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어머니와 함께 '고양 국제 꽃 박람회' 를 다녀왔다. 평소 꽃을 사랑하시는 어머니께 무언가 좋은 추억거리를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 모자를 반겨주고 있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얼마 전엔 TV 프로그램 <최고의 사랑> 에서 윤정수와 김숙이 여기를 다녀간 것이 방영 되었었다. 방송을 보니 그때의 생각이 떠오르며, 더욱 아름답게 가슴깊이 새겨졌다.
아~ 이쁜 꽃? 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하늘도 파랗고, 호숫가 근처라서 바람 또한 솔솔 부니 괜찮았다. 꽃을 찍고, 잠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시야에서 어머니께서 사라지셨다. 그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
"사진 찍어줘야지. 어딜 보고 있노?" ㅎㅎ 꽃 앞에 서서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웃었다. 왠지 왼쪽의 분홍색 꽃과 표정이 비슷하신거 같아 더 웃음이 났다.
아이고 고와라.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꽃 한복을 입은 색시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많은 색과 멋을 품은 한복이라 그런지. 꽃의 색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아차,, 어머니가 있었지. 색시에게 맘을 빼앗긴 나는 이제부터라도 어머니를 챙겨야지 맘 먹었다. ㅎㅎ
색시랑 한 컷!! 좀 웃읍시다. 굉장히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되신걸로.
청사초롱이 군데 군데 걸려있고, 사람들은 그야말로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 표정이 이제 좀 풀리시는 건가? 암튼 좋은 자리만 있으면 아들을 찾으신다. ㅎㅎ 어머니가 기분이 좋아보여서 나도 좋다.
꽃 박람회 답게 꽃은 물론이고, 꽃의 색을 담은 여러 작품들이 아름답게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실내로 들어왔는데, 햇살이 뜨거워서인지. 조금은 더웠다. 꽃이 활짝 웃고 있으니, 어머니도 무척 신나하셨다.
사진 찍으라 정신이 없으시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랄까. 암튼 나도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다.
어김없이 나를 또 부르신다. ㅎㅎ 이젠 뭐 알아서 꽃이 있다 싶으면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게 된다. =,=;;
날씨도 좋고, 꽃과 풀 냄새를 가득 맡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갔을때, 진정한 '쉼(休)' 이 이뤄진다고 할까. 그 말이 맞았다.
호수 바로 옆, 광장에서는 어르신들이 나와서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시고 있었다.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상쾌한 공기에 음악이 실려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되었다.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셨나 했더니, 저곳에 쏙 들어가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셨다. 음.. 내가 왜 장난이 심한가 했더니, 어머니를 닮았구만. ㅎㅎ
이쁜 창으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집은 아닌데, 집처럼 따스한 햇빛이 뒤를 따뜻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요건 보너스로 어머니께서 부탁하신 연출 사진. ㅎㅎ 지갑에 넣고 다닐만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셨다. 구체적인 요구까지 하셔서 조금 놀랐다. 만족스러우신가요? 원하던 사진이 이거 맞나요? ㅋㅋ
햇살아래, 꽃들이 반짝인다. 나는 붉은꽃이 좋다. 그냥 나도 모르게 맘이 끌린다. 그게 진짜든 아니든.
이번엔 이쁜 Led 등이 있는 작은터널로 향했다. 수 많은 연인들 속. 우리 모자는 열심히 셔터만 눌러댔다. 이쁘다. 이런 불빛들을 보면, 마치 내가 어린아이가 된 마냥.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제 호수주변을 걷는다. 조용히 걸으며, 바람소리를 만끽했다. 소리 덕후인지. 직업병인지. 무슨 소리든 소리를 따라 계속 걷게 된다. 내 걸음 왼편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풍경을 뒤로하고 가기엔. 너무나 가혹했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길을 걷다.. 거의 끝지점 쯤에 익숙한 동전들이 보였다. 백원, 오백원. 어릴적엔 백원만 해도 과자 하나 정도는 사먹을 수 있었는데.. 음. 암튼 어릴때 용돈이 500원이었던. 그리고 그돈으로 떡볶이를 사먹던 그때가 떠올라 잠시 머물러 있었다.
ㅎㅎ 언제 오셨어요? 소리소문 없이 오백원 주화 옆에 자리잡고 서 계셨다. "언능 찍어." 라면서 말그대로 인증샷만 날리시고 유유히 또 사라지셨다. 우리 모자는 둘 다 사진을 좋아하기에. 어딜가면 각자 찍고싶은것. 보고싶은걸 보기 때문에 가끔 만난다. ㅋㅋ
파란 하늘에 띄워진 풍선 하나가. 노랗게 물든 빌딩 숲 위로 향하니. 제법 축제 분위기도 나고 좋으네.
어머니를 다시 만나, 조용히 호수공원을 산책했다. 어느덧 .. 해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진다. 우리의 추억도 붉게 붉게 물들어 간다.
이제 집에 가려고 돌아서는데, 묘한 기운이 도는 나무를 발견했다. 음. 이건 찍어야해. 라며 찍어놓고도, 그 묘한 기운이 돌아 지금까지도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꽃박람회. 사람들은 꽃을 보러 갔지만, 우리는 자연을. 그리고 우리를 보러 갔다. 꽃보다 아름다웠던 자연의 향기를 듬뿍 담아왔던 것 같다. 실제 꽃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ㅋㅋ
# 오랜시간 고생하시고 오신 어머니께 좋은 선물이 없을까 하다가. 꽃을 사랑하시기도 했고. 걸으며 산책하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갔는데. 그곳에서 꽃이 아닌. 우리를 만나고 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못다한 말. "고생했어요." 라고 토닥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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