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마을

▣ 작년 여름의 추억.

- 우리 가족은 가까운 인천으로 갔었다. 이번 글은 월미도에서 놀았던 것보다 조금은 더 빠른 시간의 기록이다. 리유와 나는 마냥 신났었는데, 리유엄마는 조금은 고단한 몸을 쉬고 싶었으리라. 이번엔 그동안 가고 싶었던 '동화마을'. 그 전에 차이나타운에서 맛나게 점심을 먹고 슬슬 움직였다.

음.. 먼저 날씨가 더웠던 탓에 잠시 목도 축일겸, 차이나타운 인근의 한 카페를 찾았다. 리유는 엄마랑 나눠먹으라고 사준 음료를 혼자 독차지 하고 계신다. ㅎㅎ 맛있쪄요?

드디어 도착!!! 인천의 송월동에 위치한 '동화마을' 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과 같은 아름다운 벽화 마을로 유명한데, 단순히 벽화가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입체적인 벽화였다. 강렬한 원색과 호기심 끌만한 것들이 많아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언제든 찾고픈 장소처럼 보였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 말이다. 리유는 동화 속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일어나자마자 서둘렀던 기억이 난다.

"찍으라고? 이렇게?" "너 좋아하는 물고기 있어서 거기서 찍겠다는 거야?" "에이 다시 한 번 더 찍자."

"이렇게 간판이 나와야 하는거야?"

"응" !! 리유는 어색하게 한 번 더 찰칵.

"아빠, 저거 보세요. 호랑이가 있어요."

"왜? 무서워?"

"네. 무서워서 못가겠어요." 이녀석 아빠 손을 꼭 잡는다.

"그럼 우리 다른데로 가볼까?"

"네!!"

"아이쿠, 이건 뭐지?"

"히히. 아빠, 강아지가 아이 팬티를 물었어요."

"리유야, 강아지가 어떻게 하고 있지?"

"입으로 이렇게 잡아당기고 있어요."

이내 큰 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작은 손을 가리며, 강아지에게 뭐라 뭐라 한다. 무슨 비밀 얘기를 하고 있었을까. 궁금하지만 꾸욱 눌러 담는다. 리유에게도 비밀은 있을테니까. ㅎㅎ

"아빠, 여긴 정말 재미난게 많아요. 동물친구들도 있고, 이쁜 의자도 많아요."

"그래서 좋아?"

"네. 다음에 또 와요."

이 녀석 말처럼, 이곳은 아직 어른아이인 나 같은 어른들도 굉장히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물론 이런저런 먹거리 등의 약간의 상술은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 봐오던 그 정도는 아니었다. 주민들과 지자체가 굉장히 잘 조화를 이룬 동네로 인정 받았다지 아마.

정말 잘 만든 동네 같았다. 아니, 리모델링을 잘 한 듯한 동네. 지나는 골목마다 어쩜 저리도 잘 만들었을까. 음란마귀인 나도 절로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달까. 물론 아니겠지만, 어쨌든 리유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잊고 있던 동심을 찾는것 같아 무척 즐겁다.

맛있는 아이스크림 집이 보인다. 그 옆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는데, 음.. 이건 좀 불안한데 ??!

그렇지?!!! 그러면 안되지만, 아무튼 열심히 오르락 내리락. 난 가끔 이 녀석의 에너지 원천은 어디서 오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 이거 봐요. 여우가 있어요."

"우리 이 길로 가볼까?"

"네. 우리 빨리 가봐요."

이 녀석이 안내하는 길로 여기저기 참. 많이도 걸었다.

"아빠, 잘 따라오고 있어요?"

"응. 아빠 따라가고 있어."

"에이 뭐야? 아빠 빨리 안 오고 뭐해요?"

"응 너 나는 모습 보면서 가고 있어."

나는 이 녀석의 걷는 뒷모습만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야, 계단을 그렇게 뛰어서 내려오면 어떡해?"

"아빠, 발이 멈춰지질 않아요." ㅎㅎ

...

"리유야, 너 왜 그러고 서 있니?"

"아빠, 저것 좀 봐봐요."

"응? 뭔데?"

"아, 익룡이네?!"

"익룡이 뭐예요?"

"날아다니는 공룡이야."

"우와, 근데 엄청 무섭게 생겼어요."

"리유야, 재밌었어?"

"네. 정말 재밌었었어요. 다음에 또 와요."

한참을 익룡과 공룡 얘기를 하다, 날아다니는 새. 갈매기가 있는 월미도로 향했었다. 포스팅 선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월미도 이야기는 그 전 포스팅에. ㅎㅎ

우리의 추억은 그렇게 그렇게 여물었었다. 모두가 웃었던 소중한 기억.

# 봄이 오기 전, 마지막 꽃샘추위가 몰아치니 봄은 아직인가 싶다. 그래서일까. 예전에 미뤄뒀던 사진들을 꺼내서 하나씩 정리하는데.. 여름의 추억부터 정리하다보니. 조금은 따스해지는 느낌도 든다. 작년 여름, 무척 더웠었는데.. 이 녀석이 나를 더욱 덥게 만들었었지. 그래서 더 잊지 못할 추억들이 돼 버린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