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리유를 만났다. 추석을 지낸 후라 살이 약간 오른 느낌도 들기도 했고.

가을의 문턱이 조금씩 다가올 무렵이라 살짝 걱정도 됐지만, 여전히 부산은 따뜻했다.

아니, 낮엔 덥기까지 했다. 여전히 쌩쌩한 리유는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무척이나 땀을 흘렸더랬다.


- "리유야, 오늘은 뭐 할까?"

- "리유는 아빠랑 신나게 뛰어놀고 싶어요."


역시 에너지 넘치는 리유는 아빠와 신나게 뛰놀기를 원했다.


리유를 만나러 가기 전. 아니 리유를 만나고 난 후 부터 난 늘 다음에 만나면 '어떤 시간들'을 보내면 좋을지를 고민한다. 끊임없이 메모를 해가며 일하는 틈틈히 알아보는데, 사실 가 볼 만한 곳은 거의 다 경험해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넘 뻔한 것들은 좀 그렇고. 아무튼 리유는 스스로를 다 컸다고 하지만, 아직 5살 밖에 되지않는 아주 어린 '아이' 이기에.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가야한다. 이번엔 리유에게 부산에서 느낄만한 역사적 배경이 되는 곳들을 가보려 했다. 마침 인근 김해에 있는 '가야테마파크' 가 좋다고 하더라. 김해 김씨인 리유에겐 뿌리에 대한 근원(?)을 알 수 있기도 하고. 실제적으론 아빠랑 신나게 놀 수 있으니 거기가 좋겠다 싶었다.


우리는 그렇게 김수로왕의 발자취를 재현한 '가야테마파크' 로 향했다. 가야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 "리유야, 오늘은 아빠랑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를 만나러 가 볼까?"

- "히히.. 아빠 그게 뭐예요? 리유는 다 좋아요. 얼른 가요~."


후다닥 아빠가 사 준 음료를 들이키고는 움직였다.




도착하니 가장 먼저 가야국의 문지기 병사들이 우릴 반겨 주었다. 아저씨랑 어색하게 사진을 찍고 ..

아빠는 끊임없이 가야에 대해 묻는 리유에게 주절주절 아는 지식, 없는 지식 다 해서 수준에 맞게(?) 설명해 주었다. 아마 알아듣진 못했을 듯. (아빠도 잘 몰라.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그냥 아빠랑 놀러 온 게 "무조건" 좋은 리유였던 거다. 터무니 없는 질문들도 다 받아주는 아빠가 그저 좋았을 뿐. ㅎㅎ




김수로왕의 궁이 있던 문 앞. 작은 곤장대와 이동식(?) 철창을 보며 많은 질문을 했다. 아빠 얘기를 들으며, 조금 놀란 표정의 리유는 아마도 나쁜짓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리라.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빠에게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가장 아끼는 반지를 끼고 나왔단다. 언제나 그렇듯. 내 눈엔 언제나 이쁘다. 리유의 입가엔 아빠의 핫도그를 뺏어먹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네. ㅎㅎ




주변에 온 언니들이 들고 다니는 음료병을 보더니, 리유도 먹고 싶다해서 사줬더니 매우 신난 표정을 지었다. 사진을 찍고 보니 난 키득키득 대는데.. 리유는 자꾸만 사진 보여달랜다. 딸아 미안하다. 아빠가 안티네. ㅋㅋ





요녀석 아주 신났다. 공원은 아주 잘 조성돼 있었다. 역사를 재현해 낸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과 놀기 정말 좋았다.




풍차도 있었다. 실제로 돌아가는지는 모르겠는데 이쁘게 꾸며진 정원에 제법 잘 어울렸다.




리유가 요즘 빠져 있는 건 로봇. 그 중에서도 또봇에 흠뻑 빠져 있었다. 사실 여기 오기 전부터 또봇 장난감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로봇 앞에서는 언제나 신나는 리유지만, 요즘 갖고 싶은 또봇 3단 합체 장난감이 정말 갖고 싶다고 했다. 아빠한테 말하면 쉽게 사줄거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조금 속상한 눈치였다. ㅎㅎ




아빠랑 2차 협상도 실패. 제법 시무룩한 리유다. 리유도 알잖냐. 리유에겐 장난감이 많다. 그래서 좀 더 선별해서 해주는 경향이 있다보니, 3살에서 4살 넘어가던 무렵부터였을거다. 나는 리유에게 갖고픈게 있으면 그것이 리유에게 어떤 행복을 주는지를 묻곤 한다. 순전히 내 판단이지만, 내가 그게 리유에게 행복을 줄 것이라 생각되면 사준다. 아무튼 결론은 2차 협상도 실패라,,, ㅠ.ㅠ 적잖이 실망했을거다. 구체적으로 토이저러스까지 언급했으니 ... 아무튼 맘이 좀 그랬다.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기차를 태워줬다. 여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큰 놀이터가 있었다. 역사는 아직 어리니 대략 어떻다 하는 정도로만. '놀이터' 가 주 목적지 였다. 그래도 좀 기분이 풀렸다.





놀이터로 입성했다. 여긴 입장료가 있었는데 뭐 그리 신경 쓸 수준은 아니어서. 어느샌가 리유는 저 그물망을 통과하고 있었다. 보는 아빠는 긴장하며 보고 있는데, 리유는 겁이 없다. 아주 신나게 아빠를 바라보며 깔깔대며 웃는다.




해가 뜨거워도 넘 뜨거웠다. 리유랑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섰는데, 신중하게 아이스크림이 골랐다. 그러면 뭐하노. 지꺼 다 먹고 아빠꺼도 뺏어먹는 아이스크림 귀신이다.




이번엔 큰 언니 오빠들이 타고 있던 ...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암튼 .. 어린데 탈 수 있겠냐라는 삼촌의 질문에 씩씩하게 "네!" 라고 답하고 힘차게 올라 앉았다. 겁도 없다. 언니들 중에도 우는 아이도 있던데..






쓩~ . 날아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았다. 씩씩하게 잘 타고. 잼있다고 몇 번 더 탔다. 괜히 맘 졸였다. ㅋㅋ




여기 놀이터는, 가야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 중심이다. 리유의 꼬임에 넘어가 같이 올라갔다가 난 죽을뻔 했다. 아이들이 탈만한 수준의 미끄럼틀이 아니었다. 라고 말하고 겁많은 아빠의 넋두리 정도로 해두자. 암튼 날씨도 좋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만발한 그곳은 내가 원하던 소리들이 다 들려왔다. 가장 듣고 싶었던 내 아이의 웃음소리에 흠뻑젖은 몸이 전혀 무겁지 않았다.




리유는 또 오른다. 거침없이 오르는 리유에게 놀란 언니는 잠시 자리를 양보해 준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ㅋㅋ




쓩~. 저 오르막의 출구는 미끄럼틀 이다. 미끄럼틀을 참 좋아하는 아이다. 깜짝놀라하는 아빠를 보며 리유는 특유의 깔깔웃음을 들려줬다. (아이가 올라가더니 안 보여서 찾고 있는데 바로 옆 미끄럼틀에서 내려왔다.)




또 오른다. 정말 쉴새없이 올라가고 내려오고 또 올라가고. 지치지 않는 그녀에게 아빠의 어깨는 잠시 쉴 수 있는 유일한 휴식처 였다. 그리고 아빠한테 안겨서 사랑한다고 뽀뽀도 맘껏 하고. 내겐 가장 이쁜 녀석이다.




리유가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체험교실이 열린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뛴 것인데, 우리와는 시간이 안 맞아서 패스. 같이 왕관 만들기로 했는데, 아쉽지만 그 앞에서 리유는 목마에게 애정을 듬뿍 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차정원으로 다시 나왔다. 여기서 오늘 함께 놀았던 이야기들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눴다. 물론 리유는 아직도 놓지 않은 또봇 장난감에 대한 '안건' 또한 아빠에게 제시했다. 아, 그리고 김수로왕의 궁에도 들어가서 이것저것 많이 보고 했는데, 가야의 슬픈 역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리유가 많이 슬퍼했다. 그 사진들은 내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기로. 참 맘이 맑은 아이였다. 뭐 이제 겨우 5살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음.. 리유의 표정이 아주 좋다. 사진찍으려 하니 특유의 포즈로 아빠의 사진찍기를 괴롭힌다. 장난 꾸러기. 결국 리유가 따냈다. 아빠는 돈 많잖아. 뭐 이런 말부터 시작해서. 그건 뭐 부정하기도 긍정하기도 힘든 말이긴 했지만, 그 말에는 조금 야단치기도 했다. 아이의 생각에 금전적 사고 따위를 심어주고 싶진 않았다.


내가 결국 리유의 손을 들어줬던건. 사실 5살 아이가 아무리 조리있게 말하고 이런저런 사고들을 늘어놓는다한들, 얼만큼 설득력이 있을까만은. "아빠는 정말 멋있어. 근데 아빠는 리유 옆에 없어서 무서운데, 또봇이 아빠처럼 멋지게 지켜줄거야." 설득 당했다. 솔직히 아이가 하기엔 너무나 멋진 말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엔 온통 '아빠는 멋있어' '멋있어' '멋있어' ... 이 말만 맴돌았다. ㅋㅋ


리유를 만날 때마다 늘 배우게 된다. 철 없는 아빠라서 참 미안했다. 철 없는 아빠는 오랫동안 리유의 가장 소중한 친구로 남아있고 싶다. '유일한' 이 아니라 '소중함' 으로..


"리유야, 지금처럼 그렇게 웃으며 또 그렇게 다음에 신나게 놀자."


얼른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와 장난감 가게로 가서 리유에게 또봇을 안겨줬다. 또봇이 멋지게 잘 지켜주길 ,,



# 제법 오랜 시간을 소리를 다루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여전히 가장 기억에 남는 소리가 '내 아이의 첫 울음소리' 였고, 지금의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내 아이의 웃음소리' 다. 녹음해서 늘 듣고 또 듣고, 울고 또 울고. 어느 날 친구가 하는 말이 가슴에 사무쳤다. "넌 정말 좋은 아빠다."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고, 참 고마웠다. 매일 듣게 되는 "감독님~" 이라는 소리보다 리유아빠로써 들을 수 있는 말이 사실은 진짜 좋다. 참 미안한데, 여전히 씩씩하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그리고.. 한글 뗀거 정말 축하해. 아빠는 눈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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