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기록2010. 5. 15. 18:38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

이 노래를 부르며 선생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매번 스승의 날이 되면 부모님의 걱정스럽게 상기된 얼굴을 뵈야 했었는데..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이 없겠지만 과거엔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세월이 흘러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꼽으라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가 아니라 한 손으로도 남아도는 선생님들!! 그저 원망스럽기만 하지만 훗날 내게 기억에 남는 선생님.. 추억이 많았던 선생님이시긴 하더라도 막상 연락을 했는데 날 모르시면 어떻하나.. 기억은 하실까. '안녕하셨어요?!' 라는 인삿말만 남기고 정적이 흐르진 않을까. 별에별 생각이 다 든다. 그래도 내 기억속엔 소중한 추억(가르침)을 안겨주신 선생님인데 말이다.

어쨌든 어릴적 말수도 적고 반에서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공부를 잘했던것도 아니고 놀기를 잘 놀았던것도 아니고 그저 소수의 인원, 혹은 혼자 무언가에 심취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선생님은 물론이거니와 친구들 조차 날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남달리 좀 특이한 구석은 있었나??보다. 당시 동창 친구들도 나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무척 고마운 일이다.

그보다 .. 몇 해 전..  알 수 없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때가 봄향기가 가득한 5월 쯤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당시 캠퍼스의 봄을 만끽하며 낮잠을 자려 했었는데.. 이럴수가!! 모르는 번호로 들려오는 추억의 목소리..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6학년때도 아니고 5학년.. 엄청 멀고먼 시간인데 내 번호를 친구들을 통해서 알아내셨단다. 어릴적 매주 주말이면 '주말학습장' 이라며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시간들을 가지게 하셨는데. 그 글들을 모아서 학년이 끝날때쯤 책으로 엮어서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 난 5월의 봄향기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아니 한참 지난 세월에도 5월이 되니 그 글이 떠오른다며 나를 기억해주셨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한 번 뵙고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너무도 즐거워 하셨고 나의 어린시절을 죄다 기억해 내셨다. 선생님께선 내가 기억속에 소중한 제자였다고 말씀하셨더랬다.

지금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이시다. 30대에 날 가르치셨고 10대였던 제자는 30대가 됐고. 세월이 흘렀지만 나보다 먼저 찾고 안부를 전해주시는 선생님.. 너무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누군가 나의 추억과 나를 기억해주는건 무척 고마운 일이다. 특히 선생님이 기억하고 찾는다는건 제자로써 죄송스럽지만 정말 행복한 일이다. 선생님 제자만 해도 학교 몇 개는 보태야 했을텐데.. 내가 그들 중 기억하고 계신 제자라니..

선생님께서 평소에 글 쓰시고 사색하시는걸 즐기셨는데 곧 책을 내신단다. 그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들.. 을 담으셨다고 하는데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 그 속에 내가 있을까. 내가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절을 선생님은 어떻게 추억하셨을까.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이러한 선생님을 만나서 그때를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행복한 삶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을 떠올렸을때 추억할만한 친구들과의 만남들.. 그리고 선생님과의 추억.. 이 있다면 정말 행복한 겁니다..
요즘의 학생들은 과연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을까. 학원 선생님이 기억에 남을까. 선생님께 맞고 혼났던 기억도 다 추억이던데..  선생님과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텐데 교육(정부)이 가로막고 있는건 아닌지.


+ 아람단, 복도 끝에서 부터 전해오는 아련한 풍금소리, 큰 교실, 굵직한 목소리로 노래해 주셨던 선생님, 주말학습장, 해돋이, 제주도 비행기 추락(?) 할 뻔한 아찔했던 여행 ... 참 많은 추억을 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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