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수도권에서 열리는 (이제 거의 마지막 경기가 돼버린..) 울산의 경기를 보러 멀리 성남 탄천까지 갔다. 탄천 경기장은 첨이었는데 전철역 앞 번화가를 끼고 양재천 마냥 자그마하게 흐르는 탄천의 노을을 보며 건너 아담한 경기장에 도착했다. 먼저 이날의 경기를 알리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늘 겪는 일이었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늘 원정일 수 밖에 없던지라 작은 울산이 왠지 애처롭게 느껴졌다.
경기장에 어렵사리(?) 들어가고 눈 앞에 보이는 경기장!! 아담하면서도 축구를 즐기기엔 좀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던 '너무나 먼 당신의 .. ' 종합경기장 이었다. 전용구장에서 주로 보다가 종합경기장에서 보게 되면 저 트랙을 지워버리고픈 충동이 젤 먼저 든다. 그나저나 하늘이 심상치 않다.
역시나 소문처럼(?) 문수구장 못지않게 관중이 없었다. 야탑역 부근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놀고 있던데.. 홍보도 부족하고 경기장 밖에서도 전혀 축구경기가 있을 것 같지 않을 듯한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안내하시는 분들도 좀 어리바리 하고.. 암튼 소수의 인원들이 모여 있던 조금 비싼 원정석에서 울산을 응원했다. 이상한건 말이지. 울산이 경기력이 형편없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울산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은 제법 많단 말이지. 그것도 수도권에서 말이다..
전반을 별 소득없이 양 팀이 0-0 으로 마쳤다. 전반전은 대체적으로 울산이 볼을 많이 소유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려고 했던 움직임을 보였다. 역시나 문제는 골 결정력!! 그리고 대체 언제쯤에나 손발이 척척 맞을지 모르는 '호흡' ... 가장 큰 문제는 '감독' 이겠지. 늘 우승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정남할배 있을때보다 더 안습인 무 전술.. '무관의 영광'을 올 해도 차지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탄천구장은 솔직히 말해서 무슨 감옥도 아니고 담배 한 대 필 곳도 없단 말인가. 주위 동네도 이상하고.. 다음에 다시 찾게 될지는 모르겠다. 암튼 이상한 형광펜으로 안내직원들이 손등에 뭔가 적어줘서 잠시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갔다.
문제의 '안내판' !! .. 달랑 요거 하나에 관중들이 알아서 찾아가야 하는 이상한 시스템.. 누구하나 나와서 안내하는 이 없고 출입문 철창 바로 앞에 짱 박혀서 안내하는 꼴이라뉘.. 많은 관중들이 지나가며 오히려 나보고 출입구를 물어봤다. 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안내해준 직원들한테 낚이고 표 판매하는 곳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암튼 이상한 구조의 탄천!! ㅠ.ㅜ
보통은 하프타임이 10분 정도 주어지는데 이날 20분 정도 주어져서 밖에 나갔다왔음에도 아직 후반은 시작하지 않았다. 골대 그물망을 점검하는 심판, 몸푸는 선수들, 하프타임을 이용해 이벤트 하는 모습들.. 경기장은 참 이쁜데 인프라가 좀 아쉽다.
후반전에도 울산이 많은 시간 볼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기회를 잘 살려주지 못하고 단순한 패턴의 공격으로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을때 성남은 가끔 찾아온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었다. 감독의 차이였을까. 베테랑이라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을 김호곤 감독이 감독 맡은지 몇 년 안되는 까마득한 후배 신태용 감독에게 전략은 어떻게 짜고 대비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할 판이었다. 김호곤 감독에게 김신욱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들 정도로 지극히 단순한 플레이로 경기를 계속 이어갔다.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비가 쏟아졌다. 관중석은 지붕이 잘 막아주고 있어서 괜찮았지만 선수들은 쫄딱 비를 맞고 있었다. 다행히 미끄러지는 선수도 없었다. 후반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라돈치치에게 한 골 먹고 점점 경기가 달아올랐는데 울산은 역시나 단순하고 소극적인 플레이 (슛을 왜 그리 아끼는지.. 그것도 전술인지?)로 계속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 또 이날 김호곤 감독은 전술적으로도 실패하고 울산팬들에게 가장 질타를 많이 받는 부분인 '교체시기' 에서 제대로 한 방 먹였다. 후반 19분경에 최재수 선수를 투입시켰다가 40분대에 까르멜로로 다시 교체하는 어이없는 교체를 감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결국 찬스는 찬스대로 날려먹고 오르티고사는 대체 뭘보고 데려왔는지 몸싸움, 개인기, 골결정력.. 없다없다 이렇게 골 못넣는 해외선수는 첨 봤다. 결국, 후반이 종료되기 직전 문대성 선수에게 정말 멋지게 한 골 더 먹어주시고 제대로 된 슛팅 하나 못하고 경기는 성남의 2-0 승리로 끝이 났다. 아마도 내가 최근 본 가장 재미없는 경기 중 하나일 듯.. 성남도 그리 잘 한 경기 같지는 않았다. 울산이 너무 못했다. 이날 성남이 승리함으로써 서울을 제치고 한 계단 순위 상승했고 울산은 그대로 6위!! 에 머물렀다.
경기 끝나고 비가 더 억수같이 쏟아졌다. 신태용 감독은 빗 속을 뚫고 관중들에게 정중히 인사하는 반면, 김호곤 감독은 우산쓰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관중석에서 왠만하면 선수들을 격려하는데 이날은 인사하러 오지마라고 갖은 비난을 퍼부었다. 솔직히 그닥 열심히 뛴 것 같은 경기는 아니었다. 어쨌든 고개숙인 선수들의 모습은 아무리 미워도 내 선수들이기에 슬프고 안스럽다. 다음 포항전부터는 이런 모습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
* 이날 18R 경기,, 성남과의 일전은 정말 중요한 시점이었다. 6강이 아니라 제대로 부활하는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더 치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소극적이고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전략, 조직력.. 월드컵때 뭘했는지 궁금하다. 김영광, 김동진, 오범석 선수를 제외하곤 다들 국내에 머물렀지 않았느냐. 선수들이 타 팀에 비해 열등하지도 않고 오히려 스쿼드는 더 탄탄해졌는데 말이지. 대체 우리는 김호곤식의 축구를 언제쯤 볼 수 있으며 무엇이 목표인지.. 올 시즌도 이렇게 보낸다면 우리는 김현석 감독을 보고싶은 감정이 제대로 폭발할지도 모른다. 수원의 윤성효 감독은 지휘봉 맡은지 얼마나 됐다고 펄펄 날으는 수원으로 변화시켰고 맡은지 7개월만에 빙가다 감독은 서울에게 트로피 하나를 선물했다. 팬들은 점점 인내심이 한계치에 다다른다.
* 이번 주말 수원과 서울의 빅매치에 가려져 있는 '전통의 영남더비' 울산과 포항의 경기가 빅크라운(문수경기장)에서 열린다. 포항도 지금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전통적으로 최고의 명승부를 낳았던 경기였던만큼 이번 경기에서는 정말 명승부 다운 경기를 보게되길 희망한다. 어쨌든 비오는데 고생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 경기가 끝나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탄천을 건너는 마음이 더욱더 무거웠다. 길을 걸으며 울산을 응원했던 여성 두 분이 지나가며 하는 잔뜩 울음섞인 대화가 들린다.
" 김호곤 감독 .. 그만뒀음 좋겠어. 우리 선수들 불쌍해서 더 이상 못 보겠어 .. "
그 후 오랫동안 침묵이 흐르고 빗소리만 간절하게 들린다. 근데말야 울산이 아무리 죽을쑤던 돼지를 잡던... 비가오든 언제나 내가 그 경기장에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욕도하고 울기도 하고 목이터져라 소리지르기도 하면서 말야. 이제는 경렬이형 빼고는 죄다 동생인 선수들... 너희들이 보고 있다면 말야. 한 가지만 기억해둬!! ..
'너희는 잠시 거쳐가는 팀일 수도 있겠지만 .. 울산이 내게는, 우리에겐.. 20 여년을 내 심장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했던 소중한 존재란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심장이 느껴지지 않니. 우리에게 전부인 나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줘!! 우승따윈 상관없다. 자랑스런 나의 팀을 보고싶어 !!..'
아시아의 깡패로 군림하던 시절을 되찾을 수 있겠냐.
매번 경기 후, 선수탓만 하는 김호곤 감독은 반성하세요.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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