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유야, 우리 바다에서 사진 좀 찍고 갈까?"

- "안돼요, 바다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가야돼요."


그래.. 얼른 가자. 재촉하던 리유 덕에 보고팠던 바다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걸로. ㅠ.ㅜ

표 끊고 후다닥 에스컬레이터 타고 바닷속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전에도 왔었지만,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던 리유는 ..




이렇게 냉큼 달려가 바다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녀석이 어찌나 빠른지 따라 다니느라 애 좀 먹었다.




와~ 넌 누구니? 수염이 멋있다며 리유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녀석이다.




- "아빠, 이것 좀 보세요."


라고 말하며,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너 어딜 보고 있는거니?




그렇다. 시선이 향한 그곳엔 '어린이 놀이방' 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것이 아닌가. 나는 조금 두려웠다. 기 보다 '긴장' 됐지.




순식간이다. 휘리릭 소리가 나며 깔깔 대는 웃음 소리를 따라서 겨우 잡았는데... 촛점을 놓쳐 버렸다. ㅎㅎ 번개보다 더 빠른 녀석이라고 그렇게 위로하고 싶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한참을 그렇게 바다 친구들을 관찰했다. 무슨 생각으로 바라보는지 묻지도 않은 채, 나도 똑같이 바라봤다. 리유가 바다 친구들에게 하고픈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큰 수족관 앞에선 물끄러미 작은 물고기들만 바라봤다. 무얼 봤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딸등신 아빠로써 작은 딸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만, 어린 아이인 만큼 그냥 물고기들이 이뻐서 바라봤던 것일수도 있겠다.





긴 해저터널 사이에는 상어도 거북이도 가오리 등등 많은 바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리유를 기다리고 있던 바다 친구가 있었다.




바로 이 녀석!! 리유 친구 '니모' 란다. 도리를 더 좋아하지만 니모를 보자마자 덥석 안았다. 리유야 그러면 안돼 라고 말했지만, 리유는 순진한 얼굴로 이 바다 친구는 리유 친구라서 리유집에 데려가야 된단다. 안되는줄 알면서도 리유의 눈을 보고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어 버렸다. -.-;; (왜 하필 직원은 세일중이라고 말까지 하는거니)




- "아빠, 니모 얼굴 잘 나오게 한 번 더 찍어 주세요."


그러고는 고맙다고 인사를 꾸뻑한다. 사람들 많은데서 이러니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ㅠ.ㅜ 이 순진한 눈빛으로 아빠를 유혹하니 아빠가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겠구나. (음음.. 그래 난 딸등신 이었어. 잠시 잊고 있었다.)




- "리유야, 어디 가~~??"

- "히히히히..."


어느 새, 재빠르게 후다닥 달려가더니 신발 벗어던지고 아빠에게 가방이며 외투까지 다 집어 던지고 날아 다녔다. 내가 시계를 자꾸 보니 리유는 몇 시까지 놀 수 있냐며 물었다. 좀 더 놀아도 된다는 말에 더 신나게 날아 다녔다.




대단한 녀석이다. 언니들도 힘들어 하던데, 대뜸 점프해서 메달려서 내려온다. 아빠는 겁이 많은데 그건 다행히 안 닮았구나. 울 어머닌 또 다른 말을 하는거로 봐선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당찬 녀석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곳에서 공연한다고 하던데.. 우리도 슬슬 자리 잡고 있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남아서 물고기들을 맘껏 구경했다. 물고기 마다 이름도 지어주고 말이다.




리유는 이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니모의 지느러미가 조금은 부러웠던 순간이었다.




공연 전에 이렇게 물고기 친구들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또다른 물고기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 ..





그리고 대형 수족관 앞에 할로윈 복장이 있었는데, 리유는 첨엔 관심도 없더니 갑자기 입고 싶어졌단다. 그래서 입혀놓고 사진을 찍어줬다. 이쁘다 이쁘다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고 웃는게 이쁜 리유가 웃지 않아 조금은 서운했지만, 더 찍자고는 말하지 못했다.


리유 기분이 별로인거 같아서 놀이터에서 좀 더 놀고 상어보트도 타고, 잠시 카메라는 넣어둔 채 즐겁게 공연도 관람하고 신나게 놀았다. 기분이 풀렸는지 깔깔대며 신나게 웃어줬다. 정말 잼있었다고 말해주는 리유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



어느 순간 부턴가, 저녁 시간이 가까워 오면 놀다가도 이렇게 금새 시무룩해 진다. 아빠와의 시간이 아쉬워서였을까. 아무튼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만은 통했으리라.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사진을 찍으면 아이와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것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작은 액정으로 잠깐 확인하는 정도에서 끝나고 아이와의 시간에 더 많은 걸 할애한다. 사실 사진을 찍고오면 늘 컴퓨터에 옮겨놓고 하는걸 우선하지만, 리유를 만나고 오면 한동안은 카메라에서 메모리카드도 꺼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리뷰하기도 조금은 겁도 나고)  컴퓨터 화면에 사진들을 띄워 놓으면 나도 모르게 먹먹해진다. 찍을 땐 보이지 않던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조금씩 리유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울지 않기로 약속해서 였을까. 리유는 마지막엔 억지로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웃지 않은게 아니었다.


나는 그게 웃지 않아 서운했었는데, 집에와서 사진을 보고나선 한참을 울었다. 보정하는 내내 마우스 위에서 손이 떨리는걸 느끼고 컴퓨터를 꺼 버리고.. 그러길 반복하다,, 이제야 올려본다.


(이젠 글을 조금씩 읽을 수 있는 리유가 언젠가 아빠 블로그도 찾아와서 보곤 할텐데.. 그때 쯤엔 무슨 생각들이었는지 글로 꼭 답해주길 ..)


"리유야, 아빠와의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아빠가 널 다 컸다고 생각해서 무리한 부탁을 한 건 아닌지.. 아빠 품에선 웃어도 좋고 울어도 좋아. 밝고 씩씩하게만 자라다오. 사랑한다."


다음엔 더 신나게 놀자.



# 매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데.. 그때마다 참 힘이 든다. 그럴수록 리유에게서 받은 뽀뽀가 참 큰 힘이 되는데.. (나는 과연 힘이 됐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힘들다. 주변에선 아이와의 사랑을 조금은 덜어야 한다고 하는데.. 참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쉬지않고 그 '설레임' 과 '두려움' 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빠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리유에게 아빠는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기에 더욱 힘을 내야지. 그렇게 그렇게.. 내 아이의 슬픈눈물을 본다는 건 부모로썬 참으로 힘든 일이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사진을 찍는 행위.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던 것들이 싫어지기도 한다. 몰랐으면 덜 아팠을 것을. 이라고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된다. 이럴땐 나도 아빠가 많이 보고파진다. 어린시절의 나의 기억만 가지고 떠난 아빠가 참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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