. ㅎㅎ




대신에 그 앞에 있던 경비병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리유보고 한 장만 찍을테니 이쁜 표정 지어라 라고 했더니, 이런 표정이 순간 나왔다. ㅎㅎㅎ 이상한 표정을 지으려다 아빠에게 이런 표정을 걸리고 말았다. 지못미지만, 느낌있어. ㅎㅎ 김밥을 많이 먹은 볼록한 배가 지금의 기분상태를 말해줬다. ㅎㅎ




또 자동차를 탔다. 여기오면 맨날 타던 이거. 신나서 아빠에게 한없이 미소를 띄워준다. "잼있어?" "네!"







타면서도 계속 아빠를 보며 웃고, 아빠만 찾았더랬다. 이런 아빠바보 같으니라고. ㅎㅎ




"아빠, 눈부셔." 전에 타던 놀이기구를 또 탔는데, 햇살이 너무 강해서 리유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선글라스를 챙겨서 오라고 했는데 엄마 핑곌 댔다. 에공 어쩌겠냐. 조금 속상했던 리유가 아빠에게 투덜투덜 댔다. 음... 한동안 리유에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줬다. 조금은 기분이 풀렸던 리유가 ..


- "아빠, 리유 선글라스 사주세요."

- "엥? 전에 아빠랑 놀러갈때 쓰라고 선글라스 많이 사줬잖아."

- "리유는 지금 눈이 많이 부시단 말예요."

- "어디서 선글라스를 사냐? 여긴 놀이동산인데.."

- "아빠, 저기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선글라스 파는거 봤어요."

- "엉? 그건 언제봤대? 한 번 가보자. 진짜 파는지 안파는지.."


갔는데 진짜 있었다. 비록 싼 거긴 했지만.. 그런대로 쓸만해 보였다. 리유는 이것저것 골라가며 써보고 맘에 들었는데 착용한채 아빠에게 결제권을 맡겼다. '이런.. 뭔가 계속 당하는 느낌이 든다.'




아빠에게서 선글라스를 득템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더워진 날씨에 우린 아이스크림으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순간 리유는 기분 좋아져쓰...




리유는 걸으며 이젠 눈이 안부시다고 노래까지 불러줬다. 짜쉭... 앞으론 너가 준비하지 못한걸 아빠가 대신해주진 않을거야. 오랜만에 가지는 소풍이라 봐준다.




보무도 당당하게 이젠 눈부심 걱정따윈 없는 멋쟁이 선글라스를 쓰고 다시 탔다. 이젠 신난다며 깔깔대며 웃어댔다. 니가 웃으니 아빠도 조금은 맘이 풀렸어. ㅎㅎ




하늘이 참 맑고 좋았다. 리유는 아빠보고 하늘이 정말 이쁘다며 사진 찍으란다. 나중에 찍은거 보여달라더니, "아빠, 이쁘게 잘찍네." 라며 시크하게 리뷰했다. '아놔.. 이런..'







리유랑 그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호숫가도 걷고. 마지막엔 놀이동산의 꽃. 회전목마까지 탔다. 어느덧 이제는 리유가 큰 언니가 됐으니 회전목마도 혼자 탈 수 있다며. 아빠는 앞에서 리유 잘 타는지 지켜보란다. ㅎㅎ


이젠 제법 놀이동산을 여유있게 즐기는 녀석이 됐다. 좀 더 크고 또 더 자라면, 아빠와의 이런 시간들을 기억할까. 기억해주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좋다. 내게 소중히 기억되고 있으니.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기록해가는 시간들 또한 즐겁다.


- "리유야, 오늘 재밌었어?"

- "네. 다음에도 또 놀러와요. 다음엔 더 무서운것도 타봐요."


그래 그래 리유야.

지금처럼 늘 건강하고 밝은 웃음을 지니고 살길. 아프지말고.



# 오랜 시간 봄을 기다렸던 만큼. 또 아빠와의 봄소풍을 기다렸던 만큼. 많은걸 하고 싶었을게다. 쉬고 또 쉬고. 쉬엄쉬엄 했건만. 리유는 아빠에게 많은 애정을 쏟아부어줬다. 모든것이 즐거웠던 리유에게 아빠는 늘 기다렸던 봄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열심히 뛰게 되는것 같다. 아빠 만나고나면 몸살한다는 리유가 아빠에게 만큼은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싶었나보다. 이젠 그러지마. 그렇게 안해도 아빠는 다 좋아. 앞으로도. 쭈욱. 아빠랑 이쁘게 이쁘게 그렇게 꽃을 피워가자. 너의 봄 아빠가. 나의 봄 리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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