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그게 무슨 일이든 기다리는건 정말 못하는 성격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또 어떤 것이었던지 추기경님의 영정을 뵙는 시간까지 거의 4시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루하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안들었고 기다림이 길었던만큼 더욱 짧게 느껴졌던 1분이란 시간이 아쉽게만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한 모습으로 누워계신 추기경님은 차가워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분이셨다. 뵙고 돌아서는 길이 너무 아쉬워 다시 한 번 바라보며 인사하고 ... 성당 계단아래 성모상 앞에서 잠시 묵상으로 하고픈 말을 대신했다.
행렬에 동참했을때는 춥기도 추웠고 정신이 없어서 못봤었는데 나오면서 보니 성당 앞에 있는 장기기증 신청테이블.... 평소에는 장기기증에 대한 참여도가 낮아 길거리에서 홍보를 하고 여기저기서 해도 안되던 것들이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시며 안구기증 하셨다는 것에 대한 건지 아무튼 그쪽 테이블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담당자들의 일손마저 부족해져버리더라. 생전에 남김없이 다주라. 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리고 무엇때문에 그 분의 뜻을 따르려는 걸까. 아마도 사랑일테다. 아무튼 이런저런 얘기들은 이미 언론에서 다 말해버려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고.. 장기기증 신청자가 10배이상 증가했다는건 좋은 일이다. 예전엔 여자친구가 장기기증 신청하라고 했을때 그냥 싫었었는데.. 이제는 용기를 낼 수 있을거 같다.
찾아뵙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당연히 찾아뵙는거지만 중간에 포기라도 했으면 나를 정말 미워했을거다. 뵙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워 보였다. 사람들간에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맘이 이런건가보다.
추위 속에서도 추위를 잊을 수 있게 따뜻함을 남겨주고 가신 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주님궁에서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