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리유가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아빠, 자전거 사주세요." 라고.

그랬던 말이 떠올라, 먼저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유에겐 아빠와 공원가서 신나게 뛰어놀까라며 잔뜩 설레여할 리유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숨겼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거의 모든 지역은 비가 왔다. 다행히도 리유가 있는 부산엔 흐리기만 하다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긴 했지만, 내심 비만 오지 않기를 바랐다.



공원에 도착하고 보니, 생각보다는 날씨가 괜찮았다. 도착하자마자 도시락을 사서 먹고싶다던 리유와 맛있는 밥을 먹었다. (사실 이 공원엔 둘 다 좋아하는 자장면이 가장 맛있다는 맛집이 있었는데.. ㅠ.ㅜ 아빠랑 소풍이 하고팠나보다) 어찌나 설레어하는지 밥 먹는 사이사이 언니오빠들의 라이딩을 쳐다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리유도 딱 어울릴만한 핑쿠 자전거를 빌렸고, 신난다고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




- "아빠, 하나 더 찍어주세요."

- "그래 리유야, 그렇게 좋아?"

- "네...!!!!"


짜쉭 대답도 우렁차다. 얼마전 뛰다가 넘어졌다던 녀석은 자전거 타고싶어 아빠를 엄청 기다렸단다. 아빠가 옆에서 잘 지켜줄게. 조심히 타.





- "리유는 자전거 타봤어?"

- "리유는 자전거 안타봤어요. 근데 엄청 타보고 싶었어요."

- "어떻게 타는줄 알아?"

- "아빠가 가르쳐주세요."


분명,,, 흐리다고 했는데. 이놈의 구라청 햇살이 내리쬔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비만 오지 않았음 좋겠다 했건만.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버렸다. 안그래도 깜순이인데.. 썬크림을 안챙겨온 아빠를 탓해야지.. ㅠ.ㅜ 반성할게. ㅎㅎ






한참을 리유에게 특별과외(?)를 시켜줬다. 마음처럼 잘 되지않아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정말 좋았나보다. 점점 더 나아지고 제법 브레이크도 잘 잡았다. 본인도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음에 성취감을 느꼈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즐거워했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 개었다를 반복하긴 했지만, 무더운 여름날의 기운은 가득했다. 특별 과외 후엔 햇살 있을 땐 그늘에서 쉬고, 구름끼면 달리고. 슬슬 요령도 잘 익혔던 리유는 계속해서 아빠보고 달려서 따라오라했다.




"리유야~~~~" 아빠는 따라가고.




또 따라가고. 이녀석아 아빠가 땀 한 바가지 쏟아서 쓰러지겠다. 짜쉭 자신이 밟는 페달이 신기했던지 자주 쳐다봤다. 멀리 앞을 보고 타라고 소리 지르며 따라다니기도 참 힘들다.




"아빠, 힘들어?" 라며 씩 웃는다. 저렇게 아빠를 미소 지으며 물 한 모금 마시며 기다렸다.




그러더니 또 다시 휘리릭... 쏜살같이 내뺀다.




이젠 제법 풍경도 감상하는 여유도 가진다. 생각보다 금방 배우네. 내가 다 뿌듯하다.




"리유야, 이제 잠깐 쉬었다 타자." 브레이크 잡았을 땐 발을 땅에 닿아야 한다고 했더니 잘 실천해줬다.




그늘에서 수분 보충 실컷하고... 올챙이배 시전. ㅋㅋ 고새 새까맣게 탔네. 아이고야.




또 달린다. 이제 마지막이다. 리유야..




"아빠, 엄청 빨리 내려가요. 근데 재밌어요." 꺄르르.... 함박 미소를 띠며 아빠 옆을 스쳐 지나간다. 저리도 좋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날은 조금씩 어둑어둑해졌다. 생각보다 시원했고, 생각보다 더 평화로웠다. 나무 냄새가 참 좋다.




원래가 경륜공원인만큼 자전거에 관한 많은 것들이 있었다. 따라가다보면 내 시선에서 점이 돼 버리는 리유지만. 누구보다 즐거운 첫 라이딩이 됐길. 곳곳을 누비는 리유에게 자전거는 어떤 호기심이었을까.




아쭈 이젠. 아빠랑 함께 자전거를 타러 온 언니에게 자전거 타는법을 알려주고 있다. 웃긴 녀석이다. 서슴없이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건 나 안닮았네. 아빤 정말 낯가림이 심한데.. ㅎㅎ





리유를 기다리는 동안 나무가 들려주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힐링을 하고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있으니 많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마저 들었다. 리유도 이 기분을 알아서 공원을 좋아하는걸까. 아니 그저 마구 뛰어놀 수 있는 곳이어서 좋은것 같다.




손에 브이를 그리며 리유도 돌아왔다. 신나게 탔던 리유의 첫 라이딩의 아빠의 테스트는 '통과'. 그 정도라면 아빠가 안심하고 리유 자전거 타게 해줘도 되겠어. 라는 개인평가를 해 본다.




짜쉭 .. 아주 새까맣게 그을렸네. 아빠가 다 미안하네. 아빠가 다음부턴 꼭 선크림도 챙겨올게. 잔뜩 땀흘린 리유는 세수하고 하루종일 친구가 돼줬던 핑쿠 자전거도 반납했다.


- "아빠, 나 합격이야?"
- "그래 합격이야."

- "와~~ 신난다."

- "그럼 리유 자전거 사주는 거예요?"

- "응.. 엄마가 괜찮다고 하면."


아빠 테스트 합격하면 자전거 사주겠다했더니 정말 신나하며 좋아했다. 제법 성취감 같은것도 많이 생겼으리라.




햇살이 까꿍 놀이를 하던 그날의 오후는 그리도 즐겁고 뜨거웠다. 하지만.... 리유와 물을 사러갔던 슈퍼에서 리유를 유혹하는 녀석이 발목을 잡았다. 딱봐도 불량품 같아서 이번엔 단호하게 거절했다. 삐순이 리유는...




입을 삐죽거리며, 이렇게 손으로 막기도 하고.




촬영거부를 외치며 저렇게 토라져 앉았다. 신나게 놀고나서도 역시나 아이들은 그놈의 슈퍼들이 문제다. ㅎㅎ 창의성도 없고 만지면 부서질것 같은 그런것좀 갖다놓지 마라 이놈들아. 뽑기보다 더 조악해보였다.


아무튼 이랬지만. 결국엔 아빠 품에 안겨서 오늘 있었던 일을 두런두런 나누며 사르르 잠이 들었다. 난 왜이렇게 너 삐친 모습에 웃음이 자꾸나냐. 삐순이 김리유. 아빠가 다 뿌듯한 하루였다.


다음엔 좀 릴렉스 하자. 사랑한다 김리유.



# 뭐든 '처음'은 다 좋은거라고. 언제든 소중하게 기억되기에. 너에게 오늘은 늘 그 '처음' 처럼 소중히 기억되는 하루하루가 쌓이길 ,, 씩씩하고 이쁘게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고맙다. 아빠의 마지막 사랑 리유야, 즐거운 여름 보내. 그리고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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