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리유는 아빠품에 안겨 우리의 점심을 먹을 곳을 찾는데.. 눈에 도시락집이 보였다. 리유와의 대화 중 아빠와 소풍 가고싶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리유에게 물었다.


- "리유야, 우리 맛있는 도시락 사서 공원에 가서 먹을까?"

- "히히.. 좋아요. 리유는 고기랑 계란 먹고 싶어요."


마침, 리유맘에 쏙 드는 어린이 도시락과 고기반찬 등을 잔뜩 사서 공원으로 향했다. 시민공원에서 그리 멀지않은곳에 어린이 대공원도 있어서 좋았다. 전엔 동물원을 갔었지만 이번엔 어린이 회관이나 호수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다.



어린이 회관 가는길. 리유를 반겨주는 동물친구들을 만나 더욱 신나했다. 발걸음도 가벼웁게 씩씩하게 날아다녔다.




십이지상 동물상이 있었다. 리유는 냉큼 리유는 용띠라며 용 앞에서서 사진을 찍었다.




근처 그늘에 앉아 밥을 먹고 어린이 회관에 도착했다. 회관 들어가기전.. 작은 동물원이 있었다. 그곳엔 꿩이 있었다. 리유는 이쁘다며 한참을 바라봤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리유답게 가장 먼저 물고기관을 찾았다. 가자마자 저렇게 열심히 눌러보기도 하고. 아빠에게 수 없이 질문을 날렸다. 다행히도(?) 내가 아는 부분이라 진땀은 피했다. ㅎㅎ





바다목장 기계(?) 앞에서 잘 조작하다가 갑자기 아빠 어딨냐며 뒤를 돌아봤다. '아빠는 계속 너의 뒤에 있었단다.' 짜쉭. 아빠바보 답다.




에너지 관련 전시를 보고 있는데 리유가 대포같이 큰 총으로 무언가를 쏘고 있었다. 집중할때 특유의 표정이 나왔다.




이렇게 빛을 쏘는 조명이다. 조명을 쏴주면 그 빛에 의해 자동차가 움직이는 재미난 자동차였다. 자동차 지붕엔 태양전지판이 달려있어 움직이게 되는데.. 작은체구에 조절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몇몇의 요령을 일러주니 곧잘 했다. "아빠, 엄청 신기해요." 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실은 나도 꽤나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다)




이건 요즘 많이 보이던데.. 누르는대로 모양이 변하는 재미난 거였다. 자신을 찍고 있는 아빠에게 "아빠도 해봐. 엄청 재밌어요." 라며 나를 동참시켰다. 아이뭘.. 이라며 같이 눌러보는데.. 손에 촉감이 살아나는게 왠지 모르게 집중이 되더란. ㅎㅎ





여긴 어린이 회관내 있는 놀이방이었다. 큰 언니가 되면 못 노는 곳이라 아직 작은언니인 리유에게 맘껏 놀라고 얘기했다. 아주 그냥 들어서자마자 아빠에게 양말까지 맡겨 놓고는 날아다닌다. 생각보다 잘 돼 있어서 안심하고 지켜봤다.




매번 유원지 같은데 가면 있는 부모 돈먹는 하마. 아니, 여긴 코끼리를 타고 싶다고 해서 또 탔다. 하지만 부모 돈먹는 하마는 아니었다. 여기 있는 모든 시설은 죄다 무료. 어린이라면 뭐든 다 무료다. 무료라서 좋은것보다 사실 아이들은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재미로 더 타려하는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더 타고 싶다고 했을 리유지만, 여기서만큼은 그 재미(?)가 없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만 탔다. 앗싸... ㅋㅋ





갑자기 리유가 후다닥 뛰었다. 무슨일일까 하며 따라 가봤더니, 암벽등반 하는 곳이 있었다. "아빠 올라가봐도 되요?" 라며 묻길래 올라가보랬더니, 저렇게 후다닥 잘도 올라갔다. 물론 내려올땐 아빠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런거 있음 정말 잘한다. 잘 올라가고 잘 매달리고.. 어쩜 이런딸이 나왔을까. 하며 종종 감탄한다. (사실 난, 겁쟁이 아빠.. 라서.. ㅠ,ㅜ)




실컷 놀고 리유와 밖으로 나왔다. 공원에 왔으니 맑은공기 마셔야지. 리유는 아빠와의 소풍이 즐거운지 엄청 '업' 돼 있었다. 배꼽이 보이기 직전 찰칵.





6월의 초록.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땀을 흠뻑 흘린 리유와 난 잠시 공원 의자에 앉아 쉬기로 했다.




이렇게 맛있는 아슈꾸림도 먹으면서. 그러고보니 리유에겐 핑쿠핑쿠가 참 많다. 뭐만 사면 다 핑쿠. 내겐 네가 핑쿠다.




리유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이런.. 방심했다. 공원 한 켠에 리유가 애정하는 놀이기구가 많은 대형 놀이터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리유는 오를 수 있는 곳은 다 올랐다. "리유야, 빤쭈 보인다."




"히힛.. 빤쭈 아닌데.." 라며 씨익 웃으며 속바지를 감췄다. 이젠 수줍음도 생기고 .. 점점 아가씨가 되어가는구나.




오르락 내리락.. 난 이렇게 숨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또 무엇을 발견했을까. 저 대형 미끄럼틀에선 리유가 짱먹었었다. 아이고 장군감이네 그려. 걸음도 당당하다. ㅎㅎ




리유는 점프 또 점프. 신나게 뛰는.. 아니, 날으는 리유를 보고 있었는데, 그곳의 아이들이 다 날고 있었다. 이런걸 보면 울 나라엔 비행기가 따로 필요 없어 보였다. ㅋㅋ 그래 아이들이 맘껏 뛰놀아야지. 오랜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한꺼번에 들으니 정말 좋았다. 어느샌가 동네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져 꽤나 듣고 싶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졌다. 리유 몸살날까봐(?)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렸다. 다들 난리났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들고 여유롭게 리유와 걸어나왔다.


- "아빠, 아빠는 비오는거 알고 있었어?"

- "응 아빠는 뉴스보고 알고 있었어."


- "우와, 아빠 멋지다."

- "아빠 최고지?"


히히... 웃으며 리유는 아빠품에 안겨서 노랠 불러줬다. 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비는 멈췄고. 그곳에서 공연하는 분들이 계셨다. 리유는 어김없이 리듬에 몸을 맡긴채 흥겨운 춤사위를 보였다. 그곳에 모여계신 어르신들의 최고스타가 된 리유는 아빠와 소풍왔다며 많은 사람들께 알렸다.


구수한 사투리로 들려오는 정겨운 칭찬들. 참으로 고마웠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추억을 남겨준 내 딸 리유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아빠가 그동안 하고팠던걸 하게 해줘서.


다음엔 또 어떤 '즐거움' 이 올까, 설레고 기대된다. 리유랑 놀면 잊고 있던 내 동심을 되찾은듯 해서 정말 좋다.



# 언제부터였던가. 여행을 늘 사랑했던 내가 일 외엔 무조건 집에만 있는 집돌이가 돼 버렸다. 밖이 싫었다. 아이들과 함께인 가족들이 보기 싫었다. 행복한 그들의 웃음소리가 싫었다. 그런데.. 점점 리유가 나를 조금씩 꺼내주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내가 밝아지려한다. 물론 아직도 많은것들을 바꿔야겠지만. 아무튼 리유를 세상으로 초대한 내가 리유로 인해 세상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는걸 느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것이 아무렇지 않을때, 리유에게 말해야겠다. '고맙다고.' 나보다 더 씩씩하고 용감한 리유에게, "사랑한다" 라고 진심을 다해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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