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미술/전시2011. 4. 21. 19:30
     



지난 해 6월 말 (다희님 덕분에 알게 된..) '도쿠진 요시오카 - 스펙트럼' 전시회에 다녀왔다. 하얀 구름위를 걷는 느낌으로 잠깐동안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스압주의~!! 이걸 이제야 포스팅 하다니 -.-;;)


전시장 건물의 깊은 계단을 올라서니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설레는 맘을 붙잡고 드디어 들어서기 시작한다. 갤러리 형태의 이런 전시장을 찾은게 첨이라 더 떨리고 흥분되었다.


요시오카는 본래 빛을 활용해 소재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한 분인데 이 건물도 전시에 맞게 조금 손봤다고 한다. 조각조각 붙은 큰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정말 아름다웠다.


불규칙 한 듯 하면서 가지런히 정돈된 깔끔함.. 그냥 한참동안을 '멍~' 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 스모그를 뿜고 있었고 음악이 그럴듯한 몽혼한 기운을 가져다 주었다.


물결무늬를 가지고 있던 크리스탈 의자...  하얀 창에 비치는 빛, 물결무늬의 그림자를 만드는 빛.. 그리고 전시장 곳곳에 있던 빨대를 활용한 소재의 재구성.. 액자 속에 존재할 것만 같은 모습이 4차원 세계에서 나를 만난듯한 느낌 이었다.


아까 봤던 큰 창의 빛이 2층 난간에 있는 크리스탈과 조우하니 마치 교회의 십자가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요시오카는 빛을 다루는 감각이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그저 감탄만 ;;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의자 크기의 물결 의자..  무엇보다 아래에 비친 그림자가 인상적이다. 빛의 강도를 강하게 쏘아 얼핏 엑스레이를 보는 듯도 하다. 두꺼운 유리면을 통과해 비친 모습은 나를 보는 듯 했다.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갇혀버린 듯한 작은 의자... (정말 엄청난 빨대 양이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사람'을 떠올렸다.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혼자인 나를 알았을때 '난 이미 갇혀있었다' 라고.. 


이 곳의 모든 소재들이 다 작품의 주제와 부제가 되는 것 같았다. 기둥을 둘러싼 모습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라기 보단 뽑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난 왠지 그렇게 느꼈다.


하하.. 요놈봐라. 너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거냐. 오랜시간 기다린 듯한 이놈은 내가 다가와주길 바랬던 것일까.


얼음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가까이서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거 같기도 하면서 차가움을 가지기도 한 여러가지 느낌이 들었다. 요시오카의 당시의 감성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작품들마다 '외로움' 이 느껴졌다. 때로는 '화려함' 으로..


천천히 둘러보고 있으니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국인도 보이고 하악하악한 언니들은 없었지만 공부하는 학생으로 보이는 듯한 여학생들도 제법 보였다. 이 모두는 꿈 속에서 만난 사람들??!!


다른 곳으로 옮기니 아까 봤던 녀석이 이제는 정말 물 속에 들어가 있었다. 다들 뒤에가서 사진찍어주고 그러더만 삼각대라도 놓고 엽기표정으로 하나 담아둘껄 그랬다.


단단히 묶여진 소파 주위로 엄청난 빨대가 감싸고 있었다. 난 이 작품을 '관심? 혹은 도피' 쯤으로 해 두고 싶다. 특이하다 생각이 들면 모두가 '관심' 을 가진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난 계속 보다보니 '도피' 가 떠올랐다.


푹신해 보이는 의자 주위로 역시나 빨대들이 감싸고 있다. 푹신해 보이지만 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의자의 모양도 그러하거니와 소재를 봐도 그렇고 .. 난 이 작품을 '탐욕' 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어졌다. 앉을 수는 없으나 그 자리를 탐내는 인간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가볍고 깨끗한 누군가가 앉아야 할 자리를 많은 유혹들에 사로잡혀 탐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앉을 수 없다.


흐트러진 길을 빠져나오고 더미진 빨대들을 뒤로한다.


빙그르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선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나를 쳐다보는 유혹의 눈길이 느껴졌다.


옥상으로 올라오니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멋진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정겹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 것만 같아 잠시 쉬고 싶었다. 커피는 뒤로 하고 쪼그려 앉아 그 하늘을 머금었다.

사람들은 빛을 받았다 라고 표현을 하는데 나는 여기서 '빛을 가슴에 품었다' 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이 전시회를 관람했던 시기 6월, 올 6월엔 나도 결혼을 한다. 요시오카가 뿌려줬던 빛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살면서 더욱 더 밝은 빛을 내가 뿜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꿈속 작은 벤치를 아름답게 꾸미려 한다. 우리 행복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