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경상2017. 6. 16. 03:47
     

한참동안을 전화로 위치 알려주다 결국에 만난 어머니와 해변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대왕암 공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만난 어머니에게 난 .. 어린아이로 돌아갔다.



ㅎㅎ 역시 산책은 먹거리지. 내가 젤 좋아하는 핫도그를 무려 두 개나 사주셨다. 예전 같았음 번데기를 사달라고 했겠지만, 확 바뀐 공원에서는 핫도그가 가장 좋았다. 당연히 설탕 듬뿍, 케첩 가득이었다.




핫도그를 먹고, 소나무가 우거진 숲에 잠시 앉아 목을 축였다. 준비성 짙게도 어머닌.. 따뜻한 물을 챙겨 오셨다.




잠시 이렇게 내려다봤다. 부쩍 늙으신거 같아 마음이 안좋았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




지금에서야 이곳이 대왕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있지만, 원래 이곳은 '울기등대'. 등대 모형의 수도관이 우릴 반겨주었다. 진짜 등대처럼 정교하게 만들었다. (뒷배경의 건물과 거리가 있어서 그렇지. 실제는 작은 모형이랍니다.ㅎㅎ)




이것이 '울기등대'. 지금은 비록 이렇게 건물만 덜렁 남았지만, 과거엔 수 많은 뱃깃을 열어줬던 등대다. 이름에서처럼 일제의 향기가 짙게 느껴진다. 어릴땐 근처에 쇠말뚝이 정말 많았었는데 지금은 거의 제거된듯 하다.




등대사진을 열심히 찍고계신 어머니. 천천히 따라걸어가다 한 컷 찍었다.




"뒤에서 찍지말고 앞모습으로 다시 찍어라." 라는 말씀에 앞모습으로 한 컷 찍어드렸다. 어머니 디카랑 잠바랑 깔맞춤 제대로 하신듯. ㅎㅎ





사진 찍으며 돌아나오시는 모습을 찍다가, 다시 찍어라. 라는 말에 다시 한 컷. 햇살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조금 서늘한. 꽤나 인상적인 날씨였다.




등대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둘레길 쪽으로 내려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정말 좋았다. 강한 바람에도 거의 흔들림이 없던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참 신기하기도. ㅎㅎ


가볍게 군것질도 하고 두런두런 얘기들을 나누며 산책하고 쉬기엔 대왕암공원도 참 좋다. 언제가더라도 시원한 바람과 좋은 풀향이 좋아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간간히 들리는 목소리 크고 강한 어조의 경상도 아줌마들의 수다 마저도 좋게 들리는 .. 산책길이었다.



# 요즘들어 부쩍 어머니의 체력이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그래서 마음이 참 무겁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실때 더 많은 곳을 보여드리고 싶고, 함께 산책하고 싶은데.. 마음이 많이 무겁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지 뭐.' 라는 책의 한 구절이 더 와닿았다. 든 자리, 빈 자리. 함께 일 때 보이지 않던 빈자리들이 요즘엔 더 많이 보인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