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리유를 만났다. 리유도 아빠가 많이 보고팠는지 일찍 나와 있었다.
이쁘게 차려입은 리유는 아빠를 보자마자 안겼다.
야야... 그러다 넘어진다. 조심해~
- "리유야, 오늘은 아빠랑 뭐하고 놀까?"
- "아빠, 리유는 요즘 밖에서 많이 놀아서 실내에서 노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 "그래... 그럼 어디가 좋을까."
이곳 저곳을 알아보다 실내에서 놀만한 곳이 가장 많은 센텀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늘 가던 곳이지만 그곳엔 리유가 놀만한 놀이시설이 항상 열려 있으니까.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죄다 문을 닫았고, '공사 중' 이었다.
잔뜩 실망한 리유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가을 하늘을 만끽했다.
- "에잇. 리유야 우리 전에 키자니아 갔을때 못해봤던 직업을 경험해볼까?"
- "네.. 좋아요. 리유는 새로운거 해 보고 싶어요."
키자니아에 도착했다. 예상보다는 훨씬 빠른 입장이 가능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맛있는 간식타임도 가졌고. 우리는 드디어 입장했다. 전에 왔을때보다 더 많은 직업군과 더 다양한 시설이 우리를 반겼다.
우선 인증샷 부터 남기고. 헤헷~
이번엔 전에 못해봤던 치과의사가 돼 보기로 했다. 파란색 가운이 잘도 어울리네. 리유야 좀 더 웃어볼까?
히히.. 뭐야.. 그 웃음은. ㅎㅎ 치과 가는건 무서워도 치과 의사는 하고 싶었나보다. 기다리는 동안 설레임이 가득했다.
들어가서 교육을 받기 전, 의사 면허증(?)에 들어갈 사진을 찍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어떤 포즈를 취하며 찍을까?
헤헷. 그렇지. 면허증엔 이런 사진이 들어가야 제맛이지. ㅎㅎ 귀엽고 깜찍한 면허증이 될 것 같다.
가그린 치과라서 가그린이 벽면 가득하다. 가그린 뒷 편 아이들의 모습이 슬쩍 들어왔다.
모형으로 누워있는 환자가 꽤나 사실적이었다. 리유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교육을 받았다. 많이 신기한가보네.
열심히 실습에도 참여하고. 환자에게 주사도 잘 놓아줬다. 나중에 아빠 아프면 리유가 이렇게 치료해줘.
이번에는 입 속 세균이 얼마나 있는지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난생처음 현미경을 접해서 그런지. 조금은 어색한가보다.
뭔가 신기한 걸 봤는지 좀 더 집중해서 관찰했다. 리유는 드디어 교육 수료를 했고 아빠에게 와서 자격증도 보여주고 자랑을 실컷 늘어 놓았다. 현미경으로 뭘 봤는지 물었더니, 세균이 꿈틀꿈틀 대는게 넘 신기해서 계속 보고 있었어요. 라고 말해줬다.
이번엔 이마트 직원이 돼 보기로 했다. 진짜 이마트를 작게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리유는 계산대가 아닌. 물품 관리를 맡았다. 다들 매장 계산대에 서고싶어하던데 리유는 상관없다고 했다. 나름 새로움을 경험해 보고 싶었나보다.
말이 물품관리지. 리유가 있던 파트의 친구들은 뒤에서 우유곽으로 저금통을 만들고 있었다. 리유는 이 저금통에 용돈 모아서 아프리카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기특한 녀석.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고 또 그리고. 이쁜 저금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만약 저 저금통이 핑쿠가 아니었다면 리유는 다른 파트를 지원했을수도 있겠다. ㅎㅎ
이쁜 저금통을 다 만들고나서 각 코너를 돌며 물품관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뭐든 열심히하는 리유는 역시나 열심히 집중해서 듣는다. 작지만 당차고 적극적인 딸을 보고 있으니, 내 얼굴엔 계속 아빠미소가 띄워진다.
어라? 이 옷은 낯이 익다. 전에도 왔었던 '사이다 공장'. 이번에도 리유는 사이다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옷을 입으면 왜 이렇게더 귀여워지는지 모르겠다.
다른 아이들은 집중을 못하기도 하던데... 리유는 이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요 녀석은 이래서 어딜 데려가든 보람이 있다. 뭐든 열심히 하려하고 뭐든 즐기려하니. 어찌 안 이쁘겠냐.
어? 여긴 어디일까? 리유는 제법 긴장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뭘 기다리고 있었을까.
무언가 .. 종이가 보인다. 리유가 들고있던 종이에 적힌 번호는 '556 번'. 마침내 리유의 번호가 불린다.
바로 '은행' 에 왔다. 혼자서는 해 본 적이 없던 은행업무. 여기서 리유는 통장을 만들 예정이다. 우선 손목에 찬 시계에 들어간 정보를 이용해 신분확인을 했다. ㅎㅎ (거 꽤나 첨단이다.ㅎㅎ)
은행 언니한테 리유는 언니가 묻는말에 잘 대답하고 있었다. 뒤에서 숨죽여 이 모습들을 지켜봤다. 부모는 여기에 들어갈 수 없다. 부모의 간섭이 있다면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좋은 것 같았다.
부모 이름도 알려주고, 이런저런 대화 끝에. 비밀번호도 입력하고.. 은행 업무도 무사히 마쳤다. 리유는 엄청난 즐거움을 안고 아빠에게 왔다.
ㅎㅎㅎ 좋아서 아빠에게 계속 자랑했다. 통장이랑 체크카드까지 발급 받았다. 앞으론 우리 리유. 용돈 이 통장으로 넣어줘야겠네. 자신도 굉장히 뿌듯했는지. 엄청 좋아했다. 성취감이란 이런게 아닐까. 리유야, 한 번 더 웃어볼까?
그렇지. 브이~~!!V 리유는 밝은 웃음으로 아주 많이 신나 했었다. 이후에도 우린. 많은 곳을 누비며 다양한 경험들을 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체험 할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었지만. 나름 리유에게 유익하고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은것 같았다. 리유는 방송국 체험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좀 어렵네. ㅎㅎ 아쉬움을 달래고자 데리고 온 은행이었는데, 아주 좋았던 것 같다. 혼자서 해 낼 수 있는. 큰 언니가 된 듯한 뿌듯함을 앞으로도 오래갈 것 같다.
돌아오던 길에서 리유는 또 다시 이쁜 낙엽을 주었다. 이번엔 리유가 가져간단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작은 가방에 고이고이 접어 넣어두는걸 보니, 꽉 깨물어주고 싶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리유는 아빠 품에 안겨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아빠, 오늘 너무 행복했어요. 재밌는 하루였어요." 라는 말에 너무 고마웠다. 많이 부족할 텐데도 늘 아빠에게 고맙다고 잼있었다고 해주니. 나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꼬박꼬박 뽀뽀해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줬을땐 눈물마저 핑 돌았다.
다시 한 번, 딸등신임을 크게 깨닫는 날이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길.
마음도. 얼굴(내게만 해당될 것 같지만)도 이쁜 내 딸 리유.
우리.. 더 재미나게 추억 많이 만들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